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급공무원 돌풍 ‘주원’, 왜 저평가된 블루칩인가
MBC 새수목드라마 ‘7급공무원’의 상승세가 뚜렷하다. 드라마 7급공무원은 단 2회만에 동시간대 1위를 차지했고, 30일 방송된 3회를 통해서도 또 다시 시청률이 오르며 수목드라마의 강자로 입지를 굳혀가는 모양새다. 현재 추이대로라면, ‘아이리스2’와 ‘그겨울, 바람이분다’와의 경쟁에서도 비교우위를 예상할 수 있다.
그렇다면 드라마 7급공무원의 초반 돌풍은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지난 해 말부터 이어진 방송3사의 주중드라마가 전반적으로 심각하고 무거운 경향을 보였다면, 반대로 7급공무원은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코믹액션로맨스라는 장르적 차별화를 통해 시청자에게 어필한 게 주효했다. 여기에 현재 경쟁중인 전우치-대풍수라인은 상대적으로 시청점유율이 떨어진 상태로 종반이라, 7급공무원이 투입된 시점엔 자체적으로 파이를 늘려갈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상황.
하지만 아무리 장르의 차별화가 주효하고, 동시간대 경쟁드라마가 시청자를 충분히 흡수하지 못했다고 한들, 7급공무원이란 드라마가 자체적인 경쟁력이 없었다면 현재와 같은 초반 돌풍은 발생할 수 없다. 즉 7급공무원이 초반 성공할 수 있었던 주된 배경은, 드라마 외적이 아닌 내적인 환경에서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7급공무원의 어떤 점이 시청자를 사로잡을까. 드라마의 내용적인 측면만 놓고 보면 특별하지 않다. 오히려 다소 억지스럽거나 엉성하고 진부한 에피소드가 자주 눈에 띌 정도다. 그렇다고 극을 이끌어 갈 남녀주인공인 한길로(주원)-김서원(최강희)의 캐릭터가 초반 화제를 낳을 정도로 매력적이지도 않다. 즉 내용면에서 7급공무원이 흥할 요소가 아직까진 뚜렷하게 드러난 게 없다. 대신 7급공무원의 최대 강점은 주원이란 배우에게서 극대화된다.
수목드라마 7급공무원 초반 돌풍은 사실상 주원이란 배우의 힘에서 시작됐다는 얘기다. 주원이 누구인가. 한마디로 시청률의 사나이다. 그리고 그가 보여준 시청률이란, ‘해를 품은 달’의 김수현처럼 시청률 40%를 넘기며 단 한번에 이뤄낸 것이 아니라, 주원이란 배우가 드라마를 통해 꾸준히 쌓아올린 이정표라는 사실이다.
보통의 시청자입장에서 새로운 드라마가 시작할 때, 가장 눈여겨보는 게 무엇일까. 드라마의 장르일까. 내용일까. 일단 가장 먼저 눈길이 갈 수밖에 없는 건, ‘그 드라마에 누가 출연하는가?’에 있다. 주연이 누구인가. 일단 배우가 마음에 들어야 한다. 배우가 눈에 익어야 한다. 그래야 해당 드라마에 대해 호감을 느끼기 쉽고, 1회부터 신뢰를 가지고 지켜볼 수 있다.
주원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환상적이다. 시청률 40%를 넘긴 국민드라마 ‘제빵왕김탁구’에서 구마준을 소화하며 안방에 입성했다. 이어 주말드라마 ‘오작교형제들’로 또 한번 인지도를 높였다. 주원은 ‘제빵왕김탁구-오작교형제들’ 단 두편만으로 중장년층에게 확실한 눈도장을 받았다. 그리고 지난해 ‘각시탈’로 초등학생들에게까지 어필한 20대 배우로 자리했다. 여기에 예능 ‘1박2일’에서 배우가 아닌 사람 주원을 어필하며, 호감도와 인지도를 꾸준히 쌓아가고 있다.
다양한 연령층에게 호감을 주고, 강하게 어필할 수 있는 젊은 배우가 현재의 주원이다. 연령대를 구분하지 않는 배우 주원의 영향력은, 드라마의 시청률을 견인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 특히 배우에 대한 의존도가 강할 수밖에 없는 드라마 초반에는 더욱 말이다. 즉 7급공무원의 초반 돌풍을 가능케 한 도화선은, 배우 주원의 몫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주원은 배우로서 저평가된 측면이 강하다. 지난해 드라마는 20대 남자배우들의 활약상이 돋보였다. 그중에서도 눈부셨던 건, ‘해를 품은 달’ 김수현, ‘착한남자’ 송중기, ‘각시탈’ 주원을 꼽을 수 있다. 이들은 나란히 출중한 연기력으로 극의 흥행을 낳은 일등공신들이다. 하지만 상반기 김수현, 하반기 송중기로 대표될 정도로, 상대적으로 주원의 빛이 바랬다. 연기력면에선 용호상박으로 볼 수 있었지만, 스타성면에서 주원은 김수현-송중기에 비해 떨어진다는 평가를 피할 수 없었다.
그러나 주원은 ‘7급공무원’의 초반 돌풍을 이끌며, 소리없는 강자였음을 재차 확인시켜주고 있다. ‘제빵왕김탁구-오작교형제들’로 인지도를 쌓았고, ‘각시탈’로 원톱배우로서 능력치를 보여줬다. 그리고 ‘7급공무원’을 통해, 시청률을 담보하고 확장시킬 수 있는, 어떤 누구보다 안정감있는 젊은 배우라는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 2%이상 부족한 드라마를 메워줄 수 있는 배우 주원의 안정감이 돋보인다. 그것이 저평가된 블루칩 배우 주원의 무서운 강점이다.
현재 4회를 눈앞에 둔 7급공무원은 분명 상승세를 타고 있다. 여기엔 여러 가지 요인을 들 수 있겠지만, 결국 초반에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는 건 배우의 힘이라고 볼 때, 주원은 이미 제몫을 충분히 하고 있다. 이제는 드라마의 스토리다. 배우들의 매력과 능력치를 극대화시킬 수 있는 스토리가 꾸준하게 받쳐줄 때, 7급공무원의 시청자층이 단단해질 수 있다. 드라마가 가볍다는 건, 그만큼 시청자가 언제든 가볍게 떠날 수도 있기에, 샴페인을 미리 터트리기엔 아직 조심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