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연예

강호동 효과, 방송복귀가 중요한 게 아니다

바람을가르다 2012. 11. 3. 12:21

 

 

 

강호동이 돌아왔다. 지난 달 29일 SBS ‘스타킹’ 녹화를 통해, 강호동은 잠정은퇴를 선언한지 1년 2개월여 만에 실질적인 방송복귀를 알렸다. 공개녹화로 이뤄진 이 날 강호동은, 자숙기간동안 시청자의 사랑이 얼마나 감사하고 소중한지 다시금 깨달았다면서, 앞으로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방송인 강호동이 되겠다고 말했다.

 

그를 기다렸던 시청자뿐 아니라, 각종 언론과 방송매체는 일제히 국민MC 강호동의 복귀를 환영했다. 강호동이 현재 침체된 방송, 예능계를 살릴 것이란 전망을 쏟아내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국민MC 강호동의 능력치를 감안하면, 충분히 기대감을 부풀릴 수 있는 대목이다. 아무리 1년여의 공백기가 있었다한들 말이다.

 

 

 

다만 방송인 강호동에 대한 기대감과 그가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은 구분이 되어야 한다. 현재 강호동은 잠정은퇴 전 진행을 맡았던 1박2일-강심장은 제외하고, SBS스타킹과 오는 29일 재개되는 MBC ‘황금어장-무릎팍도사’의 복귀만을 결정했다. KBS에서 하고자하는 예능은 꾸준히 추진중에 있으나, 아직 뚜렷한 윤곽은 드러나지 않은 상황이다.

 

강호동의 복귀프로그램은 현재로선 스타킹-무릎팍도사가 전부란 얘기다. 그렇다면 스타킹과 무릎팍도사가 침체된 예능을 살릴 수 있는가. 냉정하게 말해서 아니다. 강호동이 없이도 스타킹은 박미선-붐-이특체제로 꾸준히 방송되었고, 비록 토크쇼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무릎팍도사가 사라졌지만, 힐링캠프-승승장구 등 대체할 토크쇼가 브라운관엔 넘쳐났다.

 

 

 

오히려 예능계가 무릎팍도사의 복귀를 무작정 환영할 입장은 아니었다. 토크쇼를 좀 더 줄일 필요가 있었다. TV를 틀면 예능은 토크쇼와 오디션이 전부처럼 착각들 정도로, 이들 포맷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나치게 크다. 그와 중에 강호동의 무릎팍도사가 복귀한다고 해서, 침체된 예능을 살릴 수 있겠는가. 강호동으로선 예전만큼 잘해야 본전인 상황이다.

 

강호동이 복귀를 결정한 스타킹-무릎팍도사는 침체된 예능을 살리기엔 자체적으로 약점을 가진 부족한 프로그램이란 얘기다. 강호동이 돌아와서 포맷이 확 바뀔 프로그램도 아니고 말이다. 즉 MC 강호동에 대한 기대를 ‘스타킹-무릎팍도사’와 연관 지어 품는다면, 그 기대감이란 얼마 못가 실망으로 돌변하기 어쩌면 딱 좋은 상황이다.

 

 

 

강호동이 돌아오면 유재석이 부활하고 윈윈이 될 것이란 얘기는 또 무엇인가. 강호동이 없어서 유재석이 인기와 인정을 덜 받았다는 것인가. 유재석이 진행하는 ‘해피투게더’나 ‘놀러와’ 등이 예전만큼 인기를 끌지 못하고 시청률이 나오지 않는 건, 프로그램이 시청자를 사로잡는 매력이 그만큼 떨어진 것이지, 유재석의 진행에 문제가 있거나, 라이벌 강호동이 없었기에 벌어진 기현상으로 취급할 문제는 아니란 얘기다.

 

현재 예능의 침체기는 강호동이란 특급 MC의 부재에 기인한 것이 아니다. 시청자를 사로잡는 프로그램과 아이템의 부재다. 이 방송, 저 방송 돌아가며, 1년 내내 오디션을 해서 이제는 참가자가 동이 날 지경이고, 토크쇼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풀가동이다. 그 나물에 그 밥인 예능이 우후죽순 쏟아지는 상황에서, 시청자에게 TV를 보라며 유혹하는 건 방송사의 지나친 욕심일 뿐이다.

 

 

 

강호동이 왜 식상함을 줄 수 있는 위험부담을 감수하고, 스타킹과 무릎팍도사로 방송복귀를 시작했을까. 두 프로그램에 대한 그의 애정과는 별개로, 그만큼 선택의 폭이 좁았다는 얘기다. 승부사 강호동이 도전해보고 싶은 프로그램 기획안을 접하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각 방송사 예능국이 프로그램에 대한 아이템과 고민이 부족하다는 얘기고, 위험요소가 강한 새로운 포맷보단 시청률이 보장된 검증된 포맷을 쫓기 때문이란 얘기도 될 수 있다.

 

강호동이란 국민MC가 1년이란 공백기를 가졌다. 그리고 돌아왔다. 그가 하게 될 새 프로그램이 무엇일까 무척 궁금증을 자아낸다. 새로운 포맷이라서 위험요소가 다분할진 몰라도, 홍보효과는 최대한 누릴 수 있었다. 그러한 찬스마저 날려버린 게 현재 지상파 예능국이다. 그렇다면 지난 1년 동안 각 방송사가 강호동에게 꾸준히 러브콜을 해왔던 건 무엇인가. 제대로 된 기획안없이, 그저 강호동이 컴백만하면 모든 게 해결될 것이란 안이한 자세밖에 남질 않는다.

 

 

 

침체된 예능은 강호동-유재석과 같은 메인MC 한명에 좌지우지될 정도의 시대는 끝난 지 오래다. TV가 새로움을 주지 못하면 시청자는 떠나기 마련이다. 방송사도, 언론매체도, 1년 만에 방송에 복귀한 강호동에게 침체된 예능을 살려낼 비장의 카드식으로 포장하지 말라. 만일 방송복귀한 그가 침체된 예능을 살리지 못한다면, 그에게 모든 잘못을 덮어 씌울 작정인가. 

 

강호동의 방송복귀가 중요한 게 아니다. 강호동이란 대형MC가 없이 보낸 지난 1년을, 각 방송사 예능국은 어떠한 방송을 해왔고, 어떤 기획안들을 내놓고 고민했는가. 준비도 없이 무방비상태로, 트렌드를 주도하지 못하고 꽁무니를 쫓기 바빠 베끼기가 난무했던 방송사 예능국 스스로의 무능함을 돌아보고 변화를 위해 뼈를 깍는 노력의 1년이었나. 아니면 강호동을 목빠지게 기다리고 시청자의 눈치나 보며 허무하게 1년을 보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