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의 이요원 ‘운명적 사랑’vs김소은 ‘무모한 사랑’
22일 방송된 월화드라마 ‘마의’ 7회에서, 마의 백광현(조승우)이 폐풍에 걸려 고통으로 시름시름 앓던 말을 극적으로 살려냈다. 물론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폐풍에 걸린 말은 비록 동물에 불과하나 청나라에 진상하려던 보기 드문 명마였고, 값은 천민신분인 마의 백광현의 몸값에 비해 몇 십배나 높았다. 때문에 백광현은 이명환(손창민)과 약속한 3일 안에 폐풍을 고치지 못할 경우, 쓸모없어질 말의 목숨도, 병을 고치려던 백광현의 목숨도 함께 내놓아야 했다.
누가 봐도 백광현의 ‘무모한’ 도전이다. 이에 그의 스승 마의 추기배(이희도)도 한사코 말렸다. 기배는 말을 제대로 관리 못한 자신이 죽으면 그만이라며, 아들같은 광현이 잘못되는 걸 원치 않았다. 하지만 광현은 완강했다. 스승 기배의 죽음을 눈뜨고 지켜볼 수 없었을 뿐 아니라, 어차피 3일안에 회복되지 못할 경우 죽게 될 말의 목숨 또한 외면할 수 없었다. 사람이나 짐승이나, 마의 백광현에겐 모두 존귀한 생명이니까. 그래서 백광현은 현 상황을 마의로서의 ‘운명’이라고 받아들였다.
다행이 백광현은 3일안에 폐풍을 고칠 유일한 방도를 알고 있었다, 전날 저잣거리에서 고통으로 죽어가던 개가 하루만에 씻은 듯 살아난 데에서 힌트를 얻었기 때문이다. 광현은 의도치 않게 개를 치료했던 것처럼, 침을 놓아 말을 잠재워 고통을 줄일 수 있다면 폐풍을 낫게 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다만 말을 잠재우기 위해 총 7군데의 진정혈에 침을 놔야 하는데, 이를 정확하게 수행한 마의는 지금껏 없었을 만큼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그러나 백광현이 누구인가. 침놓는 건 타고났다. 그의 천부적 재능은, 의녀 장인주(유선)에게 털어놓은 의술의 대가 사암도인(주진모)의 입을 통해 입증된 바 있다. 단지 백광현 스스로가 자신의 능력치를 정확히 알지 못할 뿐. 그리고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진다. 폐풍에 걸린 말은, 광현의 침 일곱 방을 맞고 스스르 잠이 든다. 광현은 자봉(안상태)을 얼싸안고 기쁨을 숨기지 않았다. 마의 백광현 미션 클리어.
이를 지켜보던 이명환은 광현의 탁월한 침술에 애써 내색하진 않았지만, 자신도 모르는 질투를 느꼈다. ‘내의원’ 이명환이 ‘마의’ 백광현에게 말이다. 하지만 이명환보다 더한 질투와 시기의 눈빛을 보낸 자들이 있었으니, 마의사복들이었다. 감탄은 고사하고 듣보잡 마의에게 당했다면서 체면을 운운하며 음모를 꾸몄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같은 일을 하는 광현의 목숨과 기적같이 살려낸 말의 목숨을 동시에 해하려 했다. 그래서 광현이 말의 기력을 회복시키려 준비한 약재에 독을 탔다.
이를 주도한 마의사복의 행동에 욕이 나올 수밖에 없다. 남의 목숨을 가지고 장난하는, 짐승보다 못한 인간이다. 광현은 독을 먹고 죽어가는 말을 살리고자 해독제를 요청했지만, 그를 돕는 이들은 없었다. 광현의 절체절명의 위기. 그러나 이명환이 광현의 약재에 누군가가 독을 탄 사실을 간파했고 해독제를 부여한 반전속에, 광현은 간신히 다음 스테이지로 이동할 수 있었다.
폐풍에 걸린 명마를 살려낸 마의 백광현의 위기와 해결과정, 흐름은, 시청자에게 익숙한 코스일 수 있다. 그럼에도 굉장히 드라마틱하고 재밌다. 긴장감을 선사한다. 시청자에게 전달하는 과정을 효과적으로, 알기 쉽게, 깔끔하게 풀어냈기 때문이다. 위기를 극복하는 광현의 활약상을 보고나면 찝찝함은 없고 개운함만 남는다. 주인공 광현에 대한 몰입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다음을 더 기대하게 만든다.
마의 7회에서는 백광현의 의술과 더불어, 러브라인에도 서서히 불이 붙기 시작했다. 백광현이란 한 남자를 두고, ‘운명적 사랑’ 강지녕(이요원)과 ‘무모한 사랑’ 숙휘공주(김소은)의 삼각관계가 그렇다.
백광현의 운명적 사랑 강지녕은 그를 알아보지 못한다. 이미 오래전에 광현이 죽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광현 또한 지녕을 알아보지 못한다. 광현의 기억속에 지녕은 지금처럼 공주와 함께 다니는 양반집 규수가 아닌 광통교 거지 영달의 모습만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광현과 지녕은 여전히 서로를 그리워하면서도, 안면인식장애에 걸린 것 마냥 서로를 알아보지 못한다.
다행이 혜민서로 들어가 의녀가 된 지녕이, 사복시에서 마의들을 돕는 일을 맡게 되면서 광현의 파트너가 되었다. 즉 지녕이 양반집 규수라서 천민인 마의 광현과 부딪힐 일이 없을 뻔 했지만, 지녕이 혜민서에 들어간 신의 한수를 두었고, 장인주가 그녀를 사복시에 보내면서, 광현-지녕의 운명적 사랑이야기에도 탄력이 붙게 됐다. 당장엔 서로를 알아보지 못하겠지만, 오히려 백지상태에서 광현과 지녕이 일하다 눈이 맞아 사랑하게 된다면, 그것이야 말로 운명적 사랑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때문에 속이 타들어가는 건, 백광현과 ‘무모한 사랑’을 꿈꾸는 숙휘공주다. 이타인 마을에서 왜놈들에게 희롱당하던 자신을 구해 준 남자. 자신이 아끼는 고양이 달이의 병을 고쳐준 남자. 마의 백광현은 단 2건의 임팩트로 숙휘공주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숙휘공주는 광현에게 비단을 선물을 하면서 애인의 선물을 고르듯 세심함을 보이다가도, 그를 놀리는 쏠쏠한 재미에도 흠뻑 빠졌다. 단지 그런 감정이 아직은 사랑인지 모르니 문제지만.
즉 숙휘공주가 자신의 본심을 알아차리고 백광현을 진실로 사랑하게 된다면 큰 일이다. 강지녕이 문제가 아니다. 공주인 숙휘와 천민인 마의 광현은,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기 때문이다. 무모한 사랑이다. 제대로 시작도 못해 볼 사랑이다. 자신의 사랑으로 인해 백광현의 목숨이 간당간당할 수 있다. 현재 광현에게 자꾸 마음이 가는 숙휘공주는 자신도 모르게 사랑으로 가슴 아플 상황을 만드는 셈이다.
어떤 사랑이 더 안타까울까. 서로를 알아보지 못한 채 옛사랑을 그리워하는 ‘운명적인 사랑’ 백광현-강지녕일까. 신분의 차이로 사랑자체가 곧 죽음을 의미하는 ‘무모한 사랑’ 백광현-숙휘공주일까. 설정만 놓고 보면, ‘무모한 사랑’ 숙휘공주가 아직은 더 끌리는 게 사실이다. 그것은 7회 초반, 백광현이 마의로서 짊어져야 할 ‘운명’을 직시하고 폐풍에 걸린 말을 고치려 한 태도보단, 모두가 불가능한 치료라고 믿었지만 자신의 목숨을 걸고 ‘무모한’도전을 결심했던 태도가 더 매력적으로 보였던 것과 다르지 않다.
그래서 사복시에서 함께 일하고 고생하면서, 티격태격하면서도 감출 수 없는 사랑이 무르익어 갈 백광현-강지녕의 운명적인 관계 발전도 기대를 모으지만, 아직은 장난기 가득하고 생기발랄한 숙휘공주가, 사랑해서 안 될 마의 백광현을 사랑하고 아파하면서 어떻게 변하고 극복해 갈지도 기대를 모으는 것이다. 그리고 두 여자사이에서 행복한(?) 고민을 시작할 백광현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