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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왕 권상우-수애, 남편은 남창 아내는 꽃뱀?

바람을가르다 2013. 1. 22. 11:08

 

 

월화드라마 ‘야왕’ 4회 예고에서, 주다해(수애)와 백도훈(정윤호)이 키스를 했다. 다해의 유혹이 시작됐다. 그리고 주다해는 하류(권상우)에게 말했다. “오빠, 나 유학 보내줘!” 어마어마한 X년 탄생을 알렸다. ‘이 여자(주다해) 미친 거 아냐?’ 시청자 입에서 쌍욕이 나올 법하다. 하류가 다해를 유학보내려면, 하류는 다시 호스트바로 돌아가야 한다. 그가 그토록 나오고 싶어했지만, 한 집안의 가장으로서 식구를 먹여 살리고 아내 다해를 공부시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해야 했던 호스트 '등신'의 인생속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주다해도 그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그녀가 남편 하류의 인생을 시궁창으로 내몰고 있었다. 왜 일까. 자신의 탐욕을 채우기 위해서 남편의 희생따윈 아무렇지 않은 여자니까? 그것이 근본적인 이유가 될 수도 있겠지만, 그녀의 내재된 탐욕을 제어하지 못하고 분출하게 만든 실질적인 도화선은 남편의 거짓말이다. 부부간에 무너진 신뢰를 무시할 수 없다.

 

 

 

다해는 대학을 잠시 휴학하려고 했다. 집안 사정을 뻔히 아는 그녀가 자신의 욕심을 위해, 밤일하는 남편 혼자 고생시키고 싶진 않았기 때문이다. 집안 생계는 남편이 책임지더라도, 최소한 대학등록금만은 자신이 벌어서 해결하려는 의지가 있었다. 휴학을 하고 일을 해서라도 말이다. 그런데 그 때마다 하류는 목돈을 들고 와, 아내 다해를 안심시키며 대학에 다니게끔 도와줬다. 그 목돈이란 호프사장님이 보너스로 준 것이라는 등의 하류의 거짓말인줄도 모르고.

 

덕분에 주다해는 대학을 졸업했고, 자신이 원하던 백학그룹 인턴사원으로 취직했다. 이제 남편 하류의 고생을 덜 수 있게 됐다. 하류가 밤이 아닌 낮에 직장을 다닐 수 있게 됐다. 행복한 미래만이 기다린다고 하류도, 주다해도 믿었다. 그런데 회식자리에서 다해는 일명 등신으로 활약하는 호스트 하류를 발견하고 경악한다. 남편이 지난 5년간 호프집이 아니라 호빠에 다녔음을 알게 됐다. 주다해는 충격 그리고 혼란을 느끼며 눈물을 쏟았다.

 

 

 

주다해는 느끼는 혼란속에 남편 하류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이 없었을까. 분명 있었다. 때문에 북받치는 눈물도 흘렸던 것이다. 다만 남편의 방법이 틀렸음을 분명하게 직시하고 있었다. 그건 다해가 원했던 방법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꿈을 어느 정도 이루고, 성공의 문앞에 서 있는 다해로선, 그런 감정이 상대적으로 더욱 크게 작용하고 있었다. ‘그런 더러운 돈 아니면, 내가 공부도 못하고 성공도 못했을까봐?’라는 반발심까지 들 수 있었다. 보통 사람은 과거에서 불투명한 미래가 아닌, 원한 걸 얻은 현재에서 과거를 바라보기 때문이다.

 

주다해는 하류가 호스트바 주방에서 들고 온 과일에 대해 분노했다. 호빠에서 가져온 과일주스를 딸 은별(박민하)에게 먹이지 말라고. 하류는 먹던 게 아닌 깨끗한 과일이라면서 다해를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다해는 과일을 가져온 장소가 더럽다고 일갈했다. 그 말속엔 남편이 호빠에서 번 돈으로 자신의 대학등록금을 대듯이, 호빠에서 가져온 과일로 딸에게 먹이는 것을 동일선상에 놓고 불편함을 드러냈던 것이다.

 

 

 

돈의 가치 문제다. 아무리 하류의 고생이, 마음이 무겁도록 순수하다고 해도, 그가 번 돈은 쉽다, 더럽다는 아내의 감정까지 정화시킬 순 없었다. 나아가 아내에겐 남편의 희생조차 도매급으로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하류가 밤새 고생해서 힘들게 번 돈이라고 믿었는데, 몸을 판 돈, 쉽게 번 돈이란 생각이 앞서니, 다해의 말도 가벼워지고 쉽게 내뱉고 만다. 뱉는 말이 쉬워지면 행동이 가벼워지고, 생각과 마음은 역으로 행동을 닮아간다.   

 

다해가 핸드폰을 집에 놓고 갔다. 그래서 하류는 다해의 회사로 찾아갔다. 다해는 호스트 하류를 아는 회사동료의 눈을 피해, 하류를 회사 로비 구석으로 데려가 창피한 듯이 말했다. 옷이 그게 뭐냐고. 하류가 입은 옷이 창피해서 일까. 호빠에서 일하는 하류의 더럽혀진 인생이 옷에 베여 있다고 무의식중에 느낀 것이다. 그것은 호빠를 나가겠다는 하류를 향한 박부장(윤용현)의 입을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한번 남창(하류)이 옷 갈아입는다고 남창이 아니냐?”

호빠 호스트 하류의 과거는 지워지지 않는 인생이고 기록이다. 그럼에도 하류는 호빠를 그만뒀다고 길바닥에 누워 환호했다. 감격에 겨워 눈물까지 흘렸다. 그런데 야왕 4회 예고에서 다해가 말한다. 유학 보내달라고. 복합적이다. 백도경(김성령)상무에게 이유없이 퇴출당한 비상식을, 무시당한 상처를, 분노를 표출하기 위해, 그녀의 동생이자 아들 백학그룹의 왕자 백도훈(정윤호)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그를 발판삼아 쉽고 무섭게 백도경을 넘어서려는 욕망이다.

 

이를 위해선 유학비를 대줄 사람이 필요했고, 호스트바로 돌아가야 가능한 남편 하류의 희생을 알면서도 다해는 요구했다. 가난이 몸에 밴 다해는 돈의 가치와 사람의 가치를 은연중 동일시하고 있었다. 그래서 주다해는 백도경을 동경했던 것이다. 반면해에게 하류는, 더러운 방법으로 쉽게 돈을 벌었으니 더러운 방법으로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사람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호빠인생 5년인데, 몇 년 더 한다고 별 문제 있겠냐는 이중적이고 무책임한 접근이다.

 

 

 

남편을 등처먹는 꽃뱀같은 여자의 길을 택하면서도, 아내는 그 죄책감마저 애써 무시한다. 수단이야 어쨌듯 성공을 선(善)으로 놓았기 때문이다. 그것은 마치 아내 다해의 대학을, 꿈을 선(善)으로 놓고 하류가 호빠의 호스트란 수단을 택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때문에 다해입장에선 더러운 돈으로 공부했으니 성공마저 실력이 아닌 더러운 방법을 손쉽게(?) 택해 버린다. 고생한 남편 등도 처먹는데, 백합그룹 오너의 자식 백도훈 등 못 처먹으랴. '남편이 남창인데, 아내가 꽃뱀이 좀 되면 어때?'식의 극단적인 선택에 스스로 설득력을 부여해가며.  

 

드라마 ‘야왕’은 언뜻 허술한 막장드라마처럼 보이지만 빠르고 치밀하고 날카롭다. 마치 매일 술에 빠져 개념없이 사는 듯한 백지미(차화연)가, 누구보다 날카롭게 ‘주다해’라는 여자가 지닌 본성을 꿰뚫는 것처럼. 그래서 재미가 있다. 여기에 건드리면 터질 것 같은 젖은 눈의 뜨거운 남자 하류 '권상우'-건드리면 폭발할 것 같은 건조한 눈의 차가운 여자 주다해 '수애'의 눈부신 연기가 절묘한 대비를 이루며 빛난다. 그래서 방향은 다르지만 추락을 시작한 그들의 인생이 처절하다. 불쌍하다. 드라마 ‘야왕’의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