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연예

1박2일, 시청자도 속인 연기

바람을가르다 2012. 10. 15. 11:10

 

 

 

14일 방송된 해피선데이 ‘1박2일’ 시즌2에서, 멤버들이 약 6개월 전에, 엽기소나무 앞에 묻어 놓은 타임캡슐을 꺼냈다. 멤버들은 무슨 타임캡슐을 6개월만에 오픈하냐고 새피디 최재형PD에게 따졌다. 이에 최PD는 타임캡슐 보관료를 6개월치만 지불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최PD는 1박2일 시즌2의 두 번째 여행이었던 당시엔, 시즌2의 미래가 너무 불확실해 조기종영도 염두할 수밖에 없었음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그제서야 멤버들도 6개월짜리 타임캡슐의 비밀을 수긍했다.

 

그랬다. 지금이야 1박2일 시즌2가 멤버들의 눈부신 활약과 시청자의 호응속에 안정적인 궤도에 진입했지만, 시즌2가 시작할 당시만 해도, 기대보다는 우려의 시선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심지어 국민예능 1박2일 명성에 흠집을 남기지 말라며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상당했다. 하지만 시즌2는 회를 거듭할수록, 초반에 불었던 우려는 희석되고 재미의 농도는 짙어졌다. 덩달아 시청률도 상승세를 타고 있다. 1박2일 시즌2만의 색깔을 입혀가며, 시즌1의 그늘에서 벗어나고 있다.

 

 

 

그렇다면 1박2일 시즌2가 시즌1과 비교해, 나아진 점도 있을까. 가장 눈에 띄는 차이점은 솔직함에서 비롯된 ‘승부욕’이다. 1박2일 시즌1은 해를 거듭할수록 매너리즘에 빠지고 승부욕이 옅어졌다. 복불복 모토 “나만 아니면 돼!”가 사라지고, “나면 어때? 웃기면 장땡이지.”로 탈바꿈하기 시작했다. 강호동-이수근 등 시즌1 멤버들은 복불복을 통한 승부욕보다는 형제애나 예능분량을 더 신경쓰기 시작했고, 덕분에 훈훈함이나 재미는 줄 수 있었지만 복불복이 주는 긴장감은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반면 1박2일 시즌 멤버들은 복불복을 임할 때 승부욕이 강하다. 게임이 시작되면 형제애나 예능분량을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 일단 이기고 밥을 먹자주의다. “나만 아니면 돼!”가 은근히 부활하고 있다. 때문에 시즌2의 복불복엔 긴장감이 유발된다. 그 긴장감속에서 웃음이 터지고 재미가 속출한다. 승부욕을 가지고 게임을 열심히 임하다 보니, 예능분량이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코스, 1박2일 시즌1의 초기 모습을 재현하고 있다.

 

 

 

14일 방송된 충북 제천편에서도, 시즌2 멤버들의 솔직한 승부욕이 쉴새없는 웃음을 빚어냈다. 타임캡슐을 통해 맺어진 ‘김승우-김종민’의 통한 팀과, ‘엄태웅-이수근-차태현-성시경-주원’의 안 통한 팀이, 저녁식사복불복을 펼쳤다. 팀의 명수부터 차이가 나는 점도 있었지만, 복불복의 절대강자 ‘성시경-주원’이 포진한 안 통한 팀의 승리는 게임 시작 전부터 이미 결정된 것과 다를 바 없었다. 그럼에도 정작 실전에선 긴장감이 넘치고 큰 웃음이 끊임없이 유발됐다.

 

상대적으로 약자인 통한 팀 ‘김승우-김종민’이 이겨 보겠다고 발버둥치는 모습, 강자임에도 절대 봐주는 것 없이 약자인 ‘김승우-김종민’을 강하게 밀어붙이는 안 통한 팀의 냉정함이 재미의 축이 된다. 중간에 도시락을 얻고도 고삐를 조이는 엄태웅이나, 언제든 나서서 상대해주겠다는 식탐왕 성시경의 각오, MVP급 활약을 펼친 차태현과 주원의 활약은, 솔직한 승부욕이 어떻게 재미를 양산하는 지 보여준 대표케이스다.

 

 

 

특히 이 날 최고로 웃겼던 건 보물상자찾기 레이스였다. 김승우-김종민이 갸루상 힌트를 조합하고 연리지라는 장소의 답을 얻어 승리가 눈앞에 보이는 듯 했다. 차태현-주원은 상대적으로 힌트를 많이 찾아내고도 정작 연리지라는 답을 구하지 못한 듯 했다. 그러나 대반전이 일어났다. 이미 차태현-주원콤비는 연리지를 먼저 찾았고 마주친 김승우-김종민에겐 답을 못찾아 헤매는 모습을 보였던 것.

 

차태현-주원은 역시 배우였다. 김승우-김종민 뿐만 아니라, 시청자까지 속이는 명연기를 펼쳤기 때문이다. 덕분에 한발 늦게 도착한 김승우-김종민이 보물상자를 찾았다고 좋아할 때, 미치도록 웃음이 터져 나왔다. 2:2로 동점을 이뤘다고 좋아하는 김승우-김종민을 들뜨게 만들어 웃음핵폭탄을 제조한 차태현의 완벽한 연기고 작품이었다.

 

 

 

안 통한 팀은 상대인 통한 팀을 배려하고, 마지막 게임으로 긴장감을 높이기 위해 2:2를 만들 수도 있었지만, 보물찾기 레이스의 차태현-주원은 3:1로 인정사정없이 이겨버렸다. 복불복의 세계는 냉정하다를 보여줬다. 그 과정에서 시청자까지 속이는 반전의 한수를 두었고, 재미와 웃음은 극대화시켰다. 그런데 이러한 차태현-주원콤비의 핵폭탄급 재미는, 바로 통한 팀 김승우-김종민의 승부욕이 받쳐 주었기에 가능했다. 김승우-김종민도 이기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다.

 

통한 팀과 안 통한 팀의 복불복 대결은, 마치 거북이와 토끼의 경주와도 같았다. 동화책대로라면 방심한 토끼가 거북이에게 지고 만다. 그러나 1박2일 시즌2 멤버들에게 동화같은 일은 발생하지 않는다. 토끼인 ‘안 통한 팀’은, 결승점까지 쉬지 않고 달린다. 오히려 거북이인 ‘통한 팀’이, 토끼는 분명 방심할 때가 올 거라고 착각한다. 덕분에 시청자에게 동화의 교훈대신 폭탄급 웃음을 주었다.

 

 

 

승부의 세계는 늘 냉정하지만, 덕분에 보는 이로 하여금, 재미와 긴장감을 줄 수 있다. 그래서 어떻게 이기는가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지느냐도 중요하다. 이번 충북제천에서 1박2일 멤버들은 ‘통한 팀’과 ‘안 통한 팀’으로 나뉘어 복볼복대결을 펼쳤지만, 결국 모든 멤버가 ‘최선’이란 이름으로 통했다. 최선을 통해, 예능 1박2일이 줄 수 있는 최상의 재미를 낳았다. 새피디의 말처럼 6개월조차 장담할 수 없었던 1박2일 시즌2가, 지금처럼 롱런의 발판을 다질 수 있었던 것도, 멤버간의 정, 돈독해진 형제애 뿐 아니라, 솔직함, 승부욕, 최선이 받쳐주었기에 가능했음을 재차 확인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