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메이퀸 손은서 눈물-한지혜 경악, 여주가 어장관리하고 있나

바람을가르다 2012. 10. 7. 13:46

 

 

 

 

 

 

 

 

6일 방송된 MBC주말드라마 ‘메이퀸’ 15회에서, 검사 박창희(재희)가 천지조선 장도현(이덕화)회장에게 수갑을 채우면서 극적 반전을 예고했다. 천지조선 압수수색을 감행했던 박창희는 장도현의 불법 주가조작과 탈세혐의 등을 포착하고 수갑을 채웠지만, 창희가 도현에게 채운 수갑은 부메랑처럼 고스란히 돌아와, 결국 자신의 손발을 채운 족쇄가 됐기 때문이다.

 

장도현은 박창희에게 15년 전 천해주(한지혜)의 아버지 천홍철(안내상)을 살해한 범인을, “너(박창희)하고 핏줄이 같은 우리 집 종놈(박기출)이야!”라고 말하며, 소름끼치도록 크게 웃었다. 사실이었다. 천홍철을 죽인 범인은 박기출(김규철)이었고, 장도현은 이미 관련 사실을 입증할 증거까지 확보하고 있었다.

 

 

 

만일 창희가 예전처럼 천지조선 장도현의 비리를 덮어두었다면, 장도현도 과거 박기출의 살인행각을 무덤까지 가져갔을지 모른다. 그러나 궁지에 몰린 장도현은 묵혀두었던 회심의 카드를 꺼내들었고, 도현일가에 대한 복수심에 오랫동안 품어왔던 박창희의 모든 패는 ‘아버지’ 박기출의 이름아래 휴지조각이 되었다.

 

박창희는 사랑하는 천해주와의 행복을 위해선, 절대 열지 말아야 할 판도라의 상자를, 자신도 모르게 장도현과 함께 열었던 셈이다. 박창희에겐 머리싸매고 누워서 며칠 끙끙앓다가 낫게 될 일시적인 멘탈붕괴가 아니다. 인생이 바뀌는 것이다.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때문에 메이퀸 16회의 예고에서 보듯이, 박창희는 천해주에게 이별을 말하려 한다. 그동안 창희의 인생에 나침반 역할을 해주던 연인 해주와의 이별이, 스스로 파멸로 가는 티켓임을 알면서도 말이다.

 

 

 

박창희의 이별선언을 천해주는 어떻게 받아들일까. 멘탈붕괴로만 따지면, 천해주가 더 클 수 있다. 창희는 해주와 이별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고, 그 이유를 알고 있지만, 해주는 갑자기 창희가 왜 자신을 떠나려 하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해주가 외롭고 슬퍼도 울지 않는 캔디라고 해도, 창희(사랑)와 관련되면 다르다. 지금껏 해주가 눈물을 참지 못했던 건, 창희에게 늘 부족하다고 판단한 자신을 피부로 느꼈을 때였다.

 

그런데 창희가 해주를 떠난다면? 15년간 공들여 쌓아올린 사랑탑이 일순간에 이유없이 무너진다면, 해주가 패닉에 빠져도 이상할 게 없다. 창희를 잃은 해주의 슬픔은 누가 채워줄 것인가. 조달순(금보라)을 비롯한 가족이? 삼촌이 되어준 윤정우(이훈)검사가? 아니다. 사랑으로 상처받은 마음은, 사랑으로 치유해야 한다. 그래서 강산(김재원)의 존재가 급부상하는 것이다.

 

 

 

때 마침 메이퀸 15회에서, 강산은 자신을 짝사랑해 온 장인화(손은서)에게 단호한 입장을 전달했다. 아웃도어 런칭쇼 도중,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공식석상에서, 특히 해주가 눈앞에서 보고 있던 런어웨이에서, 자신에게 과감한 돌발키스를 퍼부은 인화에게, 너를 동생으로 좋아하지만 여자로 느끼고 사랑하진 않는다면서, 확실하게 선을 그었다.

 

이에 인화는 눈물을 흘리며, 내 사랑을 받아줄 수 없는 게 해주때문이냐고 되물었다. 강산은 그렇다고 대답했다. 해주에겐 이미 사랑하는 박창희가 있다는 걸 알고, 자신이 쿨하게 포기해야 하는 것도 알지만 그게 안 되고, 앞으로 안 될 것 같다고 인화에게 솔직하게 고백했다. 15년이 넘게 나를 짝사랑해 온 인화 네가, 내 심정을 누구보다 더 잘 알 것이라면서 말이다.

 

 

 

그렇다. 남자주인공답게 강산에게 어장관리란 없다. 사실 장인화라면 어떤 남자도 탐낼 만큼 훌륭한 미모의 재원이다. 대기업 천지조선 장도현회장의 외동딸에, 개인 사업을 하고 있고, 출중한 미모에, 성격도 그다지 모나지 않았다. 고생없이 자라서 타인에 대한 배려는 다소 약할지 모르나, 가난한 해주를 오래전부터 절친으로 두었다는 사실에서 사람을 대함에 있어 편견을 가졌다고 볼 수 없다. 인화는 늘 밝고 솔직하고 쾌활했으며, 오히려 쿨한 면이 많았다.

 

그만큼 장인화는 여자로서도, 결혼상대자로서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인화의 매력을 강산이 발견하지 못한 게 안타까울 정도다. 그러나 아무리 인화가 매력적이어도 강산이 천해주를 더 애절하게 원하고 사랑한다면,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장인화가 강산을 포기하는 게 맞다. 단지 인화로선, 자신의 사랑을 강산이 받아주지 않는 이유가 절친인 천해주라는 사실이 감당하기 힘들었을 테다.

 

 

 

왜 하필 나는 많은 남자중에 강산을 사랑하고, 강산은 왜 하필 많은 여자중에 천해주를 사랑하는지, 인화의 아프고 속상한 마음은 두배, 세배가 될 수밖에. 그래서 장인화의 눈물이 안타까운 것이다. 그런데 시청하는 입장에서, 그런 인화를 더 안타깝고 불쌍하게 보이도록 만든 사람이 있었으니, 공교롭게도 여주인공 천해주였다.

 

런칭쇼에서 인화가 강산에게 키스를 했을 때, 천해주의 표정이 가관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돌발키스를 바라보는 입장이라, 놀랄 수도 있지만, 놀라도 너무 놀란 표정이었다. 마치 자신의 애인이 다른 여자와 키스하는 모습을 목격한 여자의 표정을 지었기 때문이다. 해주에겐 창희가 있고, 강산은 해주에게 그저 친한 오빠이고 직장 상사일뿐이다. 게다가 친구 인화가 강산을 짝사랑하는 것도 이미 알고 있다. 그런데 뭘 그렇게 놀라나 싶었다. 자기 남친 뺏긴 여자마냥.

 

 

 

경악하듯 놀란 해주의 표정이 딱 어장관리하는 여자처럼 보였다. 자기 같긴 부담스럽고, 남주긴 아까운 여자의 놀란 모습. 그 장면만큼은 해주가 밉상이고 비호감스러웠다. 절친 인화의 강산을 향한 용기있는 돌발키스에, 그 장면내내 놀라고만 있을 게 아니라, 인화에게 미소를 지어주고 용기있었다며 엄지정도는 올려줘도 되는 거 아닌가. 용접하다가 손가락 다친 것도 아닌데 말이다. 다른 사람들은 다 인화의 용기에 기립박수 쳐주었는 데.

 

천해주는 강산이 아니라 박창희를 사랑한다. 그럼 된 거 아닌가. 지난 메이퀸 14회에서 해주가 창희랑 호텔방만 안 갔다면, 강산-인화의 키스에 해주가 그렇게 크게 놀라는 모습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 해주의 마음에, ‘강산이 가랑비 옷젖듯 자리잡기 시작했구나.’하고 말이다. 그런데 제작진이 준비한 호텔방씬은, 당분간 천해주-강산의 급진적인 러브라인은 없다는 사실상의 종지부였다. 해주가 창희와 이별한다고 해서, 해주가 강산에게 쉽게 마음이 옮겨갈 수 없을 거란 예고와도 같았다.

 

 

 

그렇게 지금 해주에겐 믿고, 사랑하고, 결혼까지 약속한 든든한 창희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강산이 인화와 키스 좀 했다고 해서, 경악할 정도로 해주가 놀라는 건 쉽게 공감이 가질 않는다. 놀란 해주를 이해하자고, ‘해주가 강산을 어장관리하려 드나’로 해석할 수도 없고 말이다. 즉 강산-장인화의 키스는 천해주가 경악할 정도로 놀랄 일은 아니었다. 여주인공 해주의 놀란 표정 하나때문에, 해주는 어장관리를 의심받고, 강산에게 차인 장인화만 더 불쌍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