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팍도사 강호동, 왜 정우성에게 이지아를 물었나
강호동이 돌아왔다. 토크쇼 천기누설 ‘무릎팍도사’가 돌아왔다. 건방진도사 유세윤과 올밴을 대신한 제국의 아이들 광희를 데리고 돌아왔다. 제작진은 말한다. 1년전보다 업그레이드 된 강호동의 무릎팍도사를 만나게 될 것이라고. 그렇다면 어떤 면에서? 궁금증을 자아낸다. 기대감을 높인다. 황금어장 ‘라디오스타’에서 분리된 돌아온 무릎팍도사는, 29일 목요일 1년여 만에 복귀방송을 앞두고 있다.
복귀한 ‘무릎팍도사’의 첫 게스트는 영화배우 정우성.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토크쇼는 물론이고, 일반 예능에서도 좀처럼 만나기 힘든 정우성이었기 때문이다. 배우 정우성이 아닌 사람 정우성, 남자 정우성에 대해 궁금해 하는 시청자가 많기 때문이다. 단순한 필모그래피 나열이 아닌, 정우성이 살아온 인생을 돌아보는 기회이고, 시청자에게 들려주는 시간이다.
그런데 방송이 시작하기도 전, 정우성이 ‘무릎팍도사’ 녹화중에 한 때 연인이었던 배우 이지아에 대해 언급했다는 언론보도가 잇따랐다. 정우성은 이지아가 과거 서태지와 결혼했던 걸 알고 있었고, 프랑스로 함께 떠난 여행에서 이지아가 정우성에게 관련 사실을 털어놓았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무릎팍도사’ 제작진 측은, 언론에 실린 내용은 사실관계가 다소 다르다면서, 지나친 추측성 보도를 경계했다.
이 소식은 네티즌 사이에 커다란 화제를 낳았다. 정우성이 ‘무릎팍도사’에서 이지아-서태지와 관련해 어떤 입장을, 이야기를 털어 놓았을까. 궁금증을 자아내기 충분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우성-이지아-서태지의 관계에 대해 측근들의 말만 무성했지, 당사자의 입을 통해 대중에게 알려진 건 사실상 전무했다. 정우성이 자신의 생각, 심정은 물론, 관련 인물들에 대해 방송이란 매체, 토크쇼를 통해 시청자에게 솔직하게 털어놓는 자체만으로 상당한 관심을 유도한다.
그런데 이를 놓고, 한 편에선 불편함을 얘기한다. 게스트 정우성이 방송에서 이지아-서태지를 언급하는 게 적절한가. 관련 내용을 언론에 흘린 제작진이 지나친 홍보를 한 것 같다 등을 제기하며, 부정적인 시선을 앞세운다. 과연 그럴까.
예능방송에 출연하는 게스트에 대해, 누가 출연하고, 어떤 내용을 담고 있다는 식의 언론 홍보는, 무릎팍도사 정우성에게만 해당되는 사안이 아니다. 토크쇼는 물론, 예능방송에 출연하는 거의 모든 게스트에 대해 제작진이나 언론이 홍보를 주도하는 건 일반적이다. 정우성이란 게스트만 특별히 과한 홍보에 노출된 게 아니다. 또한 네티즌사이에 이슈가 될 경우, 관련기사가 무더기로 양산되는 것도, 소비가 많으니 공급이 많아지는 이치를 벗어나지 않는다.
오히려 주목해 볼만한 것은 홍보에 관한 논란보단, 정우성에게 이지아-서태지와 관련된 발언을 끌어낸 무릎팍도사 강호동이다. 무릎팍도사 강호동다웠기 때문이다. 시청자가 정우성에게 묻고 싶은, 궁금해 하는 이야기를 끌어내는 능력. 게스트가 쉽게 반응하고 답하기 힘든 부분에도 돌직구를 던질 수 있는 MC로서의 자질이 살아있음을 엿볼 수 있다.
사실 정우성의 입장에선 이지아에 대해 언급하는 게 불편할 수 있다. 하지만 정우성이 하고 싶은 이야기만 털어놓는 토크쇼라면, 굳이 무릎팍도사에 나올 필요가 있을까. 무릎팍도사 강호동도 마찬가지다. 시청자가 아닌, 정우성이, 게스트가 원하는 방향에서만 접근하고, 게스트를 포장하는데 초점을 맞춘 토크쇼를 지향한다면, 1년 만에 재개가 아닌 폐지하는 게 차라리 나았을 것이다. 그런 류의 토크쇼는 널렸으니까.
때로는 불편할 수 있다. 하지만 그로 인해 해소시킬 수 있다. 강호동이니까 시청자를 대신해, 게스트가 불편할 수 있는 질문도 거침없이 던지고 마는 토크쇼가 무릎팍도사다. 그런 강호동의 스타일을 알고도 게스트가 과감하게 출연 결심을 하는 토크쇼가 무릎팍도사다. 그것이 토크쇼 ‘무릎팍도사’가 지닌 최고의 무기이자 경쟁력이다.
1년여 만에 무릎팍도사 강호동이 돌아왔다. 업그레이드? 재미가 업그레이드된다면 환영할 일이나, 굳이 안 되었어도 괜찮다. 예전에 보여줬던 강한 캐릭터 속 촌철살인 무릎팍도사 강호동의 포스를, 시청자가 그에게 바라는 기대감을 져 버리지 않는 것. 그것만으로도 성공적 귀환이 될 수 있다. 단지 예전 포스를 강호동이 재현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그 시작. 첫 상대가 정우성이다. 정우성의 걸어온 인생을 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그려보는 의미있는 시간과는 별도로, 강호동과 정우성의 팽팽한 신경전(?)이 또 다른 기대감을 낳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