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스타일 싸이, 토크쇼에서 보인 짜릿한 돌발행동
대한민국뿐 아니라 전 세계가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Gangnam style)’에 푹 빠졌다. 싸이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는 약 두 달만에 유튜브 조회수 2억건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으며, ‘강남스타일’을 패러디한 전 세계인의 동영상은 무더기로 쏟아졌다. 무엇보다 놀랍고 더욱 기대를 부추기는 건, 무서운 속도로 세계 각지로 퍼져나가는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Gangnam style)’ 신드롬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란 사실이다.
이를 반영하듯,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미국과 영국을 비롯해 약 30여개 국가의 아이튠즈 음원 차트에서 1위를 석권했고, 빌보드 차트 11위에 오르는 등 파죽지세를 이어가고 있다. 대한민국 가수가 한국어로 부른 노래로 빌보드 차트 1위에 오르는, 생각만으로도 기분 좋은 상상이 현실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그만큼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세계인을 홀린 월드스타일로 부상했다.
그렇다면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세계적으로 신드롬을 일으킨 배경은 무엇일까. 21일 방송된 ‘MBC스페셜-싸이 GO, 지금은 강남스타일~!’에서, 친절하게 이를 집중 조명했다. 이 날 방송에서 싸이의 ‘강남스타일’ 성공요인으로 네가지를 꼽았다. 재밌는 뮤직비디오, 중독성 강한 멜로디, 신나면서도 따라하기 쉬운 말춤 그리고 유튜브 등 소셜네트워크(SNS)를 통한 홍보.
‘MBC스페셜’의 분석은 객관적이고 정확했다. 하지만 그 사실을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접한 대중은 이미 알고 있다. 즉 ‘MBC스페셜’의 분석은 정확하나 새로울 게 없었다. 단지 되새김해 나쁠 게 없고, 모르거나 관심이 없었던 시청자에겐 유용한 정보가 될 수 있기에, 방송 내용은 충분한 가치를 갖는다. 무엇보다 음악 ‘강남스타일’이 아닌, 가수 ‘싸이’라는 사람에 대해 조금이나마 더 알 수 있었던 게 좋았다.
이 날 방송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건, 가수 싸이의 인터뷰 못지않게, 그가 토크쇼에서 보였던 멘트와 돌발행동이었다. 현재 미국에서 체류중인 싸이는 AP통신 등 해외 유력언론들과의 인터뷰. 2012 MTV 비디오 뮤직 어워드 참석에 이어, NBC ‘투데이쇼’, ‘SNL’ 등 현지 인기 토크쇼에 출연하며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었다. 그 중에서 NBC ‘투데이쇼’와 ‘엘런 드제너러스 쇼’의 싸이는 멋졌고 감동이었다.
‘엘렌쇼’의 메인 게스트는 브리트니 스피어스(Britney Spears)였고, 싸이는 그녀에게 말춤을 가르쳐 주기 위한 깜짝 손님이었다. 브리트니 스피어스는 싸이의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를 보고, 자신의 트위터에 ‘이 비디오 정말 재밌어요. 누가 내게 말춤 좀 가르쳐 줄래요?’라는 멘션을 남겼다. 그래서 ‘엘렌쇼’에서 게스트 브리트니 스피어스를 위해 싸이를 섭외했던 것이다.
그리고 진행자 엘렌이 게스트 브리트니 스피어스와의 토크 중간에 싸이를 불렀고, ‘강남스타일’의 음악에 맞춰 싸이는 말춤을 추며 등장했다. 싸이를 직접 보게 된 브리트니 스피어스는 놀랐고 객석은 환호했다. 그리고 엘렌과 브리트니 스피어스는 싸이와 가벼운 인사를 나눈 뒤, 다짜고짜 말춤 추는 방법을 가르쳐 달라고 했다. 그러자 싸이는 우선 자신의 소개를 해도 되겠냐고 정중하게 되물었다. 이어 “안녕하세요, 한국에서 온 싸이입니다.”라며 공손한 말투로 객석에 인사했다.
토크쇼 MC라면 게스트를 시청자에게 먼저 소개하는 게 예의다. 그런데 엘렌과 브리티니는 싸이를 보자마자 말춤부터 배우려 들었다. 싸이를 보고 너무 흥분해서인지, 아니면 말춤밖에 관심이 없어서 인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유명토크쇼 MC 엘렌의 진행은 미숙했다. 그 상황을 싸이는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MC의 잘못을 우회적으로 지적할 줄 알았다.
만약 대한민국의 다른 연예인이라도 엘렌쇼에서 '감히 싸이처럼 진행자의 요구를 뒤로하고 자신있게 자기 의견을 피력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이 원하는 말춤부터 가르쳐주고 나서 자신을 소개할 타이밍을 엿보진 않았을까. 내 생각이 기우이길 바랄 뿐이다. 암튼 상대의 비위부터 맞추는 저자세가 아닌, 당연한 권리를 요구하는 싸이는 멋졌다. 그리고 그냥 싸이도 아니고, ‘한국에서 온’ 가수 싸이라고 말할 땐 자랑스러웠다.
또 NBC ‘투데이쇼’에서 싸이는 돌발행동으로 짜릿함을 선사했다. 그는 토크 중간에 MC에게 공손하게 양해를 구한 뒤, “대한민국만세!”를 외치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싸이의 애국심일까. 잘 모르겠다. 그런데 통쾌했다, 짜릿했다. 그리고 고마웠다. 싸이의 돌발행동은 대한민국 사람들에게 자부심을 선사했기 때문이다.
싸이가 한국인이란 사실, 한국에서 온 가수라는 사실, 그가 외친 ‘대한민국만세’는, 싸이의 ‘강남스타일(Gangnam style)’을 좋아하는 외국인들에겐 사실 큰 의미를 갖지 못할 수 있다. 그가 외친 ‘대한민국만세’를 알아듣는 사람은 한국어 아는 사람들이다. 즉 싸이의 외침을 특별하게 생각할 외국인은 소수에 불과할지 모른다. 그러나 싸이를 바라보는 한국인, 그리고 한국어를 알거나 한국을 알고 싶어하는 외국인들에겐 다르다. 그것이 충분한 의미를 갖는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이전에, 1996년 스페인 출신의 듀오 로스 델 리오가 ‘마카레나’로 전 세계를 흥분시켰다. 그러나 마카레나의 춤은 기억해도, 마카레나를 부른 가수가 듀오 로스 델 리오이고, 출신은 스페인이란 사실을 아는 한국인이나 외국인은 얼마나 될까. 즉 세계인의 다수가 ‘오빤 강남스타일’이란 가사 일부와 말춤처럼, 마카레나도 춤과 마카레나로 흥얼거리는 멜로디 몇 소절을 좋아했고 기억할 뿐이다.
현재 외국에서도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과거 마카레나처럼 소비하고 있다. 엘렌쇼의 엘렌과 브리티니가 싸이를 소개하는 것보다 그의 말춤을 배우겠다는 의지가 앞서는 것처럼 말이다. 그것이 정상적인 소비일지도 모른다. 국적이 중요한 게 아니라, 언어와 피부색이 달라도, 단지 ‘좋다’는 이유만으로 함께 신나게 따라하고 즐기고 소비하면 그만인 것.
그런데 싸이는 달랐다. 자신이 동양의 ‘어느’ 나라에서 온 것이 아니라, ‘한국’에서 태어난 가수이며, 토크쇼 와중에도 MC에게 양해를 구하고 ‘대한민국 만세!’를 외칠 줄 안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전세계 누구나 부담없이 즐기되, 'Made in Korea'라고 은근히 강조한다. 사실 굳이 안 해도 그만인 것을 싸이는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싸이의 은근하고 때로는 파격적인 행보가 한국인에겐 자부심이 되고, 외국인들에겐 한국의 이미지가 긍정적으로 각인된다. 그렇게 싸이는 개념조차 이미 월드스타를 뛰어넘었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전 세계적인 열풍이고 현상이고 문화다. 반짝했던 로스 델 리오의 ‘마카레나’가 잊혀진 과거라면, 싸이는 현재고 ‘강남스타일’은 끝이 아니라 이제 시작이란 사실에서 더욱 기대를 모은다. 가수는 노래를 따라간다는 데, 싸이가 그 만이 보여줄 수 있는 ‘쇼’로, ‘새’처럼 비상해서 전 세계인의 ‘연예인’으로 롱런하는 ‘챔피언’가수가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