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퀸 한지혜, 뺨맞아도 불쌍하지 않은 이유
27일 방송된 주말드라마 ‘메이퀸’ 21회에서, 천해주(한지혜)는 계모 조달순(금보라)으로부터, 해주의 친부가 윤학수(선우재덕), 친모가 천지조선 장도현(이덕화)의 아내 이금희(양미경)란 사실을 전해 들었다. 게다가 자신을 친딸처럼 아끼고 사랑해주던 아버지 천홍철(안내상)과 피한방울 섞이지 않았다는 것과 옆방 천사 윤정우(이훈)검사가 친삼촌이란 사실까지 덤으로 알게 돼, 충격은 폭풍처럼 해주에게 몰아쳤다.
해주가 자신의 출생에 관한 비밀을 온전히 받아들일 틈조차 주지 않고, 달순은 그녀에게 우리와 연을 끊고, 천지조선 사모님 이금희를 찾아가라고 재촉한다. 더 이상 달순네 식구들과 엮어 구질구질하게 고생하며 살지 말고, 부잣집 딸래미로 그동안 누리지 못했던 거 다 누리고 살라면서, 조달순패밀리를 떠나라고 냉정하게 말했다.
하지만 해주에게 엄마란, 모녀간의 사랑도, 이렇다 할 얘기도 제대로 못 나눠본 이금희보다는, 죽네 사네하며 29년을 울고 웃고 함께 정붙이고 살아온 조달순이 먼저 일수밖에 없었다. 자신을 낳아 주었지만, 지켜주고 키워주지 못했던 금희를 원망해서가 아니라, 비록 처음엔 죽일 것처럼 해주를 미워했지만, 끝내 그녀를 가족이란 이름으로 품어준 달순을 외면할 수 없었다.
친엄마 금희를 찾아가라며 완강하게 밀어내는 달순의 태도에, 해주도 잠시 갈등할 수밖에 없었지만, 아버지 천홍철의 말을 떠올리고는 결국 피보다는 정을 중시했고, 이금희와 천지조선패밀리가 아니라, 아직은 그녀의 손길이 절실한 조달순과 사고뭉치 삼남매를 선택한다. 이를 위해, 친삼촌 윤정우에게도 자신의 출비를 숨기려는 해주를 보면, 조달순패밀리를 향한 그녀의 사랑과 희생은 내심 놀라우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드라마 여주인공의 틀에 박힌 숙명같아 그러려니.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여자를 택한 천해주와 달리, 나쁜 남자를 택한 박창희(재희)는 장도현의 지시대로 검찰에서 조사를 받게 된 장일문(윤종화)을 빼내기 위해, 무결점 담당검사 윤정우를 비리검사로 둔갑시키는 악행을 저질렀다. 덕분에 장일문은 풀려났고, 윤정우는 정직처분을 받는다. 이 사실을 알게 된 해주는, 창희를 찾아가, 정우에게 씌운 누명을 당장 벗겨내라며 분개했다.
하지만 장도현회장에게 복수하기 위해 악마가 되기로 결심한 창희는, 해주의 말을 차갑게 외면할 수밖에 없었다. 오히려 모진말로 그녀에게 상처를 준다. 그것도 모자라 해주의 뺨까지 때린다. 장인화(손은서)가 지켜보고 있었음을 간파해, 창희가 인화에게 해주와의 관계가 완전히 정리되었음을 확인시켜 주기 위한 결정타를 날림 셈이지만 방법이 정말 지독했다. 뿐만 아니라, 천해주가 또 다시 뺨을 맞으면서, 해주가 불쌍하다는 인상보단 드라마가 도를 넘었다는 인상을 더 강하게 남기고 말았다.
무슨 드라마 여주인공이 매회 뺨을 맞는지 모르겠다. 천해주(한지혜)는 최근 창희와 만나지 말라는 박기출(김규철)의 귀싸대기를 시작으로, 강산(김재원)과 박창희를 두고 어장관리하지 말라며 장인화에게 맞았고, 연구비를 횡령한 사실을 장도현에게 알렸다고 억측한 일문에게 맞았다. 그리고 조달순의 딸이 아니란 사실로 오빠 천상태(문지윤)에게 맞더니, 이번엔 작업중인 장인화에게 보여주기 위한 박창희의 쇼에 희생양이 됐다.
이렇듯 메이퀸의 여주인공 천해주는 맞고 또 맞고, 최근 들어 매회 뺨을 맞고 있다. 이유도 참 가지가지인데, 굳이 뺨을 때려서 눈물을 조장하려는 것에는 납득하기 힘들다. 제작진입장에선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인물간의 갈등을 극대화하고자 한 표현인 셈인데, 한두 번도 아니고 매회 등장하니 지켜보면 불편할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여주인공 천해주가 너무 자주 맞다보니, 이젠 불쌍하다는 생각도 그다지 들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메이퀸 여주인공 ‘천해주’가 불쌍하다는 느낌이 보단, 매번 뺨을 맞아야 하는 여배우 ‘한지혜’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앞선다.
메이퀸은 드라마가 상당히 고전적인 느낌을 자아낸다. 등장하는 캐릭터, 인물간의 관계도, 출비에 목매는 스토리 등도 그렇거니와, 매회 여주인공의 뺨을 때리고 울리며 시청자를 자극하는 패턴까지 위기와 갈등을 표현하는 방법도 옛스러움을 벗지 못했다. 그래서 내용은 쉽게 이해할 수 있지만, 쉽게 공감할 수 없거나 무리수로 비춰지는 상황들이 자주 노출되곤 한다.
요즘 드라마 중에, 메이퀸 ‘천해주’처럼 자주 맞는 여주인공이 있었나. 여주인공이 극중에서 자주 맞는다고 불쌍하고 안쓰럽게 느껴져 응원하고 싶어질까. 천해주라는 캐릭터가 중졸에 용접공 출신이란 한 가지 사실만으로도, 그녀가 드릴쉽이란 배를 만드는 과정의 중심에 서려면, 좌절을 맛보는 과정도 빈번할 것이고, 극복해야 할 일들도 많을 것이다. 그저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돌아가며 뺨을 맞으며 눈물흘리고 아파하는 여주인공 천해주의 모습은 그만 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