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남자 문채원, 두 번의 굴욕적 물세례가 필요했던 이유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남자 4회에서는, ‘왜’라는 질문을 시청자에게 여러 차례 던졌다. ‘착한 남자 강마루(송중기)는 ’왜‘ 한재희(박시연)가 꿈꾸는 세상을 지켜보지 못하고 깨부수려 할까?’라는 드라마의 핵심에서부터, ‘희귀병을 앓고 있는 강초코(이유비)가 ‘왜’ 느닷없이 가수를 뽑는 오디션에 나타나 아이유의 히트곡 ‘좋은 날’을 불렀을까.‘라는 보는 이에 따라 다소 황당할 수 있는 이유까지 소스가 다양했다.
강마루가 바라보는 한재희의 꿈은, 불편한 것이고, 허황된 것이고, 무엇보다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마루의 꿈, 다른 사람의 꿈은 아무렇지 않게 밟고 올라서는 탐욕이고 위선이다. 한마디로 착한남자 강마루에겐 한재희 꿈은 ‘나쁜 것’이다. 반대로 강초코가 가수의 꿈을 가지고 오디션을 보는 것은, 누구의 꿈을 짓밟지도 않고, 희생을 강요하거나 필요로 하지 않는다. 한재희의 꿈과 강마루의 동생 강초코의 꿈은 그렇게 효과적인 대비를 이룬다.
뿐만 아니라, 조연커플 박재길(이광수)-강초코(이유비)-유라(김예원)의 삼각관계는, 보통의 연애 그리고 감정, 가장 보편적인 사랑의 방식을 띤다.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사랑이고 연애이며 삼각관계의 구도이다. 그러나 강마루-한재희-서은기(문채원)의 삼각관계는 일반적인 사랑과 연애를 벗어났다. 현재 이들 세 명중 누구도 사랑이란 본질과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고 충실하게 접근해 상대방을 사랑하진 않는다. 오히려 타인에게 보이기 위한 사랑을 시작하고, 사랑이란 본질을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삼는다.
여기서도 알 수 있는 건, 조연커플 박재길-강초코-유라의 삼각관계는, 주연커플 강마루-한재희-서은기의 삼각관계와 극명한 대조를 이뤄, 드라마 착한남자가 추구하는 기획의도를 시청자에게 알기 쉽게 전달한다. 즉 착한남자 4회에서 강초코의 분량은 일각에서 비판하는 것처럼 불필요한 게 아니었다. 다만 강초코의 꿈을 설명하기 위해 굳이 아이유의 ‘좋은날’을 완창할 필요가 없었고, 박재길-강초코-유라의 삼각관계를 한 장소에서 길게 끌어 극의 재미와 긴장감을 늦출 필요가 없었을 뿐이다. 5회부터는 제작진이 주조연의 분량조절에 좀 더 신경써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사실 착한남자 4회에서 시청자가 가장 주목해야 할 ‘왜?’는 따로 있었다. 바로 두 번의 굴욕적(?) 물세례를 겪은 서은기(문채원)였다. 가족들과의 식사자리에서 은기가 마루를 소개하고 그와 사귄다는 이유만으로, 아버지 서정규에게 물세례의 수모를 겪은 것과 마지막 장면에서 마루가 은기를 아오모리 리조트내 연못에 빠뜨린 것이다. 왜 착한남자 4회에선 서은기가 한 번도 아닌 두 번의 물세례를 겪어야 했을까. 그것은 바로 서은기의 변신, 감정변화를 보여주고 예고하기 때문이다.
물이란 건 깨끗한 것이다. 성스러운 것이다. 하지만 물은 그만큼 변하게 만들기도 쉽다. 물은 어디에 담느냐에 따라 모양이 달라지고, 깨끗한 물에 어떤 잉크를 붓느냐에 따라 색깔이 달라진다. 이것은 곧 드라마적인 관점에서, 물로 사람을 변하게끔 만드는 계기임을 상징한다. 착한남자 4회에서 서은기도 마찬가지로 설명된다.
태산그룹 회장이자 아버지 서정규에게 딸 은기는 듣보잡 출신의 강마루를 소개한다. 마루를 좋아하게 됐지만 온전히 사랑해서가 아니었다. 은기는 마루를 통해, 아버지와 한재희의 결혼을 비아냥대고 싶은 마음이 앞섰다. 아버지 당신은, 딸래미랑 5살차 밖에 나지 않는데다 배경도 보잘 것 없는 재희를 후처로 두었다. 단지 재희의 젊음과 외모에 혹해서. 은기로선 마루와 재희의 배경을 동일시하고, 자신과 아버지를 같은 선상에서 놓았다. 아버지와 재희에 대한 은기의 반감이 앞섰다.
그러자 서회장이 은기에게 물세례를 퍼부었다. 얼굴에 물이 튄 은기는 당황했다. 하지만 아버지의 물세례 덕분에 은기는 재차 깨달았다. ‘아버지=태산그룹’이며, 자신은 아버지와 같은 선상에 놓일 수 없는 주종관계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은기는 잠시 혹했던 마루에게 이별을 통보한다. 은기에겐 잘 생기고 차칸남자 마루보다는 태산그룹이 더 소중하다는 걸, 아버지의 손을 거친 굴욕적인 물세례로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마루와 은기는 이대로 이별하고 마는 걸까. 아니다. 마루는 서회장의 물세례에 얼굴이 젖은 은기를 자신의 손수건으로 닦아낸 뒤, 키스를 얘기하며 이별을 잠시 뒤로 미루자고 말한다. 그리고 착한남자 4회의 마지막에, 오히려 마루와 은기사이가 빠르게 진전될 것임을 예고한다. 바로 풀밭에서 자고 있던 은기를 마루가 번쩍 들어 연못에 풍덩 빠뜨렸기 때문이다. 은기의 온몸이 흠뻑 젖었다. 마루에 의해서다. 은기는 당황한다. 그리고 그것은 얼굴에 약간 튄 아버지의 물컵세례보다 은기에게는 강렬하게 전해지는 울림이상이다.
나쁜 남자의 코스프레를 하고 있지만, 여전히 착한 남자 강마루. 마루의 색깔이 은기에게 입혀지는 순간이다. 연못에 빠진 은기는. 마루에게 동화되고 젖어갈 것임을 의미한다. 그래서 물에 빠진 은기는 굴욕이 아니며, 은기의 변화를 예고하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은기에게 태산그룹보다 중요한 건 사랑이고, 마루라는 사실을 깨닫는 시작이기 때문이다.
수목드라마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남자’ 4회를 통해, 동시간대 시청률 1위로 올라섰다. 게다가 드라마가 이제 초반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대목이다. 여기에 4회의 문제점으로 제기된 불필요한 분량을 바로미터로 삼고, 제작진의 세밀한 완급조절이 더해진다면 극의 재미와 긴장감에도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