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연예

연기대상 김남주-손현주, 같은 눈물 다른 느낌

바람을가르다 2013. 1. 1. 11:02

 

 

 

전날 MBC연기대상 안재욱 ‘무관’ 효과 때문일까. 이변은 없었다. 31일 열린 KBS연기대상은 김남주를, SBS연기대상은 손현주를 대상으로 선정하면서 시청자의 기대와 눈높이에 맞추었다. 그럼에도 정작 연기대상을 받은 당사자 김남주-손현주는 눈물을 보였다. 그리고 같은 눈물임에도 조금은 달라 보였다. 왜 일까.

 

SBS연기대상 손현주의 눈가는 뜨겁게 젖어 있었다. 그리고 “세상에 이런 일도 있다. 해가 서쪽에서 뜨겠다. 이런 상이 나한테까지 왔다.”는 수상소감을 밝혔다. 그 이면엔 화려한 축제, 방송사가 주최하는 연말 ‘연기대상’이 품은, ‘상업성’이 고스란히 묻어 있다. 어느 순간 작품이 아닌 시청률, 배우가 아닌 스타를 쫓는 상업성 짙은 연기대상의 무대 정상에서.

 

 

 

그래서 손현주는 시청률에선 ‘신사의 품격’에 밀렸지만 작품성을 인정받은 ‘추적자’를 마음껏 자랑스러워할 수 있었고, 같은 대상후보였던 장동건같은 스타는 아니었지만 올해 최고의 ‘배우’로서 인정받은 사실에 감사했다. 돈냄새나는 연기대상에서 사람냄새나는 손현주의 22년 연기인생을 인정받고 보상받은 기쁨의 눈물.

 

KBS연기대상 김남주 또한 손현주의 눈물과 실질적으론 차이가 없다. 그녀도 연기력을 인정받고 대상을 받은 기쁨을 표현한 눈물이었으니까. 다만 배우에서 시작해서 배우로서 인정받은 손현주와 달리, 그동안 김남주는 배우이상으로 상업성, 스타성이 강했다. 때문에 최고의 배우 문턱에서 2% 부족한 결과물을 받아야 했다. 물론 2010년 드라마 ‘역전의여왕’을 통해 MBC연기대상의 대상을 거머쥐었으나, 연장방송의 대가라는 냉혹한 시선을 피할 수 없었고, 그것마저 ‘동이’ 한효주와의 공동수상으로 빛이 바랬던 게 사실이다.

 

 

 

그런 김남주에게 권위와 전통을 자랑하는 KBS연기대상이 최고의 배우로 방점을 찍어 준 셈이다. 경쟁후보들도 MBC연기대상을 받았던 때와 달리 쟁쟁했다. 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에서 함께 호흡한 유준상, 연기력과 스타성을 두루 겸비한 올해 최고의 발견 ‘착한남자’ 송중기, 소름 돋는 동공연기 ‘적도의 남자’ 엄태웅까지. 김남주가 대상으로 가는 길이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모두가 입을 모아 KBS연기대상은 김남주라고 한목소리를 냈지만, ‘넝굴당’에 보여줄 수 있는 생활연기의 한계는 40%가 넘는 시청률에 국민드라마로도 불안해 할 수밖에 없었다. 김남주라는 배우의 내공을 모두 펼쳐 보이기엔, ‘넝굴당’ 차윤희란 캐릭터가 상대적으로 비좁았기 때문이다. 시각장애인, 동공연기로 대표되는 적남 엄태웅이나, 대사없이 눈빛과 미소만으로도 착함과 나쁨을 자유자재로 오가던 착남 송중기는 넝쿨당 김남주보다 강렬하고 인상적이었다.

 

 

 

즉 엄태웅-송중기의 캐릭터가 연기폭을, 연기변신을, 연기임팩트를 주기엔, 극의 대부분을 생활연기안에 가둘 수밖에 없었던 김남주보단 용이했다. 그럼에도 40%가 넘는 시청률이, 국민드라마, 국민며느리라는 넝굴당의 타이틀이, 배우 김남주의 기대를 져 버리지 않았다. 언뜻 평범해 보일 수 있는 생활연기안에서도 최대의 공감을 끌어내는 연기력으로 많은 시청자에게 재미와 감동을, 진정성을 보여줄 수 있다면, 결국 통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KBS연기대상이 누구보다 유력했고, 예상대로 수상한 김남주 또한 손현주처럼 마음껏 기뻐하며 MBC연기대상에선 볼 수 없었던 눈물까지 흘렸다. 화려한 ‘스타’ 김남주가 아닌 진정성 있는 ‘배우’ 김남주로, 치열한 경쟁을 뚫고 당당하게 인정받은 기쁨이고 눈물이었다. 연기대상과 같이 매년 열리는 연말시상식은 수많은 스타를 배출한다. 방송사가, 미디어가 스타를 쫓기 때문이다. 상업성을 쫓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연기자들은 연기대상을 통해 스타가 아닌 배우로서 대중에게 인정받고 싶어 한다.

 

 

 

그러나 스타양산을 위해 방송사는 족보에 없는 상을 신설하고, 무더기 공동수상을 쏟아낸다. 도대체 무슨 상인지 시청자조차 헷갈리고 기억하기 힘든 상이 신설되고 공동수상이 난무할수록, 정작 상의 권위는 추락하고 대중에게 배우로서 인정받고 싶어 하는 연기자들의 바람과는 멀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더 KBS연기대상 김남주와 SBS연기대상 손현주가 인상적이었는지 모른다. 비단 그들이 받아야 할 대상을 받고도 ‘눈물’흘렸기 때문만은 아니다. 김남주는 ‘배우’들을, 손현주는 ‘스타’들을 극복했다. 김남주는 경쟁후보들이 쟁쟁했기에 스타가 아닌 배우로서 그 어느 때보다 화려해 보였다. 손현주는 상업성이 앞서는 연기대상에서 스타성이 아닌 사람냄새로 어퍼컷을 날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