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 섬마을 음악회, ‘올해의 몸개그’를 완성한 건?
리얼버라이어티 최고의 감초 윤종신이, 예능이 낯선 유희열과 윤상을 데리고 ‘1박2일’을 찾았다. 25일 방송된 해피선데이 1박2일 시즌2에서 처음으로 게스트특집 마련한 것이다. 그렇다면 왜 윤종신-유희열-윤상인가. 그들은 20년이 넘게 음악을 한 공통점을 지녔고, 1박2일은 전남 진도 가사도에서 펼칠 ‘섬마을 음악회’를 기획했기 때문이었다. 노련한 뮤지션들의 도움을 받아, 비록 소박한 음악회지만 완성도를 높이려는 의도.
일단 1박2일 제작진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연예인 게스트를 활용하는 방법이 탁월했기 때문이다. 예전처럼 연예인 게스트를 불러다가, 여행을 떠나며 미션을 하고 복불복에 매진할 수도 있다. 하지만 ‘섬마을 음악회’라는 기획을 하고, 콘셉트에 맞는 게스트를 섭외함으로써, 기존 예능 게스트특집과 차별화는 물론이고, 활용과 효율면에서도 극대화를 꾀한 제작진의 신의 한 수라 평할 만 했다.
효과는 섬마을 음악회가 시작하기도 전에 폭발했다. 윤종신을 진중권에, 윤상을 권영길에 비유한 19금 변태감성 유희열의 현란한 말빨은 여전했고, 김종민을 따라한 혐오(?)를 담은 눈빛 리액션은 대박을 쳤다. 수줍은 김병지 윤상은 유희열보다 더한 나약함으로 훈훈한 스펀지 역할에 충실해, 많은 인원으로 보이스가 겹치는 상황을 적절하게 무마시키는 수동형 게스트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리고 윤종신. 역시 윤종신이었다. 리얼버라이어티의 절대반지다. 윤종신을 잡는 리얼버라이어티는 성공한다를 보여줬다. 이미 유재석의 ‘패밀리가 떴다’에서 보였던 절대 예능감을 ‘1박2일’에서도 유감없이 발휘하며, 주워 먹기의 달인, 깐족의 1인자로서 왜 리얼버라이어티가 탐내는 캐릭터, 예능섭외 1순위인가를 재차 확인시켰다.
윤종신의 적재적소에 터트리는 입담은 지루할 수 있는 빈틈을 허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검증된 입담이상으로, 이번 1박2일에서 빛난 건 그의 리액션, 몸개그였다. 라면을 놓고 벌인 제기차기에서, 그는 자칫 캐릭터가 무너질 것을 우려하며 자신의 운동신경을 자랑했다. 테니스 선수 전미라의 남편이자, 부부는 테니스가 인연되어 만났던 터라 그럴듯한 느낌으로 기대감을 한껏 높였다. 하지만 윤종신은 달랑 1개를 차는 반전으로 대폭소를 일으켰다.
그리고 결정타는 바다입수를 걸고 모래위에서 펼친 닭싸움이었다. 1명의 입수자를 뽑는 1/10의 확률게임. 이런 건 걸린 적이 없다면서, 직접 원을 그리며 닭싸움에 강한 자신감을 보인 윤종신. 하지만 그 자신감, 무모한 열정은 시작과 동시에 어처구니없게 무너졌다. 소심한 윤상에게 거칠게 달려들었다가, 툭하고 받아친 윤상에게 민망할 정도의 포즈로 심하게 나뒹굴어 주는 몸개그의 결정판. 꾸미지 않은 솔직한 윤종신의 발라당은 2012년 ‘올해의 몸개그’로 손색이 없었다. 이런 대박이 없다.
입수까지 다소곳이 몸을 담군 윤종신은 끝까지 예능 본능을 불살랐다. 검정색 발열내복, 화려하지 않은 입수, 소박한 적심이 부르는 대폭소. 입수조차 본인의 캐릭터를 녹여내는 영리함. 과연 윤종신이다. 사실상 윤종신 원맨쇼로 봐도 무방했다. 1박2일 멤버들조차 게스트 윤종신의 활약상을 배꼽빠지게 지켜보며 리액션에만 충실해도 될 정도의 활약이었기 때문이다.
방송초반 슈퍼스타K를 모방한 섬마을 음악회오디션이 없었다면, 성시경이 이승철의 흉내를 내고, 이수근의 리어카를 하지 않았다면, 1박2일 멤버들의 분량이 아쉬웠을 정도로, 윤종신의 전방위 활약과 유희열의 어록, 윤상의 스펀지 효과는 대박이었다. 그만큼 1박2일 멤버들에게, 그들은 섬마을음악회를 위한 특별 게스트가 아닌, 예능의 도전장을 들고 온 개그트리오 등대지기에 가까웠다.
하지만 이렇듯 윤종신을 비롯한 게스트가 기존 멤버처럼 쉽게 동화되고, 열심히 참여하며, 자연스런 웃음유발을 가능하게 만들었던 과정은, 역시나 ‘섬마을 음악회’라는 목적이 분명하기 때문일 것이다. 참여한 목적이 분명하기 때문에, 수단과 과정에서 게스트는 손님이 아니고, 주인이 될 수 있었다. 웃기러 온 것이 아니라, 즐기러 올 수 있는 바탕이 되고, 힘이 된다.
150여 명의 주민이 살고 있는 전남 진도 가사도로, ‘1박2일’팀이 여행을 떠났다. 그들은 이름조차 생소한 그 자그만 외딴 섬에서, 과연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끼는 여행을 할 것이며 즐기게 될 것인가. 어쩌면 김승우-이수근 등 예능선수들을 보유한 1박2일 시즌2 제작진이, 매 여행마다 가장 신경써야 할 부분일 것이다.
그리고 이번 가사도 여행에서 1박2일 제작진은 ‘섬마을 음악회’라는 신의 한수를 두었다. 여행에서 ‘보고’ 느끼는 건 쉽다. 하지만 ‘보여주고’ 느끼는 건, 결코 쉽지 않다. 그래서 이번 여행은 1박2일 시즌2 멤버들에게, 어느 때보다 쉽지 않은, 걱정이 동반되는 여행이다. ‘과연 우리가 잘 해낼 수 있을까.’ 하지만 가진 걸 나눌 수 있다는 것,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에서, 이미 그들에겐 걱정도, 두려움도 느낄 수 없었다.
이를 가능케 한 건, 게스트 유희열과 등대지기(윤종신-윤상)덕분이었다. 김승우 등 1박2일 멤버들이 챙겨줘야 할 손님들. 하지만 게스트들은 거부했다. 챙겨줄 필요가 없다. 그냥 함께 즐기면 된다를 보여줬다. 유희열-윤상이, 그리고 음신과 예능의 신을 오가던 윤종신이 보여줬다. 그게 섬마을 음악회로 고스란히 이어진다. 마을 주민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음악회가 아닌, 함께 즐기는 소박하지만 특별한 음악회. 그래서 이번 주 방송되는 가사도 섬마을 음악회가 더욱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