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및 드라마

메이퀸 양미경, 손찌검의 종결자된 이유

바람을가르다 2012. 10. 21. 12:06

 

 

 

20일 방송된 주말드라마 ‘메이퀸’ 19회에서, 천지조선 장도현(이덕화)회장에게 복수하기 위해 그의 종이 되기로 결심한 나쁜 남자 박창희(재희)는, 특수부 검사를 사직하고 천지조선 해양사업부 경영기획본부장이 됐다. 이에 박기출(김규철)은 반색하며 아들 창희에게 “이왕 이렇게 된 거, 이 악물고...”라며 조언을 해주려 했지만, 창희는 아버지의 말을 끊고는, “아버지나 잘하세요. 다시는. 누구한테든. 맞을 일 하지 마시구요.”라고 일침을 가했다.

 

박창희가 장도현에게 복수하려는 것은, 기출이 도현의 종으로 살면서 온갖 악행을 저지르게 만들었던 게 가장 큰 이유였다. 그 악행중에는 기출이 천해주(한지혜)의 아버지 천홍철(안내상)을 살해한 것도 포함되어 있다. 그래서 창희는 15년 넘게 사랑했던 해주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아버지의 잘못을 해주에게 감히 용서받을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창희는 해주와 이별을 하게끔 만든 아버지, 그 아버지를 악마로 살게 만든 장도현을 용서할 수 없는 것이다.

 

 

 

자신의 여자를, 꿈을, 미래를, 행복을 포기하고, 복수에 눈이 먼 악마를 선택한 박창희다. 바로 아버지때문에. 그런데 아버지 박기출은 그렇게 망가지는 아들을 보고도 여전히 정신을 못차렸는지, 미안해하고 위로를 해줘도 모자를 판에, 잠시 잊었던 자신의 욕망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래서 박창희가 일침을 놓았다. “아버지나 잘하세요. 다시는. 누구한테든. 맞을 일 하지 마시구요.”라고. 다시는 맞을 일. 즉 나쁜 짓 하지 말라고. 나쁜 짓은 자신이 다 하는 악마가 되어 추락할 테니... 그런데도 기출은 창희의 뼈있는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박창희의 말처럼 ‘맞을 짓’을 안 하면 참 좋을 텐데, 드라마 메이퀸의 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서로가 서로에게 ‘맞을 짓’을 하고 산다. 툭하면 싸움박질이고, 툭하면 손찌검이다. 심지어 아버지에게 ‘맞을 일’하지 말라는 창희마저도, 장인화(손은서)에게 기습적인 강제키스를 하다가 뺨을 맞았다. 치고 박고 때리고 맞는 폭행 장면이 수시로, 거의 매회 등장한다.

 

 

 

메이퀸 19회에서는 장일문(윤종화)이 동네북처럼 맞았다. 장도현회장이 손을 떼라고 지시했던 인도네시아 유전개발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아지무스 트러스트 연구자금을 불법적으로 빼돌렸던 게 들켜서, 아버지 도현에게 뺨을 맞아 입술이 터지고 욕을 바가지로 먹었다. (게다가 이덕화에게 밀려 어설프게 넘어지던 윤종화는 시청자에게 발연기까지 들키고 말았다.)

 

이어 장일문은 자금을 빼돌린 보고를 장도현에게 한 사람이 박창희였음에도 천해주라고 오해하고, 그녀의 뺨을 올려 부쳤다. 그래도 화를 식히지 못해, 2차 손찌검을 이어가려다, 해주의 반격, 손목을 제압당해 팔이 꺽이고 말았다. 언뜻 장일문의 굴욕으로 비칠 수 있었지만, 그에 앞서 다짜고짜 해주의 뺨을 때린 장일문은 비호감을 피할 수 없었다.

 

 

 

해주에게도 굴욕을 당한 장일문은 그에게 가장 만만한 계모 이금희(양미경)에게 독설을 날렸다. 그러나 예상밖으로 금희의 반격이 이어졌다. 그동안 아들 일문이 매번 삐딱하게 굴어, 속이 상할대로 상했던 금희가 일문의 뺨을 올려 부친 것이다. 일문이 왜 때리냐고 불같이 화를 내자 금희는, 내 배아파서 널 낳진 않았지만 가슴으로 키운 엄마로서, 빗나가는 아들을 바로잡고자 때렸고 충분히 때릴 자격있었다고 답했다.

 

이금희까지 장일문에게 손찌검을 한 것은 사실 의외였다. 드라마 ‘메이퀸’의 천사 계모 이금희마저 폭력시위에 가담하다니 말이다. 물론 장일문이 맞을 짓을 했고, 착한 계모 금희로서도 참다참다 결국 손찌검을 했기 때문에 공감할 수 있었고, 속 시원하다는 느낌도 들었다. 단지 비폭력주의자 이금희마저 폭행장면에 노출되면서, 메이퀸 등장인물중에 폭력을 행사하지 않은 사람은 없게 됐다. 미성년자인 해주의 여동생마저도 집안싸움에 투입됐을 정도니.

 

 

 

여리고 착하고 순한 이금희가 그간의 감정을 왼손에 담아 힘있게 일문의 뺨을 후려치면서 손찌검의 종결자가 됐다. 그것은 곧, 드라마 ‘메이퀸’에서 폭행장면이 얼마나 잦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극중 이금희처럼 참을 만큼 참다가 폭발하면 어쩔 수 없어도, 선악을 떠나 툭하면 손부터 올라가는 인물들이 메이퀸에는 너무 많다. 심지어 집안싸움을 장난스럽게 그려, 폭력을 개그소재로 삼고 극중 인물들의 폭력성을 미화하는 모습까지 등장한다.

 

사실 드라마의 폭행 장면은, 극중 인물의 감정과 심리상태를 솔직하고 리얼하게 표출하는 하나의 수단이다. 때문에 첨예한 갈등을 빚는 상황이나, 캐릭터의 개연성에 맞춰 폭행 장면도 충분히 차용될 수 있다. 다만 그 횟수가 잦아지면 불감증이 생긴다. 시청자로 하여금 폭행장면이 주는 인물간의 갈등이나 위기를 느끼고 이해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잦은 폭력행사는 긴장감을 떨어뜨리고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자극적일 수밖에 없는 폭행 장면이 좋은 것도 아닌데 드라마에서 남발해봐야 득이 없다는 얘기다. 남발할수록 정작 필요한 순간에 극적 긴장감을 조성하는 데에도 해가 될 뿐 아니라, 시청자에게 불만을 제공하는 단초가 된다. 즉 모든 적당히 써 먹어야 한다. 특히 선정성이나 폭력성을 야기하는 장면은 최대한 자제할 필요가 있고, 이를 대체하는 요소들로 극적 재미를 창출할 수 있는 드라마 제작진의 지혜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