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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남자 송중기-문채원, 매력이 반토막난 이유

바람을가르다 2012. 11. 15. 11:13

 

 

드라마 ‘착한남자’ 브릿지 오프닝을 통해 보여줬던 강마루(송중기)의 시계가 멈출 타이밍에 들어섰다. 강마루가 내심 원했던 시간으로, 마루에 의해서, 마루를 중심으로 모두가 제자리를 찾아가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루 본인조차도. 비록 그의 뇌속에 남은 시한폭탄 수술후유증은 여전히 째깍거리며 터질 순간만 기다리고 있었지만.

 

14일 방송된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남자’ 19회에서, 강마루는 서회장(김영철)의 죽음과 관련해, 박준하(이상엽)변호사로부터 관련 증거물을 건네받았다. 그리고 그 증거물을 서은기(문채원)가 아닌 강마루에게 건넬 수밖에 없던 이유를 박변에게 듣고 나서, 마루는 뭔가 깨달음을 얻은 듯 했다. 박변이 은기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방식에서.

 

 

 

그래서 강마루는 한재희(박시연)에게 데이트신청을 했고, 공원에서 두 사람은 만났다. 마루는 태산그룹을 모르던 시절에 태도로, 상냥하고 착한 모습으로 재희를 대했다. ‘마루가 나한테 왜 이러지? 뭘 잘못 먹었나?’ 재희는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한 술 더 떠 마루는 재희앞에서 울었다. 눈물을 찔끔 흘린 게 아니라 엉엉 울었다. 누굴 속이기 위한 눈물이 아니라, 감정이 북받쳐 진심으로 흘린 눈물, 마치 어린 아이의 순수함이 묻어나온 울음이었다.

 

마루는 자책하고 있었다. 한재희를 괴물로 만든 자신을. 한재희가 모텔방에서 자신을 협박하고 강간하려 했던 남자를 죽였을 때, 그녀에게 자수를 끝까지 관철시키지 못했던 그 옛날 강마루를. 재희의 죄를 대신 뒤집어쓰고 교도소에 갔던 자신을 후회하며 눈물을 쏟았다. 착했던 재희가 탐욕에 눈이 멀어, 뭐가 잘못인지도 모르는 괴물로 변해가도록 만든 건, 결국 자신의 실수였다며 후회했다.

 

 

 

마루의 눈물에서 재희도 재차 깨달았다. 강마루는 정말 착한 남자구나. 사랑스러운 남자구나. 이렇게 착하고 사랑스러운 남자를 내가 나쁜 남자로 만들었구나. 그래서 재희도 울었다. 엉엉. 그렇다면 마루와 다시 행복해질 수 있을까. 마루는 재희에게 죄값을 치루면 기다리겠다면서 예전으로 돌아가자고 말하면서도, 확실하게 선을 그었다. 자신의 모든 걸 줄 수 있지만, 예전처럼 사랑은 줄 수 없다고. 이제 마루는 재희가 아닌 은기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마루의 눈물에 재희는 확실히 달라졌다. 아들 은석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장난감(태산그룹)이 없어도 된다는 말에 결심했다. 모든 걸 내려놓고 강마루가 원하는 한재희의 모습으로 돌아가겠다고. 더는 괴물이 아닌 사람이 되겠다고. 그래서 안민영(김태훈)변호사를 찾아갔던 것이다. 그곳에서 재차 마루의 진심을 엿듣는다. 자신을 끝까지 지켜주겠다는 마루의 말. ‘은기를 사랑하는 걸 아는데, 네가 왜 날 지켜? 바보같이.’ 재희는 생각했을 것이다.

 

 

 

여전히 은기는 재희와 마루사이를 의심하고 있었다. 박변의 병문안을 하러 온 재희를 적대적으로 대하며, 몸수색을 감행했다. 이를 마루가 막고 나섰다. 은기가 아닌 재희의 편에 마루는 서 있었다. 재희는 아직도 은기앞에서 연기를 하는 마루가 안타까웠을 것이다. 마루도 이제 행복해져야지. 그래서 19회 마지막에 마루에게 딜을 시도했던 것이다. 딜의 내용은 중요하지 않았다. 재희가 원했던 건, 마루가 은기에게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말하는 것일테니까. 만일 은기가 마루를 받아주지 못하면, 자신이라도 마루의 옆을 지키고픈 생각이었을 테니까. 그렇게 한재희는 어느새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여자가 되고 있었다.

 

‘착한남자’ 19회에선 한재희만 예전에 마루가 사랑했던 모습을 되찾은 게 아니었다. 안변도 재희를 위해 홀로 자수하겠다면서, 그 옛날 서회장에게 충성했던 모습을 찾아갔다. 진화한 사람도 있었다. 박변은 은기를 향한 사랑의 해법을 찾았고, 한재식(양익준)은 강초코(이유비)의 미역국과 박재길(이광수)의 무릎 꿇고 한 눈물의 호소에 마루를 살해하려 준비했던 칼을 넣어 두었다.

 

 

 

그렇다면 기억상실증에서 벗어난 서은기는 어땠을까. 은기도 예전의 모습을 찾았다. 사람을 쉽게 믿지 못하는 성격. 그래서 더 사나워지고, 상대방에게 쉽게 상처를 주던 서은기로. 이제 마루가 뇌수술 전에 해야 할 일은, 은기의 증오를 삭히고, 그녀안에 깊이 박힌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것이다. 그런데 마루의 마음도 몰라주고 은기는 “꺼져!”라는 독설을 내뱉고 있었다. 그런 은기를 마루는 적극적으로 보듬어주려 애썼다.

 

착한남자 19회를 통해, 순수해진 얼굴로 개과천선하는 사람들이 속속 발생하고, 자신이 가야 할 자리를 좋든 싫든 찾아가는 가운데, 이제 마지막회에서 풀어야 할 이야기는 하나로 좁혀진다. ‘강마루와 서은기의 사랑이 이뤄질까.’ 마루의 뇌수술은 성공할까. 은기는 마루의 진심을, 사랑을 어떻게 읽어내고 반응할 것인가. 주인공인 마루와 은기에게 집중하기 위해, 19회는 한재희를 중심으로 주변인물의 이야기가 정리된 느낌이다. 그렇다면 19회는 내용면에서 결말로 가는 이음새역할을 충실하게 이행한 셈이다.

 

 

 

그럼에도 착한남자 19회는 아쉽다. 솔직히 실망스럽다. 왜 일까. 전체적인 분위기나 캐릭터들이 붕 떠버린 것 같았다. 감정의 급과잉이 느껴졌다. 마루가 재희를 위해 펑펑 울 필요가 있었을까. 마루의 매력은 절제에서 나오는데, 눈물 한 방울이면 족하지 않았을까. 게다가 갑자기 말이 많아졌다. 은기를 쫓아다니면서 무슨 말을 그렇게 많이 하는지. 송중기의 표현력이라면, 굳이 많은 말이 없어도 눈빛과 미소로 충분히 커버가 될 수 있음에도 말이다. 말이 너무 없어도 문제지만, 너무 많아도 문제였다. 그 많았던 말조차 은기도, 시청자도 사로잡지 못한 무감동, 무매력.

 

서은기는 또 어떤가. 아무리 서회장의 죽음과 관련해 재희와 안변이 의심스럽고, 박변의 사고까지 겹쳐 날카로워져 있다고는 하나, 마루에게 “꺼져!”라니. 마루에 대한 믿음이 아무리 약해졌다고 해도, 너무 감정이 앞섰다. 지난 18회에서 마루와 말없이 전화로 주고받던 안타까운 감정의 대화는 뭐가 되나. 기억상실증이 재발된 것도 아니고. 은기가 재희한테 막말을 할 순 있어도, 최소한 마루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좀 더 차분하고 따뜻함을 유지했으면 하는 아쉬움. 그래야 18회와 19회의 흐름이 좀 더 자연스럽게 이어지지 않았을까.

 

 

 

드라마에 나오는 모든 사람이 착해질 필요가 있을까. 모두가 저마다 뭔가를 깨달아야 드라마가 완성되는가. 착한남자 19회는 착한사람 만들기다. 아름다운 세상 만들기다. 그동안의 정적인 흐름을 깨고 저마다 착해질 수 있는 길을 찾아 들뜨고 붕 떠있는 것 같았다. 행동이 아니라, 말 몇 마디로 급작스럽게 해결되는 분위기다. 그래서 19회는 유독 튄다. 실망스럽다. 제작진의 착하고픈 무리수가 주인공인 강마루-서은기의 매력이 세심하게 드러나도 모자랄 시간에, 오히려 결말을 앞두고 매력만 반토막낸 느낌이었다. 마루의 이상적인 시계안에는 은기면 족할 수 있었음에도, 제작진은 모두를 품으려는 것 같았다. 그래서 어수선하고 튀는 느낌이었다. 과연 착한남자 마지막회가 19회의 실망감을 말끔하게 해소시켜줄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