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급공무원 주원-최강희, 특별한 건 없었다?
주원-최강희 주연의 MBC 새수목드라마 ‘7급 공무원’이, 단 2회만에 수목드라마 정상에 등극하며 초반부터 무서운 기세로 돌풍을 이어갔다. 24일 방송된 7급공무원 2회는 시청률조사기관 닐슨기준으로 전국 14.5%, 수도권 16.9%를 기록했다. 2회임을 감안하면, 근래 보기 드문 수치다. 확실히 기대이상이다.
그만큼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드라마. 7급공무원이 추구하는 밝고 유쾌한 로맨스에 적절한 액션 등으로 볼거리를 가미할 수 있는 스토리에 대한 시청자의 갈증, 기대치와 어느 정도 맞아 떨어졌다는 방증이다. 더불어 연기변신에 또 다시 성공한 무서운 20대 주원과 그와의 10살 차이를 무색하게 만든 최강희의 노련함이 빚은, 둘의 연기 궁합도 무시할 수 없는 대목이다.
그러나 1,2회에 잡힌 기대이상의 높은 시청률이 과연 20회까지 지속 가능한 것인가. 더 나아가 얼마만큼의 확장성을 가질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선, 내용적인 측면에서 냉정하게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드라마 ‘7급공무원’ 1회와 2회가 보여준 내용적인 힘은, 시청자의 기대치에 부합하고 있는가. 이 부분에선 조심스럽지만, 다소 부족하다는 느낌이 공존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미니시리즈의 경우, 1~4회까지 그야말로 총력전이다. 일단 초반에 승부를 건다. 초반에 시청자를 어느 정도 확보해야, 드라마가 언제든 탄력을 받을 수 있다. 그래서 드라마의 1,2회의 질이 다른 회차에 비해 상대적으로 좋게 나오기 마련이고,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만한 볼거리, 캐릭터의 매력 등 전반적인 재미나 기대감면에서도 강한 인상을 남기곤 한다.
그런데 드라마 7급공무원 1,2회가 보여준 건 무난함이다. 눈길을 확 사로잡을 만한 뭔가가 없었다. 극중 주인공인 ‘한길로-김서원’보단 배우 ‘주원-최강희’커플의 힘이 그나마 7급공무원의 특별한 동력처럼 비칠 뿐이다. 그 밖에 인상적인 건, 특별출연한 엄태웅의 미친존재감, 조연 안내상-장영남이 보여주는 안정감, 우려했던 아이돌 2PM출신 황찬성(공도하 역)의 연기력이 무난 혹은 발전가능성을 보였다는 점. 그리고가 없다.
2회 엔딩에서 거짓말탐지기를 놓고, 진실을 유도하는 한길로(주원)의 질문에 순간 위기에 처한 김서원(최강희)이 거짓말탐지기를 컨트롤하는 능력치를 보여주지 않았다면, 2회까지 건질만한 내용이 있었나 의심스럽고, 3회에 대한 기대감도 반토막 날 뻔했다. 즉 7급공무원의 1,2회를 통해 내용적으로 보여준 매력이나 특별함은 찾기 힘들었다.
바꿔 말해, 7급공무원 1,2회가 주로 다뤘던, 주인공 한길로와 김서원이 살아온 배경, 한길로와 김서원이 맞선을 통해 만나 좌충우돌하며 앙숙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 두 사람이 공교롭게도 나란히 국정원요원으로 발탁되는 과정들에서 재미나 공감을 끌어내는데 있어, 극 자체의 에피소드보다는 배우 주원과 최강희의 개인기에 의존하며 극복해 나갔다.
예를 들어, 1회에서 국정원 면접에 등장한 사람들은 왜 하나같이 허술하고 개념없게 그려졌을까. 그 장면에서 배꼽잡는 유머라도 끌어내면 모를까. 식상하고 유치했다. 2회에서 국정원 신입요원 한길로-김서원이 훈련도중에 교관과 동료는 안중에 없고 생쇼를 이어가는데, 적당히를 넘어선 무리수였다. 덕분에 연애질로 동료들에게 피해주지 말라며 오해하고 한 소리한 신선미(김민서)가 돋보일 순 있었지만. 그만큼 재미를 엮는 방법이 둔탁하고 억지스럽고, 틀에 박힌 듯 진부했다.
주인공들의 캐릭터는 어떤가. 폼생폼사 부잣집 아들 한길로와 생계형 알바녀 김서원. 일견 식상한 남녀구도로도 볼 수 있지만, 대한민국 드라마 남녀주인공의 관계도가 대부분 그러하다. 때문에 ‘재벌남-가난녀’의 공식자체를 무조건 비판할 순 없다. 또한 해당캐릭터를 어떤 식으로 푸느냐에 따라, 식상함이 아닌 새로운 매력을 창출할 수 있다.
단지 아쉬운 건 ‘재벌남-가난녀’의 공식을 부술 정도의 매력이, 7급공무원 1,2회에선 한길로-김서원에게 잘 드러나지 않았다. 오히려 극을 지루하게 만드는 데 일조했다. 재벌남 한길로는 친구와 수천만짜리 차를 걸고 레이싱을 한다. 알바만 세탕 뛰는 김서원의 눈엔 한길로가 얼마나 한심할까. 주인공간에 빈부 격차, 살아온 배경이나 캐릭터 등을 대비시키는 에피소드인데, 과연 시청자가 드라마를 볼 때 그런 생각이 얼마나 들까. 레이싱 에피소드자체가 ‘왜 나왔지?’ 싶을 정도였다.
특히 한길로가 드라마 남자주인공으로서 1,2회에 매력을 충분히 어필하지 못한 건 아쉽다. 길로는 서원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데, 굳이 말을 많이 해야 여주인공을 코너로 몰아넣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정곡을 찌르는 남자주인공의 기발하고 유쾌한 몇 마디만으로도 충분히 여주인공과 좌충우돌 대립각을 세울 수 있음에도, 수다로 무장한 ‘한길로’라는 캐릭터는 오버하는 인상이 강하다. 아무리 변화와 성장을 겪을 주인공캐릭터의 초반 설정임을 감안해도 매력이 반감돼 보일 수밖에.
시청률에서는 수목드라마 7급공무원의 출발이 좋았지만 내용적으론 따라주지 못했다. ‘주원-최강희’는 돋보였지만, ‘한길로-김서원’은 특별함을 입지 못했고 무난함을 벗지 못했다. 때문에 7급공무원이 현재의 기세를 유지하고 제대로 탄력을 받기 위해선 2가지가 절실하다. 극이 보여줄 수 있는 기발하고 다양한 에피소드, 주인공 한길로-김서원이 줄 수 있는 특별함, 매력의 극대화에 있다.
7급공무원의 실질적인 상대는 전우치와 대풍수가 아니다. 상반기 기대작으로 나란히 평가받는, 장혁-이다해 주연 ‘아이리스2’와 조인성-송혜교 주연 ‘그 겨울, 바람이 분다’이다. 장르상, 타이밍상 7급공무원의 초반 돌풍은 어느정도 예견된 상황에서 방심은 금물, 기세를 탔을 때가 중요하다. 초반 시청률이란 더해지기도 쉽지만 빠지기도 쉽다. 다음 주 방송될 3,4회가 드라마 7급공무원의 성패를 사실상 결정짓는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