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기와 '강심장'의 빛과 그림자
SBS측은 22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승기가 강호동과 <강심장>의 2MC로 진행을 맡게 됐다고 전했다. <강심장>은 24명의 게스트를 초대해, 사생활과 경험담을 솔직하고 재밌게 털어놓는 사람이 이기는 배틀형식의 토크쇼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출을 맡은 박상혁 PD는 "강호동이라는 든든한 MC에 젊고 신선한 감각의 이승기를 더블캐스팅 했다. 두 사람의 환상적인 호흡을 기대해 달라"고 말했으며, 오는 24일 첫 녹화를 갖는다. 첫회 게스트로는 빅뱅의 지드래곤과 승리, 윤아, 타블로, 솔비, 김태우, 장윤정, 유세윤 등이 출연하여 입담전쟁을 펼칠 예정이다.
<강심장>은 서세원쇼의 토크박스에서 진일보한 토크배틀, 토크서바이벌 형태가 될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여기에 서세원이 아닌, 강호동과 이승기가 진행을 맡게 된 것이다.
사실 <강심장>은 시작하기도 전부터 삐걱거린다. 황금어장 <무릎팍도사>와 <야심만만2>를 진행하는 강호동에게 또 다른 토크쇼는 욕심이라며, 다수의 네티즌들에게 반발심리를 낳았다. 동시에 그가 진행하는 토크프로그램과 얼마만큼의 차별화된 재미를 줄 수 있느냐에 있어 제작진조차 큰 짐을 떠안은 격이 아닐 수 없다. 이에 <야심만만2>를 전격 폐지하는 수순을 밟았으나, 이것은 전혀 이슈거리가 될 수 없었다. 유재석, 김원희의 <놀러와>에 짓눌려 시청률 부진을 겪던 터라, 굳이 <강심장>이 아니었어도 <야심만만2>의 폐지는 당연해 보였기 때문이다.
런칭도 하기 전, 위기설에 휘청였던 강호동의 <강심장>으로서는 돌파구가 필요했다. 여기에 현재 연예계에 있어 최고의 블루칩 중, 한 사람인 이승기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그동안 <강심장>이 겪던 네거티브 이미지를 포지티브로 바꾸는 최적의 카드라고 볼 수 있다. 예능 뿐 아니라, 드라마와 가요계를 종횡무진하는 이승기의 대중적인 인지도는 이미 상한가를 쳤으며, 안티가 거의 없을 정도로 호감형인 장점을 갖췄다. 더군다나 <1박2일>을 통해 강라인으로 불리우는 이승기의 영입이 누구보다 수월했다는 점은, 그의 <강심장>에 입성과 무관치 않다. 이승기의 합류는 <강심장>에 존재하던 우려를 씻고 기대를 부풀리기에 충분하다.
이승기가 강호동의 파트너로 적절한가?
명목상 투MC이나, 실질적으로 이승기는 <강심장>의 얼굴마담에 불과할 것이다. 다시 말해 강호동의 지휘를 쫓아가는 보조 MC에 그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물론 원조 <야심만만>의 박수홍의 역할을 이승기가 해줄 수 있다면 성공이다. 그러나 예능프로그램에 메인MC로 첫발을 디딛는 이승기에게 수년간 내공을 다져온 박수홍의 자질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임이 사실이다.
다만, 겸손함과 순수함, 젠틀함을 겸비해 차세대 메인MC로 유력한 이승기에게 자질을 테스트하고 경력을 쌓아가기 위한 교두보로 <강심장>은 손색없는 자리다. <1박2일>과 같은 리얼버라이어티에 허당이라는 캐릭터에서 벗어나, 메인MC로서의 가능성을 타진할 수 있는 <강심장>과 같은 토크쇼는, 비록 강호동의 보조역할을 수행한다해도 반드시 필요한 통과의례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강호동이란 선생님을 옆에 두고 배울 수 있다는 것은 이승기에 플러스가 될 것임은 자명하다.
강호동의 입장에서도 <강심장>의 부담감을 조금은 내려놓을 수 있는 시청률보증수표 이승기라는 지원군이 든든할 수 밖에 없다. 더군다나 그의 파트너 취향이 여성이나 동갑내기보단 남자 후배들을 선호한다는 점에서, 손발을 맞춘 바 있는 이승기가 충분히 자신의 빈곳을 커버해 줄 것이라 생각할 것이다. 제작진도 여기에서 시너지효과를 찾는 것 같다.
올해는 이승기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의 활약은 두드러졌다. 기존의 <1박2일>은 물론이거니와, 드라마 <찬란한 유산>의 주연을 맡아 시청률 40%라는 대박을 쳤으며, 2년 만에 내놓은 정규 앨범 4집이 히트를 치며 순항중이기 때문이다. 트리플크라운의 사나이란 말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말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1박2일>의 허당이미지가 컸다.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순수함과 겸손함을 비친 그에 대한 호감은 별다른 홍보없이 드라마 <찬란한 유산>으로 고스란히 이어졌고, 현재 그의 새앨범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문제는 캐릭터를 벗어난 이승기를 만나야 한다는 것이다. 바로 진행자 이승기. <1박2일>의 허당도, <찬란한 유산> 선우환도 아닌, 캐릭터를 벗어나 mc로서 재치와 끼를 발산할 수 있어야 한다는 부담이 앞선다. 대본이 아닌, 리얼 상황을 잇는 순발력있는 진행이 필요하다.
또한 예능mc를 전문으로 하는 강호동과 달리, 드라마와 가수를 병행하는 이승기가 <1박2일>과 더불어 <강심장>까지 얼굴을 비춘다는 것은 그에 대한 호감도와 별개로 식상함을 가져올 수 있다. 이것을 극복하는 새로운 이미지를 구축하지 못한 채 허당의 이미지로 승부한다면, 이승기 본인은 물론 강호동과 <1박2일>에도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이것은 가수를 병행하면서 드라마가 아닌 예능프로그램에 주력했던 MC몽이나 은지원과는 다른 케이스를 이승기가 밟아 왔기 때문이다. 지금껏 이승기는 발라드 가수로서, 드라마 속 배우의 캐릭터로, <1박2일>의 허당으로 장르마다 다른 색깔을 보였기 때문에 신선함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같은 예능 장르에서 똑같은 허당을 보고 싶어하는 사람은 드물다. MC로서 그의 또 다른 변신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강호동과 이승기카드는 재미면은 둘째치고, 분명 시청률면에서 플러스를 낳을 윈윈조합임은 틀림없다. 그러나 그에 못지않은 그림자가 존재한다. 초반에 빛나는 것은 어느 프로그램이나 마찬가지다. 땅거미가 지면 어두워지는 것은 순식간이다. 강호동과 이승기의 조합을 빛나게 또는 어둡게 하는 것은 결국 <강심장>이란 프로그램이다. 1박2일처럼 강심장이 뛸 것이란 야무진 기대보단, 제작진의 노력 못지않게 강호동, 이승기의 변신이 선행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