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불패 조인성, 과연 송혜교의 구세주될까
‘살고 싶어 하는 내가, 죽고 싶어 하는 여자를 만났다.’
지난 31일 SBS연기대상에서, 2013년 2월 13일 첫 방송될 ‘조인성-송혜교’ 주연의 수목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 티저 예고편이 공개됐다. 배우들은 차갑고 강렬했다. 반면 영상은 따뜻하고 세련됐다. 예고 영상만 보면 상당히 매력적이다. 한마디로 기대이상이다.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 ‘빠담빠담’의 연출 김규태-작가 노희경 콤비가 야심차게 내놓은 SBS 새수목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는 확실히 주목할 만하다. 출연진으론 노희경작가의 페르소나로 꼽히는, 배종옥-김태우-김규철-송혜교-김범으로 작품안에서 호흡을 맞추기에 무리가 없고, ‘응답하라 1997’로 떠오른 신예 에이핑크 정은지가 활력소가 될 전망이다. 무엇보다 주인공 조인성의 합류는 천군만마.
조인성이 누구인가. 매력적인 마스크, 출중한 연기력은 기본이고, 드라마 피아노-별을 쏘다-발리에서 생긴 일-봄날 등 출연작마다 높은 시청률을 불러왔던, 그야말로 안방불패의 사나이. 그렇다. 드라마 ‘그 겨울’에 대한 기대를 무한 증폭시키는 건, 역시나 믿고 보는 배우 조인성의 힘이다.
반면 자신만의 철학, 색깔이 뚜렷한 노희경작가는 두터운 매니아층을 확보하고도, 시청률에선 명성에 비해 기복이 꽤 심하다. 특히나 2004년 ‘꽃보다 아름다워’ 이후, 그녀의 작품들은 시청률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지난 해 종편 JTBC에서 방영된 정우성-한지민 주연의 ‘빠담빠담’은 돋보이는 실험정신으로 작품성을 인정받았으나. 역시나 시청률은 여전히 노희경작가의 발목을 잡고 있었다.
시청률면에서 반전의 계기가 필요했던 작가 노희경에게, 군에서 제대하고 복귀작을 검토하던 ‘안방불패’ 조인성은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이고 기회를 잡는데 성공한 셈이다. 비단 노희경작가만이 조인성이 절실했던 건 아닐테다. 바로 노희경의 새로운 페르소나 송혜교 또한 조인성의 합류에 누구보다 기뻐했을 것이다.
송혜교는 노희경작가의 페르소나답게(?) 2004년 흥했던 드라마 ‘풀하우스’를 기점으로 하향세를 타기 시작한다. 충무로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여놓지만, 영화 ‘황진이’를 비롯해 출연작마다 기대이하의 성적표를 받아든다. 2008년엔 다시 안방으로 돌아와 현빈과 함께 노희경작가의 ‘그들이 사는 세상’으로 명예회복을 노렸지만 단자리 시청률에 머무르고 만다.
해가 갈수록 송혜교의 연기력은 깊이가 더해지며 물이 올랐다는 호평을 받고 있었지만, 여배우 ‘송혜교’의 브랜드 가치, 상품성은 늪에 빠진 듯 하락하고 있었다. 결국 배우입장에서도 흥행을, 시청률을 무시할 수 없다. 송혜교 ‘살아있네.’라고 대중이 봐줘야 한다. 그래서 2013년 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는 기로에 선 배우 송혜교의 절실함이 녹아들 수밖에 없고, 파트너 조인성의 기운이 힘이 될 것은 자명하다.
그렇다면 안방불패 조인성은 나란히 ‘구해줘!’를 외치는 ‘작가 노희경-배우 송혜교’를 온전히 구해낼 수 있을까. 일단 긍정적이다. 비록 티저영상에 불과한 예고편이었지만, 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는 매력적이다. 절실함이 묻어나는 송혜교의 연기력도 맛볼 수 있었지만, 찰나의 순간마저 강렬한 여운으로 바꾸게 만드는 조인성은 감탄을 자아낸다. 배우 조인성만의 특별함이, 강점이 캐릭터와 연기안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그 겨울, 바람이 분다’는 원작이 따로 있는 리메이크 드라마다. 바로 히로스에 료코-와타베 아츠로 주연의 일본드라마 ‘사랑따윈 필요없어, 여름’이다. 이 드라마는 일본에서도 평균시청률 한자리에 불과할 정도로 재미를 보지 못했다. 그러나 일드를 좋아하는 국내팬들에겐 꽤나 사랑받은 편이라 할 수 있다. 때문에 문근영-김주혁 주연 영화로도 리메이크 됐었다. 다만 기대와 달리 흥행에는 실패했다.
개인적으로 일드 ‘사랑따윈 필요없어, 여름’을 직접 본 입장에서, ‘그 겨울, 바람이 분다’의 성공을 예감하기란 쉽지가 않다. 솔직하게 ‘재밌었다.’고 말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일드 속 드라마의 내용도, 연기했던 배우들도 인상적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왜 리메이크 될 드라마 ‘그 겨울’이 기대가 되고 성공을 예감하는 걸까. 2분정도에 불과한 티저 예고편에 홀려서?
아니다. 작가가 노희경이기 때문이다. 노희경작가라면 일드와는 다른 방향에서, 다른 느낌으로 충분히 각색할 것이란 기대가 있다. 또 하나는 배우가 조인성-송혜교이기 때문이다. ‘히로스에-와타베’커플보단 어울림에서 비교우위에 있다. 무엇보다 배우 조인성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장면조차 강한 카리스마와 흡인력으로 극을 몰입하게 만드는 국내에선 몇 안 되는 배우 조인성에 대한 신뢰감이다.
‘그 겨울, 바람이 분다’의 실질적인 최대 난제는 경쟁해야 할 드라마가, 장혁-이다해 주연의 ‘아이리스2’와 주원-최강희 주연의 ‘7급공무원’이란 사실이다. 조인성의 상대가 장혁이고 주원이다. 그들 또한 탁월한 연기력을 보유한 안방의 강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흥미롭다. 과연 ‘안방불패’ 조인성이 장혁과 주원을 뚫고, 노희경과 송혜교를 구하고 지켜줄 수 있을까. 조인성이라면... 벌써부터 방송3사 새수목드라마에 초점이 맞춰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