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의 서현진-장영남, 주연보다 강렬했던 이유
MBC 새 월화드라마 ‘마의(馬醫)’가 지난 1일 첫방송을 탔다. ‘마의’는 MBC 창사51주년 특별기획으로, ‘대장금’ 등을 히트시켜 사극드라마계의 미다스손으로 평가받는 이병훈PD가 ‘허준’-‘이산’-‘동이’에서 함께 호흡을 맞췄던 김이영작가와 의기투합한 50부작 드라마라는 점과, 배우 조승우-이요원 등이 가세해 방영전부터 많은 시청자의 기대를 모았었다.
그렇다면 드라마 ‘마의’는 어떤 이야기를 다룬 작품인가. 조선후기 현종 때, 조선 최초의 한방외과의로서 독보적인 종기치료로 ‘신의’라는 호칭을 얻은 의관 백광현(조승우)의 생애와 심오한 의학세계를 그린다. 천민 신분으로 마의(馬醫)에서 출발해 어의(御醫)자리까지 올랐던 실존인물 백광현의 파란만장한 생애를 중심으로,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을 예정이다.
드라마를 소개하고 밑그림을 그려가는 단계인, ‘마의’ 1회 방송분은 어땠을까. 백광현(조승우)이 태어나기 전, 부모세대인 이명환(손창민)-강도준(전노민)-장인주(유선)를 중심으로, 그들의 우정과 배신을 간결하고 설득력있게 전개했다. 백광현의 아버지 강도준이, 친구 이명환의 배신속에 역모죄로 참수형을 당했을 정도니 발빠른 전개속도는 부연이 따로 필요없다.
여기에 소현세자(정겨운)의 죽음을 둘러싼 음모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향후 드라마의 살을 붙이고 인물간의 갈등과 긴장감을 끌어올린 요소들을, 초반부터 매끄럽게 배치했다는 게 인상적이다. 특히 피할 수 없는 운명의 굴레속에, 적대적으로 맞설 수밖에 없는 백광현과 이명환의 구도를 시청자에게 뚜렷하게 각인시켰다는 이유만으로도, ‘마의’1회는 충분히 성공적이다.
물론 마의 1회에서 아쉬운 대목도 있었다. 바로 드라마의 에피소드와 관련 연기를 하는 주연급 배우들의 부조화가 그렇다. 배우 손창민-전노민-유선의 연기력은 출중하다. 다만 나이에 걸맞지 않은 연기를 할 땐 노련한 그들조차 어색해 보였다. 40대 중반에 얼굴로, 20대 초중반에나 어울리는 천진난만한 행동과 표정을 지어야 할 때엔 무리수로 비춰졌다.
대표적으로 이명환(손창민)-강도준(전노민)-장인주(유선)가 서고에 몰래 들어가 우연히 만나게 된 장면에서, 그들은 마치 ‘마의’가 아니라 ‘성균관스캔들’에서 나올 법한 개구지고 천진난만한 얼굴을 보여, 나이에 맞지 않는 연기를 한다는 인상을 주고 만다. 특히 전노민-손창민의 경우, ‘액면가는 40대지만 우린 20대를 연기하고 있어요.’를 지나치게 강조한 느낌이랄까. 덕분에 연기 스펙트럼이 넓다는 인상보단, 차라리 젊은 배우를 대역으로 썼으면 나았겠다는 생각이 앞섰다.
그래서일까. ‘마의’1회의 주축이었던 주연급 배우 손창민-전노민-유선의 연기보다는, 상대적으로 짧지만 강렬한 포스를 보였던 특별출연 배우 서현진-장영남의 연기가 이목을 끌었다.
극중 서현진은 인조(선우재덕)의 후궁 조소용으로 등장, 김자정과 은밀하게 소현세자(정겨운) 시해를 모의한 후 독살지시를 내린다. 그리고 조소용은 인조의 앞에선, 소현세자의 죽음을 합리화시키는 불여시스런 행보를 보임으로써, 인물간의 갈등, 극의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데 일조했다. 이러한 악녀 캐릭터 조소용을 연기한 서현진은 한마디로 깔끔했다. 짧은 장면속에서도 강약조절이 돋보였던 깔끔한 연기가 인상적이다.
서현진과 같은 특별출연으로, 강도준의 아내이자 백광현의 친모역에 장영남도 임팩트가 강했다. 장영남은 언뜻 평범하게 보일 수 있는 현모양처 연기를, 도준에게 은근한 힘이 되는 비범한 연기로 윤색시켰고, 애(백광현)를 낳는 장면에선 절정에 달했다. 애를 낳는 고통 뿐 아니라, 낳은 후 읽혀지는 어머니의 절망과 비극을 온몸으로 표현해 화면장악력을 높였다. 그렇게 장영남은 혼신을 다해 연기한다는 인상을 남겼다.
드라마 ‘마의’는 소재의 참신성에서 강점을 지닌다. 여기에 이병훈PD-김이영작가 콤비는 스토리의 큰 줄기에서 안정감을 더한다. 덕분에 조승우-이요원 등 성인연기자들이 합류한 시점에서, ‘마의’는 내용적인 측면뿐 아니라 시청률에서도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문제는 조승우-이요원이 합류하기 전인 초반부에 있다. 아역연기자들의 역할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무엇보다 손창민-유선 등 주연배우들이 극을 끌어가는 힘과 장악력을 보여줘야 한다. 때문에 캐릭터의 측면에서, 이들은 1회의 유함을 벗고 보다 강하게 그려질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