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의 조보아 야누스 연기력, 김소은과 서브녀 반란 이끌수 있나
백광현(조승우)은 기적을 부르는 사나이가 맞았다. 20일 방송된 월화드라마 ‘마의’에서 백광현은 의생선발시험을 통과한지 얼마 안 된 혜민서 신입의생의 신분으로, 자결을 시도한 청상과부 서은서(조보아)를 설익은 심폐소생술로 살려내더니, 막판엔 시체실에서 죽은 줄로만 알았던 병자의 목숨을 살려내 또 한번 주변사람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마의 백광현의 손을 거치면 기적처럼 살아났던 말, 개, 기타 등등의 짐승들에서, 이제 인의가 된 그의 손을 통해 환자들이 숨쉬기 시작했다.
백광현이 정말 죽은 사람을 살려냈다면, ‘천재다’, ‘기적이다’식으로 포장할 수 없다. 작위적이란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하지만 죽을 줄로만 알았던, ‘실제로는 목숨이 붙어있던 사람’을 살려냈기 때문에, 인의로서 천재성을 타고난 백광현의 기적은 시청자에게 재미와 감동을 선사한다. 의생 광현이 병자를 살려내는 방법과 과정에서도 강지녕(이요원)과 일전에 공부했던 내용이나, 의생 윤태주(장희웅)와 나누었던 이야기가 바탕이 되기에 설득력을 담보할 수 있었다.
그래서 드라마 ‘마의’는 통할 수밖에 없다. 판타지드라마가 아님에도, 주인공 백광현을 통해 스토리의 개연성을 망가뜨리지 않는 범위에서 시청자가 원하는 만큼의 판타지를 만족시키고 채워주기 때문이다. 게다가 백광현의 매력은 의술에서만 빛나는 게 아니라, 남자주인공답게 조선 여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스타일을 겸비해, 그를 둘러싼 러브스토리는 사람을 살리는 행위만큼이나 흥미롭게 재미를 양산한다.
현재 백광현은 의녀 강지녕과 훈훈한 동료애를 쌓아가고 있다. 하지만 기저에는 ‘사랑’이란 감정이 꿈틀대고 있다. 아직 두 사람이 자신의 내면을 깊게 들여다 볼 여유가 없었기에, 사랑이란 감정을 의식하지 못할 뿐이다. 심지어 강지녕은 이성하(이상우)가 자신을 오래전부터 사랑하고 있었음을, 16회에 그의 고백을 듣고 나서야 알았을 정도. 물론 지녕이 성하를 남자로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그만큼 사랑이란 감정에 무디다는 방증일 수 있다. 그러니 자신이 광현을 사랑하는 것조차 파악 못하고, 질투를 질투가 아니라고 부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시청하는 입장에선, 광현에게 두터운 동료애이상의 감정(사랑)을 읽지도, 표출하지도 못하는 강지녕보단, 비록 짝사랑에 불과하나 광현을 향한 숙휘공주(김소은)의 적극적이고 귀여운 애정공세가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공주와 마의출신 의생이 신분차이를 극복하고 사랑을 나눌 수 있다면, 그것만큼 흥미로운 상황도 없기에, 비록 숙휘공주가 서브여주인공이긴 하나, 혹시나 하며 백숙커플을 기대하고 응원하는 시청자가 많은 것이다.
마의 16회에서도 백광현의 얼굴 한번 보겠다며, 추운 날씨에 그네를 타며 고뿔(감기)에 걸리고자 애쓰는 숙휘공주의 무모하지만 절실한 사랑의 기운은, 아름다울 뿐 아니라 재미까지 끌어낸다. 반면 강지녕은 서두식(윤희석)에게 오해를 사고, 의생 동료들의 왕따로 광현이 위기에 빠질 때마다, 적재적소에 나타나 도움을 주지만, 그 모습에 ‘사랑스럽다’보단 ‘바른 처자다’, ‘광현이 좋은 동료를 두었다’식의 느낌이 앞선다.
사랑이란 이야기 축과 관련해선 강지녕의 위기인 셈이다. 그런데 그녀의 위기를 재촉하는 또 한명의 처자가 등장했으니, 서은서(조보아)다. 청상과부가 된 정성조(김창완)의 며느리 서은서는, 자결을 시도했다가 광현의 심폐소생술로 극적으로 살아났다. 은서는 왜 자신을 살려냈냐며 광현에게 막말을 퍼부었지만, 생명의 가치, ‘당신은 소중하다.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다.’로 진정성있게 설득했던 광현에게 급호감을 느껴버렸다.
백광현은 천민출신이긴 하나 참 따뜻한 사람이구나. 조선에도 이런 남자가? 정말 매력있는 남자구나. 미모의 젊은 과부 서은서마저 마성의 남자 백광현에게 홀리기 일보직전까지 왔다. 지난 16회 동안 지녕이 광현에게 느꼈을 감정을, 은서는 단 1회만에, 5분 정도의 분량만으로 느껴버렸다. 심지어 백광현을 만나겠다고, 과부티 안 나는 참한 처자의 모습으로 혜민서에 나타나 숙휘공주에게 긴장감을 선사했다. 숙휘공주-서은서 빅뱅 전초전.
아쉬운 건 역시, 서은서 역에 조보아를 둘러싼 연기력논란이다. 16회가 끝나고 발성부터 감정표현까지 엉망이란 시청자의 질타에 노출됐다. 조보아가 신인배우이긴 하나, 발연기를 해서 튄다는 것이다. 아무리 조보아가 예뻐도 발연기는 용서못한다는 반응이다. 15회에서 서은서가 자결을 시도하고 죽은 척 했을 때, 5분의 임팩트, 미친 존재감이란 수식어로 인터넷을 떠들썩하게 만들었을 때와 상반된 결과다.
자결을 시도하고 죽은 것 같았던 모습의 서은서는 아름다웠다. 뿐만 아니라 조보아의 연기도 일품이었다. 광현이 은서의 옷고름을 풀어헤치고, 그녀의 가슴에 손을 대고 심폐소생술을 시도했을 때도, 은서역의 조보아는 조금의 미동도 하지 않았다. 죽은 척한 연기와 무표정은 최고였다, 명연기였다. 단지 극적으로 살아나서, 광현에게 입을 열기 시작하면서 발연기가 술술 나와 실소를 낳았고 실망을 주고 말았다.
명연기와 발연기를 오간 조보아의 야누스 연기력은 향후 개선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 드라마 마의를 위해서도, 즐겨보는 시청자를 위해서도. 다만 조보아의 연기력논란과 별도로, 서은서는 매력이 있는 캐릭터다. 미모의 청상과부로 광현을 흠모하며 그에게 도움을 주게 될 은서는 매력이 있다. 백광현과 적대적인 정성조의 며느리이기 때문에 더욱 필요하고 비중이 있어야 마땅하다.
조보아는 예쁘다. 조보아는 드라마 ‘마의’에서 제2의 숙휘공주 김소은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연기력이 받쳐줘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짧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숙휘공주를 매력적으로 만들고, 백숙커플을 응원하는 시청자를 양산한 것은, 김소은의 미모와 연기력이 뛰어났기에 가능했다. 서은서를 캐릭터를 매력있게 만들고, 광현에 대한 그녀의 짝사랑을 응원하게 만들 시작은 조보아의 미모로 가능할지 모르나, 중간과 끝은 결국 연기력에서 좌우된다.
서은서의 합류로, 백광현 주변에 여자가 너무 많은 것이 아니냐는 불만도 제기될 수 있다. 하지만 마의에서 강지녕이란 캐릭터가 채워줄 수 없는 포지션, 개성, 매력이 숙휘공주와 서은서를 통해 만들어지고 채워질 수 있다면, 드라마를 더욱 재미나고 풍성하게 만들 시너지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서브녀 ‘숙휘공주-서은서’의 반란을 반긴다. 조보아의 연기력이 회를 거듭할수록 나아지고, 서은서의 캐릭터에 보다 잘 녹아들 수 있다면 더욱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