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열일곱 포미닛 '현아'를 누가 벗겼나

바람을가르다 2009. 9. 25. 07:56
연예인의 선정적인 노출 의상이 또 다시 언론과 네티즌들의 도마위에 올랐다. 주인공은 인기 걸그룹 '포미닛(4minute)'의 멤버 현아(본명 김현아). 그녀는 지난 18일 서울 동대문에서 열린 <2009 동대문 패션축제> 행사장에 참석해 포미닛의 신곡 '뮤직(Muzik)'을 선보였다. 이 과정에서 격렬한 안무를 소화하다보니, 의상으로 입고 나온 초미니 원피스가 말려 올라가 속바지가 그대로 노출된 것. 이 장면을 동영상으로 촬영한 네티즌이 다음날 19일 모 사이트에 ‘090918 HAMK'라는 제목으로 올렸던 것이다. 

3분 4초짜리 동영상에는 초미니 원피스를 입고 열정적인 노래와 안무를 소화하던 현아 본인도 과도한 노출을 의식했는지 공연 도중 여러차례 스커트 밑부분을 끌어내리는 모습이 포착되었으나, 속바지가 훤히 드러나는 상황을 막진 못했다. 이 동영상을 지켜 본 네티즌들은 '보기 민망했다', '야하다는 느낌보다 안타깝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는 비판 목소리가 다수였고 선정적인 의상을 입고 나온 현아보다는, 음악에 맞는 댄스를 동반하기엔 무리가 따르는 의상을 입힌 그녀의 코디를 향한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더군다나 현아의 올해 나이가 열일곱 살 미성년자라는 사실은 안타깝다 못해 불쾌감마저 불러오는 형국이다.
이에 포미닛의 소속사 측은 "곡의 분위기에 따라 의상을 정하는 것"이며 "현아가 춤을 열심히 추다 보니 옷이 말려 올라간 것뿐"이라는 반응을 내놓았다는 점에서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아무리 무대위에서 일어날 수 있는 돌발상황인 측면이 있으나, 특별한 리허설이 없다해도 그 정도의 초미니 원피스라면 충분히 불거질 수 있는 노출범위를 외면했다는 점이 아쉽다. 덧붙여 곡 분위기는 둘째치고 17세 현아에게 과연 적절한 의상이었는 지 생각해 볼 문제다.

물론 무대의상과 안무는 무대위에서 곡을 표현함에 있어 또 다른 수단이며 양념 역할을 톡톡히 한다. 그러나 곡의 본질적인 측면보다 관객의 말초적인 부분을 자극하기 위해 선정적인 의상과 안무가 동원된다는 건 음악을 가장한 꼼수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다시말해 음악과 비쥬얼이 전도되었다. 치마길이를 줄여내고, 가슴선을 움푹 드러내는 건 뒷골목 삼류쇼와 다를 게 없다. 벗을 수록 인기가 올라간다는 착각은 지켜보는 관객을 모독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비단 포미닛 뿐 아니라. 자극적인 안무에 경쟁적으로 노출에 나선 걸그룹과 여가수들 이야기는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동물의 왕국보다 더한 걸그룹의 적자생존속에 이들의 노출 수위가 언론의 노출양과 비례하고, 네티즌의 관심을 사로 잡는 수단이 되는 것도 현실이다. 그러나 성을 상품화하는 마케팅에 몰입하고, 그녀들을 소비하는 주고객 10대들에게 비즈니스외에 어떠한 영향을 줄 지 고려하지 않는다는 건 문제가 있다. 같은 또래가 성공을 위해 기획사의 꼭두각시로 전락해 어른 흉내를 내며, 수치심을 통해 관심의 열매를 낳고 있다.

가수는 엔터테이너이며, 프로다. 진정한 프로라면 무대에서 본인의 모든 걸 보여줄 수 있어 한다. 그러나 그것이 열일곱 소녀의 속바지는 아니다. 
왜 이 포미닛 현아의 동영상이 사이트에 오르고, 뒤늦게 언론의 관심을 받았을까. 여기엔 티파니와 유이의 꿀벅지, 이민정 비키니를 비롯, 최근 잇따르는 선정적인 가쉽거리에 목을 매는 미디어가 또 다시 한 건 올렸다고 볼 수 있지만, 이를 가능케 한 공급책은 동영상 유포자가 아닌 결국 기획사라고 볼 수 있다. 동시에 수많은 네티즌에게 껌한통씩 선사한 댓가를, 졸지에 실력파 걸그룹에서 장삿꾼이 된 포미닛이 거두는 일만 남은 듯해 씁쓸하다. 다음 타자는 누가 될 지 모르지만, 당분간 노출 마케팅은 겨울이 와도 식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