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동토크쇼-인간의조건, 악수로 만든 KBS편성?
지상파 방송3사의 예능 침체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주중에 방송되는 프로그램들은 시청률 10%를 넘기기가 버거운 요즘이다. 주중 심야시간에 10개 이상의 예능프로그램이 방송되지만 시청률 10%를 상회하며 인기몰이중인 건, 김병만의 ‘정글의 법칙’과 신동엽-컬투-이영자의 대국민토크쇼 ‘안녕하세요’ 정도에 불과한 현실이다.
물론 황금어장 ‘라디오스타’나 유재석의 ‘해피투게더3’가 꾸준하게 시청률 10%안팎을 오가며 나름 선전중이다. 그러나 해피투게더의 경우, 10%중반을 가뿐하게 뛰어넘던 과거와 비교할 때, 현재 상당한 고전중이라 할 수 있다. 동시간대 경쟁중인 김용만-김원희의 ‘자기야’와 강호동의 ‘무릎팍도사’의 영향으로 보기도 어려운 게, 이들도 평균시청률 한자리로 반등의 계기마련에 절치부심해야 할 형편이다.
시청률 10%면 폐지마저 검토했던 불과 몇 년 전과 달리, 시청률 10%면 동시간대 1위를 하고 선전한다는 평을 받는 게 주중예능의 현주소다. 이처럼 주중예능이 살아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시청자의 외면이 가속화된 이유가 뭘까. 시청자가 1시간을 소비하고 싶을 만큼 재미가 없다. 새롭지 않다. 그 사실을 누구보다 방송3사 예능국이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이렇다 할 대안을 내놓지 못하는 실정이다.
최근 유재석-김원희의 ‘놀러와’, 김승우의 ‘승승장구’, 신동엽-이동욱의 ‘강심장’이 나란히 폐지를 확정했다. 그리고 이들 프로그램을 대신해, MBC는 황신혜-심혜진-존박 등을 앞세운 토크클럽 ‘배우들’, 복귀한 강호동의 KBS신설프로그램으로 탁재훈-정재형 등이 가세한 ‘달빛프린스’, SBS는 기존 신동엽에 김희선-윤종신의 합류가 유력해진 ‘화신’이 시청자와 만날 준비를 마친 상황이다.
그렇다면 과연 신설된 ‘배우들-달빛프린스-화신’은, 폐지된 ‘놀러와-승승장구-강심장’의 인기를 넘어 주중 예능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릴 수 있을까. 냉정하게 말해서 힘들다, 쉽지 않다. 토크쇼에서 ‘토크쇼’로의 변화이기 때문이다. 출연진이 대폭 물갈이 되었다는 점에서 반짝 관심을 유도할 수 있을지 모르나, 그 효과조차 한달을 장담하기 힘들다.
대표적인 예로, 8년 아성의 ‘놀러와’가 폐지된 건 시청률이 낮았기 때문이다. 유재석-김원희콤비의 진행과 호흡은 명불허전이었고, 게스트선정에도 어떤 프로그램보다 세심했다. 뿐만 아니라, 자체적인 개편을 통해 여러 다양한 길을 모색하기도 했다. 그만큼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는 외면했다. 이유는 토크쇼라는 장르에 대한 피곤함속에서, 시청자는 근본적으로 새로운 무언가를 원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를 대체하는 게 ‘여배우들’이란 초록동색의 토크쇼다.
정글의 법칙과 위대한 탄생3가 방송되는 금요일 밤을 실질적으로 주말이라 간주할 때, 주중인 월요일에서 목요일까지 11시에 방송되는 지상파 방송3사의 예능은 SBS의 ‘짝’을 제외하곤 전부 토크쇼다. 극단적인 쏠림현상을 빚고 있다. 그것이 곧 시청자에겐 ‘식상함’으로 돌아와 시청의 흥미를 떨어뜨린다. 식탁에 김치 3개 올려놓고 숟가락을 쥐어준 꼴이다. 시청자도 이젠 질릴 때가 온 것이다.
이번 예능개편에서 가장 아쉬운 건 강호동과 KBS의 편성이다. 강호동이 복귀작으로 ‘달빛프린스’라는 토크쇼를 선택했다는 건 실망이다. 기존의 ‘무릎팍도사’가 있음에도 또 다시 토크쇼를 한다? 차라리 ‘놀러와’ 폐지로 토크쇼는 ‘해피투게더3’에 전념하고, 새로운 포맷의 예능에 도전할 시간적 여유를 확보한 유재석의 여건이 훨씬 낫다.
강호동의 선택을 더욱 악수로 만든 건, KBS의 편성이다. 왜 강호동의 ‘달빛프린스’를 화요일에, 리얼체험 버라이어티 ‘인간의 조건’을 토요일에 편성했을까. 개그콘서트 멤버인 김준호-박성호-김준현 등이 출연하는 리얼버라이어티 ‘인간의조건’은 주중토크쇼와 확실한 차별화를 통해 상대적으로 인기몰이가 손쉬웠을 뿐 아니라, 시청자의 선택폭을 다양하게 할 수 있었기에 ‘승승장구’의 빈자리로 적격이었다.
인간의 조건은 주중예능의 활력소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그럼에도 KBS예능국은 납득하기 힘든 선택을 했다. 물론 강호동의 ‘달빛프린스’가 ‘안녕하세요’에 버금가는 시청률과 인기몰이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확률이란 전자에 비해 낮은 게 사실이다. 게다가 주중예능의 침체에 있어 근본적인 이유중에 하나였던 토크쇼의 일색의 편성에서 벗어나지 못함으로써, 개편의 의미나 효과도 기대하기 힘든 형국이다.
‘무릎팍도사-달빛프린스’라는 2개의 주중 토크쇼를 모두 살려야 하는 강호동의 부담감은 커졌고, ‘정적인’ 토크쇼와 차별된 콘셉트로 주중예능에 바람을 일으킬 수 있었던 ‘동적인’ 리얼버라이어티 ‘인간의 조건’은 기회를 잃었다. 편성하나만 잘 해도 블루오션을 개척할 수 있었던 KBS예능국은 감을 잃은 듯하다.
침체된 예능의 아이디어 고갈을 논하기에 앞서, 현 시점에서 주중 토크쇼가 살아나기 위해선, 토크쇼자체의 변신과 노력도 필요하지만, ‘정글의 법칙’이나 ‘인간의 조건’과 같은 다른 포맷과 콘셉트를 가진 예능프로그램들이 신설되고 주중에 경쟁해 주어야 한다. 시청자의 선택폭이 넓어져야 기대감이 따르고 파이도 늘어난다. 사람을 바꾸고 배우가 토크쇼를 진행하면 달라질까. 주중예능에서 토크쇼를 일정부분 줄이지 않는다면, 공생이 아닌 공멸로 갈 공산도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