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및 드라마

청룡영화제 임수정-김고은, '청룡여신' 만든 아름다운 두 얼굴

바람을가르다 2012. 12. 1. 09:50

 

 

30일 열린 제33회 청룡영화제 시상식을 일컬어, 이변의 연속이었다고 말한다. 김혜수-유준상의 사회로 진행된 청룡영화상에서, 주요부문으로 볼 수 있던 최우수작품상은 김기덕감독의 ‘피에타’가, 남녀주연상에는 최민식-임수정이, 감독상에는 ‘부러진 화살’ 정지영감독에게 돌아갔기 때문이다. 결과를 놓고 보면 이해할 수 있지만, 과정에선 예상하긴 힘든 수상 라인업이라 할 수 있었다.

 

그래서일까. 수상자도 어느 때보다 더 놀란 듯 보였고, 결과에 반응한 시청자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중에서도 여우주연상 임수정은, 이번 청룡영화제 시상식이 낳은 가장 핫한 결과이자, 이변의 중심에 있었다. ‘내 아내의 모든 것’에 임수정이 여우주연상 수상자로 부족하다라기 보단, 경쟁 후보였던 ‘피에타’의 조민수가 워낙 강력한 수상자로 점쳐졌기 때문이다.

 

 

 

조민수는 지난 베니스영화제에서 해외 영화인들, 해외 언론들의 극찬을 받은 바 있다. 베니스영화제에서 ‘피에타’가 최우수작품상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하지 못했다면, 여우주연상은 조민수의 몫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그만큼 영화 ‘피에타’에서 보여준 조민수의 연기는 이미 베니스영화제를 통해 극찬을 받은 바 있다. 덕분에 조민수는 대종상-영평상 등 국내 영화제에서 그녀의 가치를 입증하며, 여우주연상을 연달아 수상해 베니스의 아쉬움을 달랠 수 있었다.

 

하지만 청룡영화상은 조민수가 아닌 임수정의 손을 들어주었다. 잘못된 것일까. 아니다. 해외 영화인들의 평가가 절대 ‘선’은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 임수정의 연기는, ‘피에타’의 조민수처럼 베니스영화제에서 노출되고, 평가받은 적도 없었다. 때문에 조민수를 향한 해외 영화인들의 극찬이 수상자를 결정함에 있어 참고사항은 될 수 있으나, 청룡영화상과 같은 국내 영화제에선 해외가 아닌 국내 영화인들의 평가, 우리 대중의 시선이 우선 고려되는 건 당연하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조민수의 청룡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 실패에 대해 이변이라 말하고 안타까운 시선과 위로를 전하면서도, 임수정의 수상에 대해선 축하를 전하며 수긍할 수 있는 것이다. 임수정 또한 ‘내 아내의 모든 것’에서 본인의 맡은 캐릭터를 훌륭하게 소화해냈기 때문에, 충분히 수상할 자격이 있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그런데 정작 임수정 본인은 별로 기대를 안 했던 것 같다. 후보라면 당연히 가질 수 있는 수상의 기대를 말이다. 그래서인지 제대로 준비를 못한 그녀의 수상소감은 담담하면서도 건조했다.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여배우라면 통과의례(?)마냥 흘리던 눈물조차, 임수정의 눈가에서는 발견할 수 없었다. 그 모습이 오히려 신선하고 인상적일 정도다.

 

 

 

임수정이 여우주연상을 기대하지 않았기 때문일까. 선배 조민수에게 미안해했기 때문일까. 임수정은 마음껏 좋아하기 보단, 다소 떨리는 목소리로 지인들에게 감사를 전하며 차분하게 수상소감을 이어갔다. 그리고 수상소감보다 인상적이었던 건, 여우주연상 발표직전, 객석에서 너무나도 편안해 보였던, 긴장대신 여유가 느껴지던 임수정의 모습이었다. 누가 상을 받더라도 축하해 줄 준비가 된 모습으로 비춰졌다.

 

그래서 여우주연상 임수정의 이름이 호명되었을 때, 그녀가 더욱 놀라고, 많은 이들이 이변이라고 말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수상발표 직전 차분하고 편안해 보였던 임수정의 그 모습이, 호명되고 나서 놀라며 기뻐하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상에 대한 집착이나 욕심이 아닌, ‘내가 아니어도’ 축하해 줄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임수정과 다른 케이스지만 아름다웠던 여배우가 또 한명 눈에 뛴다. 바로 신인여우상에 김고은이다. 영화 ‘은교’의 김고은은 청룡영화상 신인여우상까지 휩쓸며, 올해 신인여우상을 올킬했다. ‘건축학개론’의 수지 등 함께 후보에 올랐던 다른 신인여배우들을 매번 무색하게 만들 정도로 말이다. 그렇게 신인여우상 앞에 이변은 통하지 않았다.

 

누구라도 예상할 수 있는 신인여우상 김고은. 그런데 김고은은 수상소감도중 눈물을 흘렸다. 영화 ‘은교’에서 보여줬던 노출신으로 인해, 본의 아니게 상처를 받아야 했던 가족들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미안하고 고맙다면서 말이다. 영화 ‘은교’속 노출은 김고은이 원해서가 아닌, 작품에 필요했기 때문에 이뤄졌던 일이다. 그럼에도 김고은을 향한 일부 왜곡된 시선이, 그녀에게, 그녀의 가족들에게 상처를 주고 말았다.

 

 

 

영화 속 노출신으로 인해 상처 입을 수밖에 없었던 김고은의 눈물섞인 수상소감을 지켜보면서, 한편으로는 이날 영화제에서 하나경-곽현화 등 과한 노출드레스를 입고 레트카펫을 밟았던 여배우들이 오버랩된다. 추운 날씨에 가슴골을 과하게 드러내며 대중에게 주목받고자 하는 여배우들의 노출드레스와 작품을 위해 불가피하게 영화속에서 노출을 할 수밖에 없었던 여배우. 진짜 아름다운 건 무엇이고, 왜곡이 아닌 이해가 필요한 건 무엇일까.

 

이번 청룡영화상를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많은 이들이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에게 15개 부문을 몰아준 지난 대종상과 비교한다. 수상내역에서 뚜렷한 차별점이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번 제 33회 청룡영화제의 의미를 아름다운 두 얼굴 임수정-김고은에서 찾는다. 자신이 맡은 역할에 충실했고 대중에게 인정을 받아, ‘이변’보다는 ‘이해’를 동반시키는 임수정. 여배우에게 있어 ‘영화속’에서의 노출과 ‘영화제’에서의 노출드레스에 대해, 자칫 동일시하거나, 왜곡될 수 있는 시선을 돌아보게 만드는 김고은에게서 말이다. 그녀들이야 말로 이번 영화제를 빛낸 '청룡'의 아름다운 두얼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