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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대통령 당선, 종편방송이 SNS를 이겼다?

바람을가르다 2012. 12. 20. 11:49

 

 

19일 이뤄진 대통령선거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를 이기고, 대한민국의 제 18대 대통령후보로 당선됐다. 대한민국 헌정사상 최초의 여성대통령이자, 故박정희 대통령을 잇는 부녀대통령이 탄생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는 광화문광장에서 당선소감으로, 민생대통령-약속대통령-대통합대통령을 재차 강조했다. 100% 대한민국, 국민행복시대를 열겠다고 국민에게 약속했다. 

 

사실 투표율이 75.8%에 이를 정도로 상당히 높았던 점을 감안하면, 출구조사 발표직전까지는 문재인후보의 당선가능성을 높게 본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과거 사례와 비교할 때 투표율이 높다는 건, 20-30세대를 중심으로 야권성향이 강한 국민들의 투표참여가 높았음을 예상할 수 있었다. 그러나 막상 발표된 출구조사는 박근혜후보의 우세로 점쳐졌고, 개표가 진행될수록 표차이는 더욱 벌어져, 3.6%차이, 약 백만표가 넘는 차이의 승리를 거두었다.

 

 

 

놀라운 결과다. 故노무현대통령을 탄생시킨 70.8%보다 높은 75.8%라는 투표율은 결코 낮은 수치가 아니다. 각종 여론조사기관의 대표나 판세를 분석했던 유력 정치평론가들조차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리고 이에 대한 분석을 내놓기 시작했다. ‘보수표의 결집이다.’, ‘보수경향이 강한 50대 이상의 중장년층 유권자 수가 상대적으로 크게 늘어난 선거지형도의 변화다’, ‘인물대결에서 안철수에 기댄 문재인보다는 박근혜가 앞섰다.’등의 여러 분석을 내놓았다.

 

대체적으로 공감할 수 있다. 그럼에도 75.8%의 투표율에 다시금 주목할 수밖에 없다. 2002년 신드롬에 가까웠던 故노무현대통령 등장시점과 비교해 볼 때, 유권자를 투표장으로 이끌만한 2%가 박근혜-문재인 후보의 대결에선 보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투표율은 오히려 높아졌다? 그것도 투표율이 높으면 여권에게 불리하다는 통설을 깨고 박근혜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다?

 

 

 

SNS(소셜네트워크)를 종합편성채널이 이겼다고 볼 수도 있는 대목이다. 이번 18대 대통령선거 분수령이 될 만한 주요 포인트로 많은 사람들이 안철수 전 후보의 등장과, 안철수효과를 거론한다. 절대 무시할 수 없는 대목이다. 많은 젊은이들을 투표장으로 이끌어낸 중심에 안철수가 있었고 SNS(소셜네트워크)가 있었다. 하지만 SNS에 무관심한 50대 이상의 중장년층을 투표장으로 이끈 것은, 바로 종합편성채널(TV조선-JTBC-MBN-채널A), 종편의 힘이 컸다.

 

이번 대선을 앞두고, 안철수의 등장과 함께 종편방송은 거의 매일 선거관련보도를 쏟아냈다. 정당에 속한 정치인, 정치평론가들과 여론조사 전문가들을 불러내 매일같이 터져 나온 각종 이슈들을 분석하고 요동치는 판세를 예측하며 유권자의 관심을 적극적으로 유도했다. 한마디로 종일 대선관련 백분토론을 했다. 뿐만 아니라, 실시간으로 유력후보들의 선거유세 및 각 당에서 발표하는 공약이나 네거티브 이슈를 보도했다. 때문에 선거유세현장을 찾거나 보지 않아도, 안방에서도 대선의 열기와 관심을 이끌 수 있었다.

 

 

 

이러한 종편의 대선관련 보도는 인터넷과 덜 친숙하거나, SNS를 모르거나 무관심할 수 있는 50대 이상의 중장년층에겐 새로운 소스가 되었다. 20~40대까지가 주로 인터넷과 SNS로 선거관련 이슈를 접했다면, 50대이상은 종편방송을 통해 인터넷이나 지상파보다 오히려 이슈를 쉽고 빠르게 전달받았고, 시시각각 요동치는 대선정국을 흥미롭게 따라잡을 수 있었다.

 

즉 이번 대선 투표율이 상승한 데엔, 50대 이상의 중장년층이 선거에 관심을 갖고 적극적인 투표행위로 이어질 수 있도록 주도한 종편의 힘을 무시할 수 없다. 그들에게 종편방송은 20~40대의 인터넷과 SNS역할을 담당했던 셈이다. 다양한 대선관련정보를 실시간으로 소비하게 만들고, 결국 국민의 권리를 행사하고, 투표율을 높이는 데 기여한 셈이다.

 

 

 

아쉬운 건, 이명박 정권아래에서 탄생한 종편방송이 이른바 ‘보수’를 대표하는 조중동이란 메이저언론사의 방송국이란 사실이다. 때문에 공정성시비가 일고, 친박근혜, 친새누리당이란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그나마 매경 MBN이 좌우의 균형을 맞추려고 노력했다는 평가를 받는 실정이다. 이 부분은 반드시 반성과 개선이 필요하다. 광장정치에서 미디어정치로 변화하고 발전하기 위해선, 공정성과 균형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 하나 종편방송의 숙제는, 콘텐츠의 부재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있다. 사실상 대선이나 총선, 지방선거와 같이 굵직한 선거철이 아니라면, 현재로선 지금의 시청률은 기대하거나 유지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만큼 지상파에 비해 콘텐츠가 매우 빈약하다. 종편방송이 뉴스보도나 선거방송을 위해 존재한다면, 과연 필요한가. 누구를 위해 필요한가. 그것도 네 개씩이나.

 

 

채널A 이영돈의 ‘먹거리 X파일’이나 JTBC 김수현작가의 드라마 ‘무자식 상팔자’ 등이 몇 개 프로그램이 선전중에 있으나, 여전히 이슈될 만한 콘텐츠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는 시청률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만큼 선거철을 제외하곤 시청자에게 철저히 외면받고 있으며, 비효율적인 운영으로 적자를 면치 못한다. 때문에 이번 대선관련 방송을 하면서 얻은 관심을 꾸준히 이어가기 위해선, 대선이후의 각 종편방송마다 서로 다른 뚜렷한 지향점속에 주력으로 삼고 차별화시켜야 할 킬러 콘텐츠의 개발과 투자, 홍보가 필요하다.

 

종편방송은 진보진영이 한발 앞서나간 SNS에 맞서 중장년층과 보수층을 결집시켜 박근혜후보를 대통령에 당선시킨 숨은 일등공신이라 할 수 있다. 덕분에 투표율을 높이는데 공헌한 순기능도 있었지만, 섭외력의 한계속에 편파성 보도, 공정성논란을 빚을 만큼 역기능을 무시할 수 없다. 무엇보다 초록동색의 옷을 벗고 콘텐츠의 부재를 해소시키지 않는 한, 선거철에 반짝하고 마는 비효율성에, 밑빠진 독이란 냉랭한 시선을 피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