'천유' 이소연vs'야왕' 수애. 악녀 끝판왕은?
월화드라마 ‘야왕’ 8회에서, 출소를 앞둔 전 남편 하류(권상우)에게 위협을 느낀 주다해(수애)가 의붓오빠 주양헌(이재윤)을 찾아갔다. 주양헌은 다해의 말을 듣고, 하류를 제거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웠다. 덕분에 주다해는 안도와 회심의 미소를 지었고, 시청자는 악녀 주다해의 악행에 분노게이지가 상승했다. 야왕 주다해 악녀 행각이 어디까지 이어질 지 흥미로운 시점이다.
현재 드라마 야왕의 주다해는 역대급 악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최상급 악녀, 국민악녀라는 진단이 줄을 잇는다. 명세기 드라마 여주인공인데 너무 막나가는 건 아닌가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그렇다면 야왕 주다해의 포스를 능가하는 악녀가 그동안 없었을까. 있었다. 주다해를 보면 떠오르는 악녀, 바로 주아란(이소연)이다.
장서희 주연의 드라마 ‘아내의 유혹’을 히트시킨 김순옥작가의 유혹시리즈 2탄 ‘천사의 유혹’의 여주인공 주아란. 방영 당시 주아란은 역대급 악녀로 평판이 자자했다. 부모의 원수 집안을 박살내기 위해, 남편(한상진)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해 결혼을 했다. 그리고 부상을 입은 남편을 살해하기 위해 집에 불을 질렀다. 주아란은 "당신에게 진 빚, 지옥가서 갚아줄께!"라는 명멘트로, 악녀의 진수를 보여줬다.
최근 악녀에 대한 재조명이 이뤄지는 가운데 의외로 ‘천사의 유혹’ 주아란은 찬밥신세다. 어떤 매체도 주아란을 거론하지 않는다. 도대체 ‘천유’ 주아란이 ‘야왕’ 주다해보다 못한 게 뭐가 있나. 주아란을 연기한 이소연이 발연기라도 했다면 모를까. 천유 이소연은 야왕 수애만큼이나 ‘나는 악녀다’의 압도적인 포스를 보여줬다. 게다가 ‘천사의 유혹’ 시청률은 당시 KBS9시뉴스를 누를 정도로 화제를 낳았다.
최근 드라마 속 악녀가 일종의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면, 분명 드라마 ‘천사의 유혹’과 주아란은 재평가받아야 한다. 천유가 방송될 당시, 희대의 막장드라마라는 소리를 피할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아내가 부모의 복수를 위해 남편을 살해한다. 죽다 살아난 남편은 성형수술, 페이스오프를 통해, 아내 주아란앞에 나타나 아내를 유혹하며 복수를 시도한다. 아내는 남편의 복수가 시작된 지도 모른 채, 얼굴 바뀐 남편의 매력에 넘어간다.
대강의 줄거리만 보면 진짜 막장스럽다. 하지만 신선한 시도였다. 수많은 드라마가 복수를 위해, 주변인물을 이용한다. 대표적으로 드라마 ‘야왕’이 그렇다. 출소를 앞둔 하류(권상우)가 아내 주다해(수애)에게 복수하기 위해, 백학그룹 백도경(김성령)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해 작업을 건다. 도경의 힘을 이용해, 다해를 파멸로 이끌고자 한다. 그래서 야왕이 남자판 ‘청춘의 덫’이란 이야기가 나온다. ‘야왕’ 뿐 아니라, 송중기의 ‘착한남자’도 그렇고, 대부분의 ‘복수’드라마가 이러한 루트를 차용한다.
하지만 천유는 다르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다. 변화구없이 오직 돌직구로 승부한다. 복수를 위해 아내는 남편을 유혹하고, 죽다 살아난 남편은 아내를 유혹한다. 파격적이다. 이를 위해 ‘아내의 유혹’처럼 얼굴에 점만 찍지 않는다. 한상진에서 배수빈으로 아예 얼굴을 갈아엎는다. 상상 그 이상을 보여준다.
드라마 ‘천사의 유혹’이 막장드라마로 평가받아야 할까. 오히려 시대를 앞서간 드라마였다. 악녀를 여주인공에 놓았고, 페이스오프라는 의학의 접목이 있었다. 아내에게 복수하기 위해 아내의 ‘주변’을 유혹하는 것이 아닌, 복수의 대상인 ‘아내’를 유혹하는 원터치로 찾아가는 서비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순옥작가 특유의 스피드를 잃지 않고도 총 21부의 스토리를 쥐어짜낼 수 있다는 건 높이 평가할 부분이다.
캐릭터는 어떤가. 천유의 악녀 주아란은, 복수라는 대전제 앞에서 머뭇거림이 없다. 또한 부모의 억울한 죽음이란 명백한 복수의 사유가 존재한다. 반면 야왕 주다해는 가난에서 비롯된 부모의 죽음이 트라우마로 작용하지만, 그것이 무한 사랑을 주는 남편과 딸을 버리고 쟁취하려는 부와 권력이기에 상대적으로 공감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야왕 주다해가 악녀 오브 악녀라는 평가를 받는지도 모른다.
부모의 복수를 위해, 관련 없는 남편을 살해한 ‘천유’ 주아란. 부와 권력을 놓지 않기 위해 의붓오빠에게 남편의 살해를 유도하는 ‘야왕’ 주다해. 그녀들은 모두 악녀라는 캐릭터로 수렴한다. 누가 악녀의 끝판왕일까. 분명한 건, 야왕 주다해(수애)로 인해 악녀캐릭터가 재조명되는 현시점에서, 과거 천유 주아란(이소연)도 악녀의 클래스를 보여줬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