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및 드라마

7급공무원 김수현 매력, 엄태웅 하차로 빛난 최대 수확

바람을가르다 2013. 2. 1. 11:20

 

 

 

수목드라마 ‘7급 공무원’은 20부작이다. 총 20회중에 4회가 방송됐다. 그렇다면 지난 4회동안 드라마 7급공무원이 시청자에게 전달하고픈 가장 핵심적인 내용은 무엇인가. 바로 4회 말미에 주인공 한길로(주원)가 국정원에서 퇴출당하지만, 그의 훈육관이었던 김원석(안내상)에 의해, 국정원내부에서조차 알지 못하는 비밀요원으로 발탁돼 임무를 수행하게 될 것이란 사실이다.

 

즉 드라마 기승전결의 ‘기’에 해당하는, 주인공 한길로가 ‘왜, 어떻게 국정원 비밀요원으로 발탁되었는가?’에 대해 무게중심을 놓고, 지난 4회를 풀어왔던 셈이다. 그렇다면 지난 4회를 복기해 볼 필요가 있다. 과연 핵심이 되는 내용을 위한 극의 전개가 이뤄졌는가. 질문의 답은, 일단 ‘그렇다’가 된다.

 

 

 

한길로가 누구인가. 007 제임스본드를 꿈꾸는 청년이다. 국정원요원이 되면 영화를 찍는 줄 안다. 겉멋이 잔뜩 들어갔다. 그런 그가 삼수 끝에 국정원요원으로 발탁됐다. 삼수 끝에. 단지 순수한 실력으로 뽑혔을까. 훈련과정을 돌아보면, 한길로는 국정원요원으로 자질이 부족했다. 문제가 많고 개념이 없었다. 국정원요원이 아니라 김서원(최강희)과 연애하고자 올인한 남자처럼 비춰졌다. 즉 한길로가 도대체 어떻게 국정원요원으로 발탁됐는지, 국정원의 인재채용과정이 매우 의심스러울 정도다.

 

그런데 한길로가 4회에 국정원에서 해고된다. 그의 아버지와 관련된 문제때문이다. 길로의 아버지 한주만(독고영재)은 경영난을 겪는 회사를 매입해 정상화시킨 다음 고가에 다시 회사를 팔아넘기는 기업사냥꾼이다. 그는 도덕성이 결여됐으며 오직 돈만 보고 움직인다. 때문에 기업을 사고파는 과정에서 산업스파이가 개입되고, 각종 비리에 연루된다.

 

 

 

여기서 한길로가 국정원요원에 발탁된 이유의 실마리가 풀린다. 김원석이 해고당한 한길로를 그의 아버지회사에 취직시켜 비밀요원으로 활동하게 만들었다. 이제 겨우 기본적인 훈련과정만을 마친 신입요원인 한길로를, ‘비밀요원’이란 이름아래, 상당한 경력과 능력이 필요한 임무에 투입한 것이다. 즉 한길로는 처음부터 그의 아버지회사에 투입하기 위해 뽑힌 인물이었고, 때문에 국정원요원으로서 그의 능력이나 자질은 우선순위가 아니었음을 파악할 수 있다.

 

게다가 4회에서, 김원석의 동료 성준(정인기)이 최우혁(엄태웅)에게 살해당하면서, 김원석에 의한 비밀요원 한길로의 투입시기가 앞당겨졌음을 알 수 있다. 동시에 원석이 길로에게 대단한 신뢰를 품기보단, 오히려 신입인 한길로는 국정원에서 제대로 훈련을 받지도 못해 요원으로서 능력이 함량미달인 채로 해고당한데다, 겉보기에 개념이나 능력이 떨어져, 원석이 길로를 비밀요원으로 택했다고 볼 수도 있다.

 

 

 

이를 더욱 뒷받침하는 건, 최우혁의 죽음을 두고 미래(김수현)가 그녀의 동료에게 술자리에서 쏟아냈던 말이다. 국정원이란 곳은 그들의 이익을 위해, 요원들의 생명을 하찮게 여기며, 철저히 이용하고 쓸모가 없다고 판단하면 버린다는 분노의 목소리. 때문에 국정원에서 배신당한 요원들의 가족들이었던 최우혁-미래가, 국정원을 향해 복수를 준비했던 것이다.

 

따라서 자신의 아버지 한주만과 그가 경영하는 회사의 비리를 파헤쳐야 하는 한길로는, 엄밀히 따지면 최우혁-미래와 같은 입장에 놓일 수 있다. 국정원을 위해서든, 김원석을 위해서든, 한길로는 아버지의 등에 칼을 꽂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현재는 한주만이 위험에 처했다는 김원석의 말만 철썩같이 믿고 비밀요원 행세를 시작했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 한길로가 보편적으로 말하는 대의와 개인, 선악의 경계에서 갈등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예고한다. 물론 한길로는 주인공이기에, 최우혁-미래와는 다른 길을 택하겠지만.

 

 

 

그래서 드라마 ‘7급공무원’이 4회동안 보여준 핵심 내용인, ‘한길로가 왜, 어떻게 국정원 비밀요원으로 발탁되었는가?’에 대한 개연성과 설득력을 담보하고 있다. 다만 그러한 내용이 ‘시청자에게 충분히 전달되었을까?’에는 의문을 남긴다. 이해시키는 과정이 산만하고 매끄럽지 못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핵심과 무관하게 느껴질 수 있는 곁가지에 가까운 부분들이 드라마 전체의 이미지를 형성하고 지배했다.

 

4회만 놓고 봐도, 국정원에서 한 훈련과정이 대학교 MT를 방불케한다. 국정원 요원들의 술마시고 춤추고 노래하는 상황이 더욱 뇌리에 남는다. 입으로는 조국, 국가를 연발하지만 관련된 내용의 에피소드는 지루하거나 쓸데없이 비춰지고, 돌아서면 한길로-김서원의 애정행각에 올인하고 있다. 공들인 연애과정마저 설레임이나 설득력을 부여하지 못한다. 돈때문에 궁상떠는 여자에게 운명을 주절거리며 정신 못차리고 이벤트를 앞세우는 한길로를 보면, 쌍팔년도 로맨스를 연상시킨다.

 

 

 

드라마가 4회라면 연애관련 에피소드가 급한 것도 아닌데, 7급공무원이 아닌 ‘7급로맨스’라는 인상만 강하게 남는다. 특히 4회는 실망스러울 정도로 심했다. 급한 로맨스가 반짝효과는 낳을지 몰라도, 결과적으론 20회동안 두고두고 써 먹어야 할 로맨스의 한계를 규정짓고, 설레임이나 기대감을 떨어뜨리는 부메랑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7급공무원 4회에서 인상적인 건, 직장 왕따를 두려워 한 신선미(김민서)가 김서원에게 도움을 요청하면서, 김민서의 캐릭터가 살아날 조짐을 보였다는 점. 그리고 비록 최우혁의 죽음으로 엄태웅이 하차했지만, 덕분에 미래역의 김수현이 부각된 것이 수확이라 할 수 있다.

 

 

 

특히 김수현은 예상을 뛰어넘는 매력을 발산했다. 사실 엄태웅이 주목받을 땐, 김수현은 존재감이 사실상 제로에 가까웠다. 그런데 엄태웅이 하차한 시점에서 홀로서기에 돌입한 김수현은, 주원과 적대적이면서도 절묘한 궁합을 빚었다. 미래가 한길로의 직장상사로 둔갑해 길로위에 까칠하게 군림하자, 미래라는 캐릭터도 살고 김수현의 미모와 연기도 부각될 뿐 아니라 매력도 동반상승한다. 여주인공 최강희가 줄 수 없는 매력은 김수현이 보완하며 폭발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동안 특별출연 엄태웅에게 가려졌던 김수현은, 남성시청자를 사로잡을 만한 7급공무원의 히든카드로 볼 수 있었다. 7급공무원 4회가 남긴 최고의 수확으로 평할 만했다. ‘주원-최강희’사이에서 김수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극의 재미가 달라질 수 있음을 예고한다. 단지 내용전달에 있어, 지난 4회동안 불거진 문제점들이 얼마만큼 개선될 수 있는지가 선행되어야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