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의, 조승우 못된 손? 미모의 젊은 과부 조보아의 정체
백광현(조승우)은 단순한 천재가 아니었다. 19일 방송된 월화드라마 ‘마의’ 15회에서, 의생을 선발하는 2차 시험 동인경 시침이 있었고, 광현은 기존의 내의원들도 5곳 이상 놓기 힘들다는 상혈 10곳을 정확하게 시침했다. 그것도 이명환(손창민)의 수하에 의해 심각한 부상을 입어 제대로 가눌 수조차 없었던 오른 팔을 써서 말이다. 어떻게 설명해야 될까. 비록 마의 출신이긴 하나, 백광현은 침술에 관한 한 타고난 천재였으니까? 뭔가 부족하다. 그렇다. 백광현은 ‘기적’을 부르는 천재였다.
한편으론 마의가 드라마니까. 백광현은 타이틀 롤을 맡은 주인공이니까. 드라마틱한 과정, 기적같은 상황을 연출해도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주인공이 곤장을 맞고, 악역들에게 얻어맞거나 수모만 당한다면 무슨 매력이 있겠나. 백광현을 매번 궁지로 몰고 괴롭히는 자들에게, ‘나 자꾸 건드리면, 죽은 사람도 살려낼 거야.’와 같은 강한 경고의 메세지를 담은 천재성을 보여줄 필요도 있었다.
하지만 막상 광현이 의생선발시험을 무사통과하고, 혜민서 의생으로서 당분간 남들과 같은 교육과정을 거쳐야한다는 건, 자칫 지루함을 동반할 수 있었다. 수의 고주만(이순재)도, 강지녕(이요원)도, 그에게 적대적인 이명환도, 혜민서의 모든 의원과 의녀조차도 백광현의 천재성을 확인했다. 과연 천재 백광현이 풋내기 의생들과 섞여 뭘 보여줄 수 있을까. 따분한 이론위주의 교육? 시청자가 빨리 보고 싶은 건, 광현이 실전에서 인의로서 활약하는 모습일 텐데 말이다.
하지만 마의 제작진은 템포조절이 매우 능숙하다. 절대 서두르지 않았고, 개연성있게 실전을 경험할 수 있는 광현의 포지션을 잡아갔다. 일단 혜민서 의생들에게 병증과 처방을 가르치는 의학교수 권석철(인교진)을 내세웠다. 그리고 마의출신으로 인의로서 기본기가 갖춰지지 않은 백광현의 약점을 파고 들었다. 오히려 의생들사이에선 광현을 천재가 아닌 풋내기로 둔갑시킨 셈이다. 이어 광현을 일시적으로 낙오시켜, 의녀들에게 교육을 받으라는 망신을 주었다.
분명 석철의 처사는 지나쳤다. 하지만 덕분에 광현은 의생들과 다른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일단 의녀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특혜(?)를 누렸다. 의녀사이에서 백광현은 돈주앙에 가까웠다. 광현 스스로도 모르는 치명적인 매력에 의녀들은 열광했고, 지켜본 강지녕은 질투했다. 지녕은 질투가 아니라고 항변했지만, 누가 봐도 질투였다. 그렇게 지녕은 광현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여전히 읽지 못했다. 그리고 정작 그녀가 질투를 느끼게 될 상대는 의녀무리가 아니라, 숙휘공주(김소은)이고, 서은서(조보아)가 될 것이란 사실도.
‘마의’ 15회 말미에 드디어 백광현에게 미션이 주어졌다. 미모의 청상(젊은 과부)을 살려라. 이성하(이상우)의 친구 서두식(윤희석)에게 비밀리에 불려간 광현은, 자결을 시도하고 의식을 잃어버린 청상을 목격하고 충격을 받았다. 그러나 광현을 더욱 충격에 빠뜨린 건, 그의 목에 칼을 내민 서두식때문이었다. 두식은 자결을 시도한 동생을 어떻게든 살려내라며, 만일 살리지 못할 경우, 광현을 죽이겠다고 협박했다.
말과 같은 동물이라면 또 모를까. 의원도 아닌, 이제 겨우 마의의 신분을 벗고 의생이 된 광현에게 사람 목숨을 살리라니? 그것도 ‘살겠다’가 아닌 ‘죽겠다’를 택한 과부를 말이다. 광현으로선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덕분에 매우 흥미로운 상황이 연출됐고, 16회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과연 백광현은 미모의 젊은 과부를 어떻게 살려낼 것인가.
여기서 잠깐, 자결을 시도한 미모의 젊은 과부 정체를 알 필요가 있다. 이름은 서은서(조보아). 그녀는 명망높은 대제학 서종수의 여식이자, 이명환의 파트너 좌의정 정성조(김창완)의 며느리다. 혼인한지, 1년 만에 남편이 죽고 청상이 되었다. 미모와 총명함을 갖춘 그녀는, 백광현의 응급처치로 목숨을 구해 그를 사모하게 되고, 도움을 주게 될 또 한명의 광현바라기.
기존의 강지녕-숙휘공주에 미모의 청상 서은서까지. 도대체 돈주앙인지, 마주앙인지 백광현은 전생에 나라를 몇 번이나 구한 것일까. 아무튼 서은서의 합류는 시청하는 입장에서 매우 반갑다. 이유는 서은서역에 조보아가 단순히 예쁘기 때문만이 아니다. 서은서의 포지션이 드라마 ‘마의’의 재미를 더욱 부추기는 데에 플러스효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그동안 악역 포지션임에도 불구하고, 백광현과 이렇다 할 부딪힘이 없어 존재감이 미비했던 정성조(김창완)가, 며느리 서은서와 백광현이 가깝게 지낸다는 걸 안다면 상황은 볼만해 질 것이다. 정성조는 백광현에게 좀 더 악해질 계기가 필요했었기 때문이다. 물론 백광현-서은서는 더욱 곤란을 겪고 힘든 순간이 잦아지겠지만, 그 안에서 싹트게 될 총각과 과부의 썸씽은 이를 상쇄하고도 남을 재미가 될 전망이다.
사실 숙휘공주가 광현앓이로 귀여운 짝사랑을 폭발중이긴 하나, 광현과의 만남 자체가 쉽지 않아 재미를 만들어내는 데엔 한계를 품고 있었다. 그렇다고 광현과 지녕의 러브라인에 벌써부터 올인하며 끌고 가기엔 50부작이 너무 길다. 현재로선 숙휘공주보단 상대적으로 광현과의 접근성이 용이할 수 있는 서은서가, 러브라인의 긴장감과 재미를 이끌어 낼 수 있다. 미모의 젊은 과부라는 캐릭터도 신선해, 광현과 어떤 에피소드를 낳을 지 기대감도 낳는다.
백광현-서은서는 첫 만남부터 예사롭지 않다. 목숨이 오가는 상황이다. 게다가 예고에서 알 수 있듯이, 백광현은 서은서의 저고리를 벗기고 심폐소생술을 시도했다. 외간남자가 미모의 젊은 과부의 가슴에게 손을 댄 것이다. 의생이 아닌 마의였다면, 의욕이 넘친 백광현의 ‘못된 손’으로 오해받을 수 있던 장면. 특히 숙휘공주가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서은서의 생사여부는 둘째치고 폭풍질투가 예상된다. 그래서 강지녕보다는, 숙휘공주에게 오히려 서은서는 매력적인 라이벌이 될 수 있을 전망이다. 그렇다면 마주앙 백광현은? 그냥 웃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