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연예

KBS연예대상 1박2일, 강호동의 방송복귀를 앞당겼다?

바람을가르다 2011. 12. 25. 09:13






매년 지상파 연말시상식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KBS연예대상이, 올해도 어김없이 가장 먼저 열렸다. 그리고 많은 이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2011 KBS연예대상의 영광은 공동수상이란 이름하에 해피선데이 1박2일(이승기-은지원-이수근-김종민-엄태웅)팀에게 돌아갔다. 물론 2008년 무한도전팀과 거침없이 하이킥 이순재에게 공동대상을 안긴 MBC연예대상의 케이스도 있지만, 이번 KBS연예대상은 분명 예상밖에 결과였고 논란의 여지도 남겼다.

올 한해 KBS예능에서 시청자의 사랑을 가장 많은 받은 프로그램은, 누가 뭐라고 해도 해피선데이 1박2일이다. 시청률이 이를 입증한다. 무엇보다 방송 3사가 가장 비중있게 접근하고 물량공세를 마다않는 일요일 저녁 격전지에서, 지난 5년간 부동의 시청률 1위를 고수중인 1박2일에서 가장 유력한 연예대상후보가 거론될 수밖에 없고, 1박2일에서 유일하게 후보에 올랐던 이승기의 수상이 점쳐진 것도 당연했다.



그러나 1박2일뿐 아니라, 김승우의 승승장구, 청춘불패까지, KBS의 일꾼 이수근을 연예대상후보에서조차 제외시켰다는 사실에서, 이미 KBS예능국은 개인이 아닌 1박2일 팀의 공동수상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봐야 한다. 1박2일뿐 아니라, KBS의 다른 예능까지 도맡는 이수근이, 이승기는 물론 연예대상 후보에 오른 김병만-신동엽-유재석-이경규에 비해 공헌도가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 충성도면에선 오히려 더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런 그가 KBS연예대상후보에서 누락된 것이다.

이수근이 최우수상을 받았을 때만 해도, KBS연예대상은 1박2일 이승기와 개그콘서트 달인 김병만의 2파전으로 보였던 게 사실이다. 오히려 최우수상 이수근은 이승기에겐 짐이 될 수 있었고, 개그콘서트를 대표해 김병만의 대상수상을 좀 더 유력하게 만들기도 했다. 그러나 결과는 개인이 아닌 1박2일 팀에게 돌아갔다. 이유는 KBS예능국의 명분과 실리를 동시에 취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KBS연예대상 1박2일, 강호동의 방송복귀를 앞당겼다?

지난 해 남자의자격 이경규가 대상을 수상했다. 물론 이경규가 성과를 낸 것도 부인할 수 없지만, 박칼린신드롬을 일으킨 남격합창단 등을 업고서, 남자의자격을 대표해 맏형으로 수상했다는 평이 많았다. 그만큼 대상은 개인역량뿐 아니라, 프로그램 힘과 파급력, 대표성을 무시할 수 없다. 올해 KBS예능에선 상대적으로 남격합창단같은 파괴력을 보여준 프로그램이 없었고, 때문에 견고한 1박2일이나 개그콘서트에서 대상이 나오는 게 실질적으로 타당했다.

그런데 많은 시청자에 사랑을 받았던 1박2일이 내년 2월에 종영을 한다. 그렇다면 유종의 미를 거두는 일환으로 1박2일에서 대상 수상자가 나오는 게 KBS연예대상의 명분을 세우기엔 좋았다. 문제는 대표성에서 이승기가 과연 적절한가에 있었다. 종영을 한다면 더 이상 1박2일을 통해선 KBS연예대상을 배출할 수 없다. 그 ‘마지막’을 대표해 막내 이승기에게 주어도 좋을 것인가에 고민했던 것 같다.



명분상 이승기가 받아도 전혀 이상할 게 없었다. 다만 이수근-은지원을 비롯해, 시청자투어3탄을 끝으로 잠정은퇴를 선언한 맏형 강호동에 나영석PD까지, 다같이 고생했다는 측면을 고려해 공동수상으로 결정한 셈이다. 명분은 더 없이 좋았지만, 역으로 생각하면 실리에 민감한 방송사의 입장을 재차 확인할 수 있다. 그것은 이수근의 최우수상이, 오히려 대상의 무게감을 한없이 낮춰버렸기 때문이다.

즉 1박2일 팀에 대상을 주려고 했다면, 이수근에게 최우수상을, 그리고 엄태웅에게 최고엔터테이너상을 주지 말았어야 했다. 그 두 사람에게 별개의 상을 주고, 1박2일에 대상을 준 것은, 대상의 의미와 위상을 떨어뜨린 일종에 자충수였다. 그렇다면 KBS연예대상은 왜 굳이 자충수를 두었나. 바로 명분보다 실리가 앞섰기 때문이다.



1박2일 멤버들에게 공동으로 나눠 준 대상은 개인상이 아님을 확실히 못박아둔 것이다. 최우수상 이수근은 KBS예능국이 반드시 잡겠다는 모션이었고, 동시에 강호동의 방송복귀가 KBS에서 이루어지길 바라는 제스처로 보였다. 비록 대상명단에 강호동의 이름은 호명되지 않았지만, 개인이 아닌 1박2일 팀에게 줌으로써 강호동의 공헌도를 인정하고 부각시키는 계기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만일 1박2일이 내년에 종영하지 않는다면, 이승기가 가수나 연기자가 아닌 예능을 전문으로 하는 연예인이었다면, 올해 KBS연예대상은 이승기 단독수상 가능성이 높았다. 최근 인기리에 방송중인 김병만의 ‘정글의법칙’이 SBS가 아닌 KBS에서 방송하는 프로그램이었다면, 김병만의 수상도 가능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들은 KBS예능국이 원하는 그림과 비켜가 있었다. 오히려 실리면에서 KBS예능국이 인정하고 키워야 할 인재는 이수근이고, 반드시 붙잡아야 할 예능인은 언제고 돌아올 강호동이라는 판단이 앞선 셈이다.



KBS연예대상을 계기로 강호동의 방송복귀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이미 많은 시청자가 그의 복귀를 기다리며 그에 대한 우호적인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다. 특히 이 날 시상식에서 이수근과 은지원은 수상소감에서 강호동을 언급하며, 그에 대한 변함없는 존경과 신뢰, 더불어 빠른 복귀를 기원했다. 강호동이 KBS연예대상을 직접 보았다면 1박2일 동생들에게서 많은 위로가 되고 의지가 되었을 것이다.

강호동의 결심만 남았다. 물론 그가 잘못한 부분도 있다. 그러나 무분별하고 무차별적인 여론몰이로 받은 상처와 대가는 그 이상으로 혹독하고 잔인했다. 때문에 상처받은 자신감은 후배들의 수상소감 몇 마디로 해결되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채널의 주인, 많은 시청자가 그의 복귀를 바라고 있다. KBS연예대상 최우수상을 받았던 김준호의 수상소감이 인상깊다. 해외원정도박으로 물의를 빚을 때, 많은 동료들과 시청자들이 자신을 일으켜주고 이끌어줬다. 이제는 시청자를 위해 개그에 잭팟을 터트리고 웃음에 올인하는 개그맨이 되겠다. 상처마저도 웃음으로 승화시킬 힘이 남았다면, 강호동도 더 이상 방송복귀를 미룰 이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