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글러브시상식, 같은 ‘야구여신’ 다른 대접을 하나
지난 11일 프로야구 골든글러브 시상식이 열렸다. 이승엽-박병호-장원삼 등, 각 포지션별로 2012년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고 평가받은 10명의 선수들에게 골든글러브의 영광이 돌아갔다.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선 따로 MVP를 뽑지 않기 때문에, 선수 한명이 스포트라이트를 독식하진 못한다. 그럼에도 네티즌사이에 엄청난 주목을 받고, 화제가 된 스타가 있었다. 바로 시상을 하기 위해 참석한 여배우 홍수아였다.
한동안 방송활동이 뜸했던 홍수아는 성형의혹이란 논란속에, 최근 몰라보게 예뻐진 인형같은 미모로 화제에 오른 바 있다. 그 여파가 골든글러브시상식까지 미쳤다. 이종범과 함께 등장한 홍수아는, 글래머임을 부각시키는 노출 강한 핑크드레스를 통해 여신의 포스를 자아내며 네티즌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덕분에 이 날 참석한 핫한 배우 박보영이나 아나운서계의 야구여신 3인방 김민아-최희-배지현이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다.
이유야 어쨌듯, 프로야구의 한 해를 마감하는 골든글러브시상식에서 홍수아가 참석하고 주목받은 건 의미가 있다. 홍수아는 프로야구와 인연이 깊기 때문이다. 팬서비스차원에서 경기 전에 이뤄지는 여자연예인의 시구가 활성화된 데에는 홍드로 홍수아의 공이 크다. 시구 붐을 일으킨 양대 산맥이 ‘홍드로’ 홍수아와 ‘랜디 신혜’ 박신혜다.
이들은 공을 던지는 자세가 여자치곤 너무 뛰어나 프로야구 투수 뺨친다해서, 네티즌으로부터 메이저리그 레전드 투수 페드로 마르티네즈와 랜디 존슨의 이름을 빌려, 각각 홍드로와 랜디신혜라는 닉네임을 부여받았다. 홍수아와 박신혜는 투구 폼자체도 훌륭하지만, 무엇보다 시구가 이벤트라 해서 사전 준비에 소홀하다거나 관중이나 사진기자를 의식해 예쁘게 보이는 데에 중점을 두기 보단, 그야말로 전력투구로 시구에 임하는 깨어있는 태도를 보여줬다.
홍수아-박신혜의 개념시구는, 이후 시구에 참여한 다른 여자연예인들에게도 자극과 각성의 계기를 만들었고, 포미닛 남지현을 비롯해 여러 명의 개념시구녀를 배출시켰다. 여기에 2012년 혜성처럼 나타난 에이스 이수정은, 개념시구의 원투펀치 홍수아-박신혜에게 강력한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2013년엔 홍수아-박신혜-이수정의 맞대결을 성사시킬 구단이 나올 수 있을지 흥미로운 대목이다.
이렇듯 개념시구덕에 야구여신으로 불리며 국내프로야구 홍보에 앞장섰던 홍수아-박신혜-이수정 등은, 한국야구위원회(KBO)차원에서 예우해 줄 필요가 있다. 뿐만 아니라 야구가 끝나는 밤늦게까지 기다렸다가, 그 날 경기를 생방송으로 전문가와 함께 분석하는 야구여신 김민아-최희-배지현 등 아나운서들도 마찬가지다. 때문에 골든글러브 시상식과 같은 KBO주관의 공식행사에 그녀들의 초청하고 빛날 기회를 주는 건 당연하다.
이번 골든글러브시상식에서 홍수아나 아나운서 3인방 김민아-최희-배지현이 시상자로 초청된 점이나, 연예인 시구왕 1위 박신혜의 인터뷰를 따온 점 등은 바람직한 현상이다. 다만 프로야구 열기를 끌어올린 또 다른 숨은 주역 치어리더들에 대한 배려가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치어리더야 말로 프로야구 흥행에 도움을 준 진정한 야구여신들이기 때문이다.
올해만 해도, ‘야구여신’이란 수식어를 꿰고 각종 언론기사에서 빼놓지 않고 매일 등장해 주었던 프로야구 홍보도우미가 박기량 등을 비롯한 치어리더들이었다. 여기에 배트걸 신소정-민수진까지 야구팬들의 관심을 부추겼다. 그녀들의 외모나 몸매가 여신인가, 여신이 아닌가가 중요한 게 아니다. 그녀들이 언론 등에 노출될수록 프로야구 관중동원에 플러스가 되면 됐지, 마이너스가 되진 않는다는 사실이다.
국내 프로야구가 700만 관중을 돌파하며 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은 이유로는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을 통해 야구의 재미를 업그레이드한 측면을 꼽을 수 있지만, 경기 외적으로는 관중들의 응원열기를 끌어올리고 적극적인 참여를 독려한 치어리더의 공을 무시할 수 없다.
기본 3시간이 넘는 야구경기에서 쉼없이 열정을 다하는 그녀들이야 말로 진정 야구를 사랑하는 야구여신이다. 그럼에도 올해 골든글러브시상식에서도 치어리더는 찬밥처럼 보였다. 치어리더는 언론 등을 통해 ‘야구여신’이란 뉴스 타이틀은 가장 많이 배출시켰음에도, 정작 이 날 시상식에서 야구여신은 시상자로 참석하기 위해 드레스를 입고 한껏 멋낼 수 있도록 배려한 홍수아나 아나운서 3인방의 몫으로 돌아간 모양새다.
물론 지난 1년간 고생한 치어리더들이 등장해, 오프닝쇼로 씨스타의 ‘러빙유’와 싸이의 ‘강남스타일’에 맞춰 안무를 보여주는 것도 어느 정도 의미있고 배려한 측면이 있음을 나타낼 수 있었지만, 그 보다는 8개 구단 치어리더 팀중에 최고의 활약 또는 인기를 견인한 팀을 뽑아 시상하는 번외상격인 골든 치어리더상이라도 신설했었으면 어땠을까. 시즌 중에는 ‘같은’ 야구여신으로 대접받다가, 시상식에선 ‘다른’ 대접을 받는 것 같아 씁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