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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땅에 헤딩 유노윤호, 에릭을 롤모델로 삼아라

바람을가르다 2009. 9. 17. 09:53
동근의 출세작 <네멋대로 해라>박성수PD가 연출을 맡고, 동방신기의 리더 유노윤호(본명 정윤호)가 주연을 맡아 화제가 된 MBC 새수목드라마 <맨땅의 헤딩>.

 

기존의 <태양을 삼켜라> <아가씨를 부탁해>에 밀려, 비록 한자릿수 시청률로 스타트를 끊었으나, <맨땅에 헤딩>은 전체적으로 드라마의 톤에 어울리는 생기 넘치는 인물들이 적절히 조화를 이룬데다, 무리없는 전개로 재미의 구색을 갖췄다는 시청자들의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드라마는 이렇다 할 스펙은 없지만 가슴이 뜨거운 남자로 영국 프리미어리그 무대를 꿈꾸는 축구선수 차봉군(정윤호)과 모든 걸 가졌지만 본인 힘으로 꿈을 이루고 싶은 국제축구연맹(FIFA) 에이전트 강해빈(아라)이 끊임없이 오해와 착각을 거듭하면서 펼쳐지는 티격태격 로맨틱 러브스토리.

특히나 주목하게 되는 것은 인기아이돌 그룹 동방신기의 유노윤호가 연기자로서 시험대에 오르는 작품이란 사실이다. 이렇다 할 경력없이, 단지 동방신기의 후광으로 주연을 꿰찬 그를 바라보는 시선들이 고울 수 없다. 더군다나 같은 아이돌출신이며, 동시간대 드라마에 출연중인 성유리윤은혜가 여전히 연기력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라, 그 연장선에서 유노윤호에게도 기대보다는 우려의 시선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더군나나 <맨땅에 헤딩>이 아직 시작단계인 상태라 시청자로선, 전체적인 줄거리 쫓기 보단 연기자의 디테일과 에피소드의 신선도를 주로 보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초반에 주연배우가 캐릭터의 구현을 어느정도 해주느냐에 따라, 시청자의 기대치가 맞물린다.

 

동방신기의 유노윤호가 아닌 차봉군을 소화하는 정윤호의 연기를 지켜보니, 신인치곤 나쁘지 않다는 인상을 받았다. 기본적으로 지적당하기 쉬운 발성과 발음에서 오는 문제는 없었으며, 표현력도 준수했다고 볼 수 있다. 일단 기본기는 갖췄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초반 1,2회는 감정표현에 있어 힘이 너무 들어갔다는 점에서 그가 초짜임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저점을 연기함에 있어서는 절제가 되지만, 고점에 이르러서는 오버를 한다. 힘이 너무 들어가, 자신이 부자연스러워지는 것은 물론, 보는 이로 하여금 어색함을 불러왔다.

 

동시에 단조로운 색깔 표현. 장승우(이상윤)에게 화를 내는 모습과 강해빈(아라)에게 투정내지 화내는 모습이 같다는 문제다. 분노가 담긴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차이가 있어야 함에도 같은 톤에서 이뤄지는 연기초보자의 길을 걷고 있었다.

 

그러나 노력과 경력으로 쌓이는 연기의 스펙트럼을 신인에게 지나치게 넓게 표현하길 강요하는 것은 그의 가능성을 죽이는 셈이다. 분명 유노윤호는 연기자로서 이제 막 발을 뗀 새내기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특히나 다른 부분에선 크게 나무랄 데가 없는 연기를 보인터라, 위에 두가지 부분만 다듬을 수 있다면, <맨땅에 헤딩>에 차봉군을 연기하는 정윤호의 미래도 밝다고 여겨진다.

 

인기 남성 아이돌 그룹 출신으로 연기자로 성공한 사례는 신화의 에릭 (본명 문정혁), 김동완을 꼽을 수 있다. 특히나 에릭의 경우, 코믹하면서도 진지한 <맨땅의 헤딩>에 차봉군 역할이 무척이나 어울릴 듯 싶다. 바로 유노윤호가 차봉군으로서 벤치마킹해야 하는 롤모델이 에릭이다.

감정 표현에는 무리가 따르면 안 된다. 차봉군을 흉내내기 보단 차라리 유노윤호 자신을 드러내는 게 낫다. 다시 말해 본연의 자연스러움이 억지로 힘을 불어넣는 연기보단 낫다는 것이다. 정윤호가 생기발랄하면서도 가슴 한 켠에 아픔을 가진 차봉군을 연기하고 싶다면, 감정의 기복은 힘을 뺀 상태로 캐릭터가 가진 톤에서 벗어나지 않는 절제된 라인을 유지하던 아이돌 선배이자, 연기자 에릭을 떠올릴 수 있었으면 한다.

 

드라마 <불새>보다 <신입사원>에서 연기자 에릭이 빛났던 건, 에릭이라는 본인자체를 드러낼 수 있는 색깔에서 무리를 하지 않고 캐릭터에 접근했기 때문이다. <맨땅에 헤딩>의 차봉군은 연기 신인인 유노윤호가 연기하기에 안성맞춤인 캐릭터이다. 과도한 설정보단 유노윤호의 모습이 드러나더라도 편하게 가야 한다.

 

내용적으로 봤을 때, <맨땅의 헤딩>은 충분히 경쟁력을 갖춘 드라마라고 사료된다. 강신일, 박철민 등과 같은 명품 조연의 어시스트를 받는 정윤호와 아라가 조금 더 분발한다면, 수목드라마의 새로운 다크호스로 손색이 없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