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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의 조승우 ‘곤장 30대’에 대한 주변 반응

바람을가르다 2012. 11. 7. 09:46

 

 

 

6일 방송된 월화드라마 ‘마의’ 12회에서, 마의가 짐승이 아닌 사람에게 시침을 했으니 살인행위와 다를 바 없다는 누군가의 발고로, 백광현(조승우)은 포청에 붙잡혀갔다. 그리고 누군가의 배후에는 이명환(손창민)이 있었다. 그 사실도 모른 체, 강지녕(이요원)은 아버지 이명환에게 마의 백광현을 구해달라며 포청에 압력을 넣어주길 기대했고, 이성하(이상우)는 사랑하는 누이 지녕이 속상하고 슬퍼하는 건 차마 볼 수 없어, 광현을 도우려 부지런히 발품을 팔았지만 끝내 결실을 맺진 못했다.

 

백광현에게 곤장 30대가 주어졌다. 자칫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절체절명의 위기상황. 그렇다면 광현의 엉덩이를 곤장으로부터 구해줄 사람은 누구일까. “한대요.”, “두대요.” 묵직한 곤장형벌이 시작됐다. 서너대 맞았다면, 누군가 갑작스럽게 튀어나와 ‘멈추어라!’ 혹은 ‘잠깐만!’ 외쳐줄 타이밍이다. 그런데 아무도 나타나질 않는다. 어라? 열다섯 대가 넘어가도 곤장을 스톱시키는 인물이 없다. 결국 누구의 도움도 받질 못한 백광현은 혼절한다.

 

 

 

백광현의 그 혼절타임조차 용납하지 않고 물을 끼얹어, 돌곤장 30대를 꾸역꾸역 채우고 마는 성실한(?) 포청사람들. 이건 반전이다. 시청자가 깜짝 놀랄 ‘곤장 30대’의 반전이다. 어떻게 주인공 백광현을 돕는 이가 한명도 없단 말인가. 숙휘공주(김소은)는 신분상 어쩔 수 없었다해도, 믿었던 수의 고주만(이순재)영감까지 침묵했다. 광현의 재능을 인정한 고주만도, 죽어가는 동료의 목숨을 구하려 시침을 한 야매 백광현의 선의는 이해한다해도, 법을 어긴 부분은 용납하기 힘들었다. 수의라는 직책을 가졌기에 더욱 냉철하게 판단할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그렇다면 백광현의 곤장 30대가 불러온 효과는 무엇인가. 일단 백광현 본인이 아팠다. 살점이 뜯겨나가고 생사를 오갔던 아픔이었다. 하지만 살았다. 재차 느꼈다. 억울함을. 그리고 인의가 아닌 마의이기 때문에 할 수 없는 일을. 겪을 수밖에 없는 차별과 한계를. 그래서 광현은 고주만의 권유로 의생선발시험에 도전하려 한다. 인의가 되고자 한다.

 

 

 

무허가 시침으로 인한 곤장 30대의 억울한 사건이 없었다면, 백광현은 마의라는 직업에 만족하며 살았을지 모른다. 그래서 곤장 30대는 광현에게 마의에 만족하지 말고 인의에 도전하라는 계시 혹은 일침일 수 있었다. 그러면 제작진이 왜 주인공 백광현이 곤장 30대를 맞는데도, 아무도 도움을 주지 못하게 만들었는지에 대한 명쾌한 해답이 된다. 주인공이 죽을 만큼 곤장을 맞고 사경을 헤매게 만든 뒤, 마의에서 인의로 다시 태어나게끔 유도한 의미가 남다른 곤장 30대였던 셈이다. 스스로 위기를 극복하고 성장하며 변화하는 계기.

 

백광현의 곤장 30대를 둘러싼 주변반응도 재밌고 이채롭다. 일단 백광현을 사랑하는 모임 ‘백사모 트리오’ 추기배(이희도)-자봉(안상태)-오장박(맹상훈)이 실질적으로 해줄 수 있는 건, 위로가 담긴 '광현아 힘내라.'는 말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들이 준비한 눈물의 닭죽은 광현에게 그 어떤 것보다 힘이 되었다. 곤장을 막을 힘이 백사모에겐 없었지만, 그들은 광현에게 가족같은 존재다. 자신이 힘들고 괴로울 때 옆을 지켜주는 가족이 있다고 느꼈기에, 광현은 곤장맞으러 가는 길이 두렵긴 해도 외롭진 않았다.

 


백광현의 곤장소식에 가장 분노했던 숙휘공주는 어땠는가. 그녀는 곽상궁을 비롯한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병문안을 위해 광현의 집을 직접 찾아가는 초강수행보를 보였다. 그리고 곤장맞은 광현의 상태를 직접 목격한 숙휘공주는, 사랑하는 그를 돕지 못했다는 여인의 한을 담아, 광현에게 매질을 가한 포졸들을 모조리 잘라 버리라는 명을 호위무사에게 내린다. 공주가 분노하는 이유가 단순 명쾌하다. 내남자를 감히...

 

그리고 백광현의 곤장 30대 효과를 가장 크게 본 인물로 강지녕을 꼽을 수 있다. 그동안 강지녕은 여주인공임에도 불구하고, 숙휘공주의 상큼하고 발랄한 매력에 다소 밀리는 양상을 보여 고전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백광현 곤장에피소드에서, 그녀는 가장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광현을 구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고, 광현이 곤장을 맞을 땐, 자신이 맞는 것처럼 폭풍눈물을 흘렸다.

 

 

 

사경을 헤매던 광현의 손을 꼭 잡고 밤새도록 간호했던 사람도 강지녕이었다. 광현이 시침했던 강마의가 살아났음을 가장 먼저 광현에게 알리고, 그의 기쁨과 눈물을 지켜봐주고 함께 눈물을 흘려주었던 사람도 지녕이었다. 결국 백광현의 옆엔 숙휘공주가 아닌 강지녕이 있어야 함을 시청자에게 뚜렷하게 각인시켰다. 한마디로 여주인공다운 포스를 보여주었다.

 

백광현은 이제 마의에서 인의로 변신을 꾀한다. 그 과정이 이명환-정성조(김창완) 등 훼방세력들에 의해 순탄하지 않을 것이다. 곤장 30대보다 더한 시련도 닥칠 것이다. 그럼에도 크게 걱정되지 않는다. 백광현의 주변엔, 그를 믿어주고 아낌없이 응원해 주는 좋은 사람들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드라마 ‘마의’가 따뜻함을 유지할 수 있고, 시청자의 많은 사랑을 받는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