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및 드라마

마의 이요원-김소은, 누가 더 귀여운가

바람을가르다 2012. 10. 16. 12:41

 

 

 

 

 

 

15일 방송된 월화드라마 ‘마의’ 5회는 완성도가 높다. 그래서 재밌다. 드라마를 보고 나서 개운한 느낌, 흐뭇하다는 기분이 오랜만에 들었을 정도. 그건 어린 백광현(안도규)이 성인 백광현(조승우)으로 넘어가는 과정이, 너무나도 매끄럽고 탁월했기 때문이다.

 

마의 5회는 ‘인간이든 짐승이든 생명은 똑같이 존귀하다.’를 말하고 있었다. 상당히 교과서적인 얘기다. 현실은 학교에서, 교과서에서 배운 것처럼 아름답지만은 않다. 일례로 사람과 소, 돼지는 같지 않다. 사람과 동물의 공존이란, 일반적으로 식탁에서 이뤄지는 게 다반사. 불판에 고기를 구우면서, 소, 돼지의 생명과 존귀를 논해봐야 별 의미도 없고, 재미도 없다는 얘기다. 즉 사람이 동물의 공존과 존귀를 논하기에 앞서 필요한 건 경험이고, 그 경험에서 출발하는 이해다.

 

 

 

마의 5회에서, 의원 이명환(손창민)의 아들 성하가, 광현이 관리하던 말에 치여 중태에 빠졌다. 이에 분개한 이명환의 수하가, 말의 목에 칼을 꽂았다. 광현은 죽어가는 말 영달을 살리기 위해, 사암도인(주진모)을 찾아갔다. 사암도인은 의녀 장인주(유선)의 스승으로, 다 죽어가던 광현을 살린 바 있는, 의술에 관한 한 천재성을 띤 숨은 고수였다.

 

하지만 사암도인은 자신이 인의이지, 마의가 아니라면서, 광현의 간곡한 부탁을 거절했다. 그러자 광현은 사람이든 짐승이든 생명은 모두 존귀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에 사암도인은 생명은 모두 존귀하기 때문에, 자신은 부상당한 말을 고칠 수 없다고 대답했다. 사람이 아닌 짐승을 고쳐본 적 없는 자신이 함부로 말을 고치겠다고 손을 댔다가는, 오히려 말의 생명이 더 위독할 수 있다는 이유였다.

 

 

 

사암도인은 말을 고쳐 본 경험이 없음을 얘기한다. 하지만 이대로 죽어가는 말을 지켜보는 것보단, 무엇이든 해봐야 하는 것이 옳은 게 아니냐고 광현이 반문했다. 그 말에 사암도인은 생각을 바꾸고, 말을 고치려 했고 수술은 성공이었다. 즉 처음부터 경험이 생기는 사람은 없다. 바로 경험이란 건, 부딪히지 않으면 생길 수 없는 것이다. 사암도인이 부상당한 말을 고침으로써 경험이 생긴 것이고, 동시에 그 경험을 가능하게 했던 건, 말 영달을 사랑하는 어린 광현의 마음이었다.

 

이명환이 자신의 아들을 죽일 뻔한 말을 관리했던 마의 추기배(이희도)와 자봉(안상태)의 목숨을 구제해준 것도, 명환의 아버지가 마의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실수를 저지른 마의를 이해할 수 있었다. 다시 말해, 사람이 동물의 존귀를 논하기에 앞서 필요한 건, 동물의 존귀를 말하는 사람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는 얘기다. 사람을 귀하게 대할 줄 알 때, 동물을 귀하게 대할 줄 아는 토대가 마련된다.

 

 

 

그래서 드라마 ‘마의’가 설득력이 있고 재미가 있다. 주인공 백광현(조승우)을 통해, 무턱 댄 동물사랑을 전파하는 것이 아니라, 동물을 고치던 ‘마의’에서 사람을 고치는 ‘인의’이자 ‘어의’로 성장하는 백광현을 통해, 동물에 대한 이해와 사랑이 사람에 대한 이해와 사랑으로 고스란히 옮겨가는 과정을 기대하는 것이다.

 

숙휘공주(김소은)가 아끼는 고양이가 식음을 전폐했다고, 마의들에게 호통을 치는 것이 옳은 게 아니라, 그녀가 고양이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 그 이상으로 마의들을, 백성들을 이해하고 사랑할 줄 아는 공주의 모습으로 성장하길 기대하는 것이다. 그것이 인간이 동물와의 교감을 통해 느끼고 배워야 할 점이며, 이상적인 공존을 위한 첫걸음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드라마의 ‘마의’ 5회는 완성도가 높았다. 초반 40분 동안 재미와 긴장감속에 몰아친, 이명환의 아들 성하와 광현의 말 영달을 살려내는 과정이 효과적인 대비를 이루면서, 극이 앞으로 나갈 방향을 명확하게 제시했다. 덕분에 아역 안도규-노정의의 바통을 이어받은, 조승우-이요원이 더욱 매력적으로 구축될 수 있었다. 조승우-이요원 등 성인연기자들이 5회의 남은 20분을 알차게 채우면서, 앞으로의 기대감을 높여주었다.

 

특히 조승우는 기대했던 이상으로 등장부터 굉장한 흡인력을 선보였다. 백광현이란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표현함에 있어, 3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신뢰를 주는 연기력에 캐릭터의 매력도 120%로 발산했다. 강지년역 이요원도 캐릭터안에 생동감을 불어넣는 데 있어 성공적이었다.

 

 

 

드라마 ‘마의’의 시작전부터 조승우-이요원에 대한 기대감은 있었기에, 어느정도 예상했지만, 의외로 숙휘공주 김소은 매력도 꽤나 인상적이었다. 상큼 발랄한 숙휘공주 캐릭터도 매우 좋았고, 이를 표현하는 김소은의 연기력도 출중했다. 어떤 면에서, 강지년 이요원보다 숙휘공주 김소은이 매력적으로 느껴질 정도였다. 여주인공 강지년이 잔뜩 긴장할 만큼 이상의 매력.

 

그래서일까. 숙휘공주 김소은과 강지년 이요원을 보고 있으니, ‘마치 누가 더 귀여운가?’ 귀요미대결을 펼치는 인상마저 들었다. 새침한 듯 귀여웠던 숙휘공주와 활달한 성격에 귀여움까지 장착한 강지년의, 도성의 귀여운 여자 ‘도귀녀’대결은, 사극이란 무거움을 벗기고, 분위기를 밝고 통통 튀게 만들만큼 볼만했다. 여기에 백광현(조승우)은 그녀들과의 첫 대면부터 절묘하게 녹아들었다.

 

 

 

이렇듯 드라마 ‘마의’는 5회를 기점으로 내용적으로 탄탄함을 과시해 향후 전개에 기대감을 높였고, 수동적인 아역들에서 능동적으로 변할 수 있는 성인연기자 조승우-이요원-김소은 등이 본격적으로 가세하면서 시청자의 시선을 붙들 효과적인 토대를 마련했다. 특히 백광현을 놓고, 강지년-숙휘공주 매력발산은 초반 마의에 활기를 불어넣는 확실한 카드로서 손색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