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왕-그겨울, 드라마홍보의 정석커플?
시청자에게 새로 시작하게 될 드라마를 홍보하는 데에 있어, 가장 흔하게 차용되는 방법 중 하나가 토크쇼와 같은 예능프로그램에 해당 드라마의 배우들이 출연하는 것이다. 그러나 단지 배우들의 출연과 기껏해야 2분여의 짧은 내용설명만으로 드라마를 홍보하기엔 무리가 따른다. 실질적으로 시청자가 궁금해 하는 드라마의 전체적인 줄기, 주요 인물들의 캐릭터 등을 파악하고 재미를 기대하기엔 한계를 지닌다.
그런 점에서, 8일 방송된 SBS ‘2013 드라마 특별시사회, 그 남자, 그 여자와 데이트’는 인상적이다. 월화드라마 ‘드라마의 제왕’이 끝나고 일시적으로 빈 화요일에, SBS가 2013년 상반기에 방송할 신작드라마를 소개하는 시간으로 채운 것이다. 월화드라마 ‘야왕’-수목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주말드라마 ‘돈의 화신’, 그리고 현재 방영중인 ‘청담동앨리스’까지 덤으로.
시청자에게 해당드라마의 내용과 방향, 캐릭터의 설명 및 주요 시청포인트를 주연배우들의 입을 통해 친절하게 소개하는 것도 좋았고, 대본연습이나 야외촬영현장을 담아 현장분위기를 안방에 전달하는 방법도 매끄러웠다. 각 드라마 당 15분 내외로, 시청자에게 지루할 틈 대신 기대감으로 채울 줄 아는 시간배분도 적절했다. 간만에 드라마홍보의 정석을 보는 듯 했다.
뿐만 아니라, 배우가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사적인 에피소드나 무리한(?) 개인기 혹은 감춰진 예능감을 통해 시청자에게 재미를 주고, 그것이 화제가 되어 드라마홍보에 도움을 주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겠지만, 드라마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가 시청자에게 어필하는 데 있어, 충분히 재미를 줄 수 있고 홍보에도 효과적일 수 있음을 보여줬다.
‘야왕’ 권상우-수애, 키스신이후에 어색함
14일 첫방송 될 월화드라마 ‘야왕’은, 지독한 가난에서 벗어나 퍼스트레이디가 되려는 여자 주다해(수애)와 그녀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는 남자 하류(권상우)의 사랑과 배신, 욕망을 그린다. 이 날 방송에서는, 열렬히 사랑했던 남녀가 왜 애증관계로 돌아서 서로에게 총을 겨눌 만큼 극단적인 선택마저 주저하지 않는가에 대해, 주인공 권상우-수애는 캐릭터 설명이나 임하는 자세에 있어 기대감을 주었다.
야왕의 촬영장분위기도 매우 좋았다. 문제는 야왕의 경쟁작이 ‘마의’-‘2013 학교’라는 사실이다. 현재 두 작품은 꽤나 높은 시청률로 안정적인 위치를 선점했다. 때문에 후발주자인 야왕이 과연 기대작다운 인기몰이에 성공할 수 있겠는가에 대한 물음표가 제기된다. 시청자에게 1,2회만큼은 꼭 봐달라던 권상우의 인터뷰가 드라마 야왕에 대한 자신감이상 절실함을 내포한다.
그만큼 초반이 중요하고 홍보가 중요하다. 이와 관련해, 권상우-수애의 키스신에서 재밌는 상황이 등장한다. 권상우가 수애를 업고 가다가, 수애가 기습적으로 권상우에게 키스하는 장면을 놓고, 권상우는 키스신에 ‘어부바’를 붙여, 어부바키스신이라고 불렀다. 부창부수마냥 수애도 어부바키스신이란 말은 정말 잘 지었다면서 흡족해했다. 배우들이 키스신에 별칭을 붙여 이슈가 되길 바라는 상황이 재밌다.
근데 그들은 알까. 어부바키스신보다 더 인상적이고 재밌었던 건, 키스신이 끝남과 동시에 어색함을 애써 감추려는 두 사람의 ‘살아있는’ 표정이란 사실을 말이다. 의식하고, 어색하지 않으려 애를 쓰는 상황이, 행동이나 표정이 사실 예능보다 재밌을 때가 많다.
‘그 겨울, 바람이 분다’ 조인성-송혜교, ‘핫팩’에 사랑을 싣고?
2월 13일 첫방송될 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는, 유년시절 부모로부터 버려지고 첫사랑에 실패한 후 의미없는 삶을 사는 남자 오수(조인성)와 부모의 이혼과 오빠와의 결별, 갑자기 찾아온 시각 장애로 외롭고 고단한 삶을 사는 여자 오영(송혜교)이 만나 차갑고 외로웠던 그들의 삶에서 희망과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찾아가는 이야기를 다룬다.
이 날 방송에서 소개된 신작드라마 중 가장 인상적인 건 ‘그 겨울’이었다. 짧은 분량의 예고영상에서도 강약이 느껴진다. 거칠면서도 부드럽다. 빠름과 느림의 미학이 담겨있다. 강렬하고 뚜렷한 대비는 위태롭지만 세심하다. 따뜻한 영상미는 조인성-송혜교의 차가운 캐릭터를 적절하게 녹여 조화를 이룬다. 이들이 모여 긴장감을 도출하고 재미에 대한 기대감으로 직결된다.
그만큼 예고만으로도 상당한 잠재력이, 힘이 느껴진다. 무엇보다 극을 이끌어 갈 조인성-송혜교 커플이 믿음직스럽다. 단순히 비주얼커플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겨울 오수역에 조인성은 물만난 고기다. 거친 남자의 정제되지 않는 매력은 배우 조인성을 통해 흔하디흔한 나쁜 남자를 뛰어 넘는다. 또 연약하지만 강한 척해야 하는 오영역이 송혜교에겐 낯설지 않다. 여기에 시각장애인이란 핸디캡은 연기하는 송혜교도, 캐릭터도 역설적으로 빛나게 만든다.
이러한 기대감을 반영하듯, 촬영장분위기도 활기가 느껴진다. 비주얼커플로 이미 화제가 되고 있는 조인성-송혜교사이는 어떨까. 야외촬영 준비중에, 조인성이 송혜교에게 슬그머니 핫팩을 건네는 장면이 방송됐다. 송혜교에게 핫팩을 건네는 조인성의 표정이나, 은근슬쩍 받아드는 송혜교의 표정은 훈훈하면서도 재밌다. '핫팩' 하나에 남녀주인공의 친밀감이 극에도, 시청자에게도 좋은 인상, 커플에 대한 기대감으로 전달되는 효과. 핫팩이 홍보를 톡톡히 한 셈이다.
새로 시작하는 드라마를 홍보하기 위해 배우들이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건, 예능과 드라마가 상생하기 위한 불가피한 측면도 없지 않다. 다만 기본 틀이 갖춰진 현재의 예능에서 드라마를 홍보하는 것에 한계가 있고, 시청자는 충분한 정보를 취할 수 없어 만족감을 느낄 수 없다. 그래서 드라마홍보의 정석이라 할 수 있는 SBS ‘2013 드라마 특별시사회, 그 남자, 그 여자와 데이트’를 뛰어 넘는, 시청자에게 드라마나 영화 등을 홍보하는 방법에서, 기존 예능을 탈피한 말 그대로 ‘홍보’가 중심이 될 수 있는, 보다 색다르고 참신한 형식, 콘텐츠의 접근도 고민해 볼 시점은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