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및 드라마

메이퀸 한지혜-김유정, 단순 비교가 잔인한 이유

바람을가르다 2012. 9. 15. 12:14

 

 

 

15일 방송되는 MBC주말드라마 ‘메이퀸’ 9회에서는, 그동안 호연을 펼쳤던 김유정-박지빈-박건태 등 아역들이 퇴장하고 한지혜-김재원-재희-손은서 등 성인연기자들이 바통을 이어받아, 극의 흐름과 분위기면에서 커다란 전환점을 맞게 될 전망이다. 다만 그동안 메이퀸을 동시간대 시청률 1위로 끌어 올린 주역 김유정의 하차는 즐겨보던 시청자에게 아쉬움을 남긴다.

 

때문에 드라마 메이퀸을 바라보는 많은 이들이 가장 우려하는 대목도, 과연 한지혜가 김유정의 공백을 메울 수 있을까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외형상 김유정의 하차는 ‘메이퀸’에겐 실보다 득이 더 클 수밖에 없다. 물론 메이퀸이 8회가 진행된 동안 김유정의 존재감은 절대적이었다. 성인연기자를 뛰어넘는 김유정의 명품연기는 매번 시청자 마음을 들기도, 놓기도 했다.

 

 

 

하지만 김유정의 하차는 예정된 수순이었고, 김유정과 아역들이 보여줄 수 있는 내용에도 한계가 있다. 드라마 ‘메이퀸’은 조선업이 발전하던 시기에 태어난 젊은이들이 부모 세대의 원한과 어둠을 청산하고 새로운 시대의 해양으로 진출하며, 그 여정속에서 그들의 야망과 사랑, 배신과 복수, 몰락과 성공을 서사적으로 다루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껏 메이퀸이 보여준 것은, 소녀가장에 가까운 천해주(김유정)와 관련한 ‘출생의 비밀’에 포인트를 맞춰 왔다. 물론 조선업에 호기심을 갖는 천해주-강산(박지빈)의 모습이나, 어린 나이지만 강산-천해주-박창희(박건태)간에 풋풋한 사랑도 곁들어졌다. 그러나 일도, 사랑도 아역들이 감당하고 표현하는 데엔 한계가 있다. 기껏해야 용접을 하거나, 자전거를 함께 타고 가다가 쓰러져 묘한 눈빛교환을 하는 범위에서 그쳐야 했다.

 

 

 

성인연기자로 바뀌면, 아역들의 소꿉장난같았던 일과 사랑에서 벗어나, 일에서는 좀 더 스케일 크게 접근할 수 있고, 한지혜-김재원-재희-손은서로 이어진 멜로의 사각관계에서도 감정을 표현함에 있어 적극적이 되고 다양한 방법이 동원된다. 무엇보다 어른들에 의해 수동적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던 아역들에 비해, 성인연기자들은 능동성을 뛴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즉 캔디 천해주(김유정)를 둘러싼 ‘출생의 비밀’이 주가 될 수밖에 없었던 아역분량에 비해, 성인연기자들의 분량은 시청자에게, 메이퀸의 내용과 재미면에서 더욱 볼거리가 많은 드라마로 가는 기폭제가 된다. 메이퀸의 제작진 또한 지난 8회 동안 극의 재미와 긴장감을 불어넣는 데에 있어 탁월함을 보인 바 있어, 성인분량에서도 기대감을 부풀린다.

 

 

 

이렇듯 아역에서 성인으로 가면 볼거리가 더 많아진다는 사실을 모르는 시청자는 없다. 또한 메이퀸에서 호연을 보였던 김유정이 하차한다는 사실에 아쉬워하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러나 김유정이 아닌 한지혜가 등장하면, 마치 드라마를 말아먹을 것처럼 지나치게 우려하는 시선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 아역 김유정이 보여줄 수 있는 천해주가 있고, 성인 한지혜가 보여줄 수 있는 천해주는 따로 있기 때문이다.

 

물론 초반 메이퀸 인기와 시청률의 일등공신 김유정에게 제작진은 물론 성인연기자들도 고마워해야 한다. 때문에 김유정효과를 고스란히 담아내야 할 한지혜의 부담도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메이퀸은 김유정을 잃은 대신 김재원-재희를 얻었다는 점에서, 김유정의 바통을 이어받을 한지혜의 부담을 어느 정도 덜 수 있다.

 

 

 

사실 아역분량인 8회까지 메이퀸은 철저히 천해주(김유정)중심의 드라마였다. 어린 박창희-강산이 천해주를 써포트했지만 비중은 크지 않았다. 그러나 한지혜-김재원-재희 등 성인연기자들이 극의 주축이 되면, 메이퀸은 김유정 1인 드라마에서 벗어날 수 있다. 특히 강산(김재원)-박창희(재희)의 역할이 크게 확대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즉 김유정효과를 한지혜가 일방적으로 감당할 문제는 아니란 사실이다.

 

단순히 천해주라는 캐릭터를 공유한다고 해서, 한지혜가 메이퀸의 전부를 책임져야 하는가. 메이퀸의 아역분량은 천해주와 관련한 ‘출생의 비밀’에 초점을 맞추고 관련 어른들이 개입하며 전개했기 때문에, 김유정의 존재감과 비중은 메이퀸에서 절대적이었다. 그러나 성인이 된 천해주의 비중과 존재감은 성인이 된 강산-박창희와 분담하게 된다. 이 점을 외면하고 메이퀸 안에서 김유정과 한지혜를 비교하려 들면, 한지혜에게 너무 잔인하다. 연기력의 측면도 마찬가지다. 한지혜의 연기력이 보는 이에 따라 문제시 될 수 있을 진 몰라도, 김유정과의 연기력 비교는 무의미하다. 아역이 표현할 수 있는 연기의 영역과 성인이 표현할 수 있는 연기의 영역은 다르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의 나와 어른이 된 내가 다를 수밖에 없는 것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