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킹 강호동 ‘나 떨고 있니?’ 첫인상 효과
강호동이 돌아왔다. 10일 방송된 ‘놀라운 대회 스타킹’을 통해, 국민MC 강호동이 1년여 만에 시청자와 만났다. 많은 시청자가 궁금해 했다. 과연 컴백한 강호동이 어떤 모습을, 능력을 보여줄까. 그에 대한 궁금증과 기대감은 고스란히 시청률로 반영됐다. 덕분에 스타킹이 무한도전의 아성을 깨고 동시간대 1위로 우뚝 올라섰다.
AGB닐슨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10일 방송된 ‘스타킹’은 전국기준 16.2% 시청률을 기록했다. 지난 3일 방송분이 기록한 10.8%에 비해 무려 5.4% 상승했다. 뿐만 아니라, 토요일 저녁예능의 절대강자, 난공불락 무한도전(12.7%)을 3.5%차이로 따돌리는 놀라운 시청률시위를 자랑했다. 10%대의 꾸준한 시청률로 사랑받던 ‘불후의 명곡’은 7.2%로 급추락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강호동의 방송복귀 효과다. 역시 소문난 잔치엔 사람이 몰린다.
하지만 전주에 비해 ‘5.4%’나 시청률이 급등한 점은, 단순히 강호동 ‘방송복귀’효과로만 치부할 수 없다. 강호동의 복귀소감은 오프닝을 통해 약 10분 여분가량 진행됐을 뿐, 실질적으로 스타킹이란 프로그램을 시청자가 떠날 수 없도록 80분 동안 지켜보게 한 힘은, 강호동의 방송복귀 효과를 극대화시킨 강호동이란 ‘사람’의 매력이고 능력을 어필했기 때문이다.
방송을 임하는 강호동의 열정과 진행능력은 1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스타킹에 도전한 일반인 참가자의 긴장을 이완시키는 능력, 포용력, 연예인게스트를 적재적소에 참여시키며 리액션을 극대화시키는 능력도 여전했다. 시종일관 집중력을 잃지 않고 유쾌하고 호탕하게 풀어갔다. 강호동의 재치 넘치는 멘트와 말춤을 비롯한 코믹한 리액션 또한 예전처럼 적절하게 녹아들었다. 역시 국민MC다. 명불허전이다.
그러나 ‘스타킹’의 모든 과정을 끝까지 지켜보게끔 만들었던 건, 강호동의 첫인상, 즐겨 쓰는 진정성에서 시작됐다. 방송복귀 후, 첫 오프닝에서 보여준 그의 진정성이 시청자에게 통했기 때문이다. 어떻게 시작하느냐. 무엇으로 시청자와의 거리감을 줄이고 진실하게 교감할 수 있는가. 잘못하면 밋밋하고, 자칫하면 오버해서 밉보일 수 있는 방송복귀의 시작. 뇌리에 강하게 남는 첫인상. 어느 무엇보다 복귀하는 강호동에게 가장 큰 부담이고 벽이었다.
그런데 강호동은 ‘스타킹’에서, 기가 막힌 신의 한수를 두었다. 첫 등장과 함께 그의 전매특허 에너지 넘치는 액션과 멘트를 뒤로하고, 90도로 깍듯이 시청자에게 고개 숙여 인사를 했다. 이어 곧바로 피아노 앞으로 갔다. 그리고 그는 떨리는 손을 건반위에 놓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노사연의 ‘만남’이란 노래를 불렀다.
강호동의 만남. 모든 게 서툴렀다. 그의 노래도, 피아노연주도. 그래서 연예인 게스트나 방청객사이에서는 중간 중간 웃음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그럴 법 했다. 하지만 강호동은 어느 때보다 진중한 자세로 끝까지 노래를 소화했다. 그런데 그 모습이 시청자에게 통했다. 천하의 국민MC 강호동도 1년여의 공백에 긴장하고 있구나. 떨고 있구나. 방송복귀에 임하는 강호동의 자세, 진정성이, 말없이 서툴게 피아노를 치며 떨고 있던 그의 열손가락에 고스란히 묻어난다.
스타킹의 시청률이 전주에 비해 5.4% 상승한 16.2%라는 결과를 낼 수 있었던 건, 오프닝이 너무 좋았기 때문이다. 강호동의 ‘방송복귀’라는 자체효과 이상으로 ‘나 떨고 있니?’라는 첫인상 효과, 국민MC이전에 인간미가 통한 것이다. 그를 향한 시선이 따뜻해질 수밖에 없다. 복귀하는 그를 더욱 응원하고 싶게 만들었다. 기대했던 강호동의 탁월한 진행능력이 아닌, 서툴렀던 피아노연주와 노래로의 시작이 말이다.
강호동은 ‘만남’을 선곡한 이유로, 시청자와의 만남을 소중하게 마음속에 간직하고 싶었기 때문이라면서, 앞으로 잘할 자신은 없지만 최고로 열심히 할 자신은 있다고 방송복귀에 대한 소감을 겸손하게 드러내며 마무리했다. 이어 예전 강호동 특유의 모습과 태도, 진행능력을 재현했고, 1년여의 공백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강호동이 스타킹에서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스타트였다. 그도, 시청자도 만족시킨.
스타킹이 무한도전을 극복하고 시청률 1위에 올랐다고 해서, 크게 놀랄 일은 아니다. 강호동의 방송복귀 효과는 어느 정도 예견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효과는 지속되지 않는 한계를 가진다. 때문에 강호동도, 스타킹을 비롯한 그가 진행하는, 해야 할 프로그램도 지금보다 더 고민하고 노력해야 하는 건 당연하다. 다만 강호동의 복귀 첫인상은 시청자가 그에게 애정을 가지고 지켜볼 기폭제가 되었다. 스타킹MC 강호동이 아닌, ‘강호동’이란 사람에 호감을 느낄 수 있는 단순 시청률이상의 효과를 낳았다.
10일 방송된 ‘놀라운 대회 스타킹’을 통해, 강호동은 1년여 간의 공백을 깨고 시청자의 앞에 섰다. 과연 강호동은 지난 1년 동안 얼마나 달라졌을까. 어떻게 변했을까. 국민MC의 포스를 예전처럼 무리없이 재현할 수 있을까. 많은 시청자들이 궁금해 했다. 이에 화답하듯 강호동은 진솔하게 보여줬다. 그가 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으며 국민MC로 불리는지, 웃음과 감동이 공존하는 예능에 왜 그의 에너지가 필요한지를. 이제 강호동만이 보여줄 수 있는 매력으로, 자신감으로, 그를 기다린 시청자의 관심과 사랑에 보답하는 진정한 국민MC로 거듭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