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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2일 김승우-주원, 민망한 웃음의 법칙

바람을가르다 2012. 10. 8. 10:15

 

 

 

 

 

 

 

 

7일 방송된 해피선데이 ‘1박2일’ 충남 서천편은, 지난 주 눈치게임에서 꼴지를 한 엄태웅에서 시작했다. ‘파죽의 복불복 6연패’의 엄태웅은 전어잡이 어선에 올라, 어부들을 돕는 일꾼이 되었다. 그리고 엄태웅의 전어잡이 분량은 예능 ‘1박2일’이 아닌 다큐 ‘체험 삶의 현장’에 가까웠다. 여기서 강호동의 ‘1박2일’ 시즌1과 김승우를 주축으로 한 시즌2의 차이점이 두드러진다.

 

1박2일 멤버들과 일반 시민들과의 스킨쉽이나 에피소드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시즌1이 소통을 통해 동적이고 따뜻한 분량을 뽑았다면 시즌2는 정적이고 차가운 분량을 뽑고 만다. 그것은 1박2일 시즌2 멤버들이 시민들과 스스럼없이 정을 나누고 재미를 뽑는 방법적인 면에서 아직은 미숙한 것도 있겠지만, 시민들도 시즌2 멤버들을 아직은 낯설어 하고 쉽게 다가서지 못한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때문에 1박2일 시즌2가 무리해서 시민들안으로 들어갈 필요는 없다. ‘1박2일’이란 간판이 중요한 게 아니고, 제작진이나 멤버들의 의욕이 중요한 게 아니다. 우선은 1박2일 시즌2 멤버간의 우정과 단합심속에서 재미와 감동을 뽑는 자연스러운 과정을 시청자에게 충분히 어필한 뒤, 차근차근 시민들과의 교류를 늘려가는 게, 시즌2가 매회 발전하고 시청자의 사랑속에 롱런하는 정석이 될 수 있다.

 

다행스러운 건, 현재 1박2일 시즌2 멤버들사이에 오고가는 정이나 단합심, 분위기만큼은 강호동의 1박2일 시즌1과 비교해도, 아쉬울 게 없을 정도로 탄탄해졌다는 사실이다. 김승우를 비롯한 시즌2 멤버들은 1박2일안에서의 여행을 설레여 하고, 각종 미션과 복불복을 임할 때 승부욕을 가지고 즐길 줄 안다. 여기서 파생된 자연스런 분량은 시청자를 배꼽잡게 만드는 데 부족함이 없다. 시즌2가 단기간에 얻은 최대 수확이라 할 수 있다.

 

 

 

7일 방송된 1박2일 ‘충남 서천’에서 펼친 잠자리복불복과 기상미션도, 시청자의 기대를 져 버리지 않았다. 남녀노소 누구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1차원적이고 단순한 게임을 통해, 몸을 사리지 않고 재미를 극대화시킬 줄 아는 멤버들의 활약이 재차 빛났다. 그 과정에서 다소 민망할 수 있던 장면도 포착됐지만, 그것조차 캐릭터안에서 소화시킨 능력은, 배우들이 주축이 된 시즌2 멤버들도 ‘국가대표 예능선수 다 됐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잠자리복불복에선, 특히 김승우의 활약이 돋보였다. 주원과 머리씨름을 할 때엔, 주원의 머리가 뾰족해 찌르는 느낌이라면서, 주원에게 머리씨름의 강력한 우승후보 ‘반인반뿔’ 이미지를 새긴다. 시청자가 ‘머리씨름’에서 집중하고 봐야 할 핵심포인트를, 리더 김승우가 은근하게 짚어주면서 결과에 대한 기대감을 부풀린다. 덕분에 결승전에서 강력한 우승후보 주원을 5초만에 누른 엄태웅이 반전이 되고, 재미면에서도 빛날 수 있었던 셈이다.

 

 

 

뿐만 아니라, 엉덩이씨름에서 김승우는 대박 그 자체였다. 이수근의 정적인 표정을 지적해 웃음의 맥을 짚더니, 부전승을 ‘부정승’으로 발음한 김종민을 지적하면서 웃음의 연타를 날렸다. 이어 김승우는 현란한 엉덩이로 큰 웃음의 마침표를 찍었다. 엉덩이씨름에서 보여준 김승우의 현란한 잔타는 트레이닝복과 절묘한 궁합을 이루면서, 쉴새없이 빵빵 터트렸다. 맞닿은 엉덩이 매치, 잔타를 돋보이게 만든 트레이닝복. 어쩌면 민망할 수도 있었지만, 뽑아낸 큰 웃음이 ‘민망하다’라는 생각조차 들 틈을 주지 않았다.

 

 

 

엉덩이씨름에서 ‘현란한 엉덩이’ 김승우는 ‘묵직한 엉덩이’ 성시경에게 무너져 비록 석패했지만, 돼지씨름에서 만회하는 저력을 보여줬다. 특히 마지막 남은 차태현과 승부에서 김승우는, 차태현의 얼굴에 발기술을 수차례 작렬하면서 그로기상태로 내몰았다. 김승우의 현란한 발기술은 민망할 만큼 차태현의 얼굴을 부비부비했지만, 승리 플러스 웃음은 김승우의 몫이 됐다.

 

잠자리복불복에서 김승우의 활약은 1박2일 역대급이었다. 다소 민망할 수 있었던 장면조차, 웃음이란 괴력으로 무너뜨렸다. 이렇듯 예능의 정석에 나올 법한, ‘민망한 몸개그’의 웃음방정식이 맏형 김승우에서 빛을 발했다면, 기상미션 퇴근권 찾기에서 ‘민망한 상식’의 방정식으로 웃음을 자아낸 막내 주원도 인상적이었다.

 

 

 

김승우-이수근-엄태웅-주원이 한팀이 되어, 전원정답퀴즈에서 나선 상황. 퀴즈에 유독 약한 막내 주원이 여러차례 틀려 미션실패를 거듭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함무라비 법전은 틀릴 수 있다. 지혜의 왕 ‘솔로몬’까지 틀리자 주원은 잔뜩 주눅이 들었다. 그리고 제작진이 퀴즈를 낼 때, “무서워.”라고 말하며 공포에 질린 듯한 표정을 지어 뜻밖에 웃음을 자아냈다.

 

1박2일 시즌1에선 상식이 풍부했던 김C나 이승기를 제외하고는, 죄다 무식하다는 평을 들었다. 너무 무식해서 상식 공부 좀 하라며, 일부 시청자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멤버들은 무식함을 애써 감추지 않았고, 그 무식함으로 당당한 웃음을 뽑아냈다. 오히려 문제의 수준을 낮춰달라며 나영석PD에게 강하게 항의했었다. 그런데 시즌2의 주원은 전혀 다른 캐릭터로 웃음을 낳았다. 퀴즈자체를 두려워하는 매우 생소한 캐릭터로 말이다.

 

 

 

엄태웅이 상식을 많이 안다고 자부했지만, 'WWW'가 ‘World Wide Web'임을 몰랐다. 즉 모르는 게 나오면 어쩔 수 있다. 상식이 부족하다고 해서 무식하다고 볼 수도 없다. 관심이 없으면 당연히 모를 수 있는 것. 그런데 1박2일의 모든 게임에서 성시경과 함께 가장 탁월한 재능을 보이던 주원이 퀴즈에선 트라우마가 있는 것마냥 약한 모습을 보이고. 문제가 나오기도 전에 “무서워.”라고 겁에 질린 듯 말할 때엔, 민망하지만 웃음이 먼저 터져 나온다.

 

사실 1박2일 시즌2가 시작할 때, 많은 이들이 가장 우려했던 부분이 멤버들의 ‘반듯함’이었다. 그동안 시청자에게 각인됐던 반듯한 이미지. 그들이 과연 예능의 재미를 고려해 솔직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쉽게 말해, 흐트러지고 망가질 수 있을까. 그런데 기우였다. 너무 솔직하고, 너무 망가진다. 너무 자연스럽게. 때로는 민망할 정도로. 예능의 재미측면만 놓고 볼 때, 1박2일 시즌2는 성공이다. 그래서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것이다. 지금 1박2일 시즌2에 부족하다고 느끼는 점들은 앞으로 차근차근 채워나갈 수 있고, 채워야 할 게 남았다는 건 보여줄 게 더 많다는 것임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