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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자격 청춘합창단, 왜 자꾸 눈물이 날까?

바람을가르다 2011. 7. 4. 08:02






지난 해 박칼린을 등에 업고 최고의 하모니를 연출했던 남격합창단이, 2탄에선 52세 이상에 성인들과 함께 재차 감동드라마에 시동을 걸었다. 이른 바 청춘합창단이다. 그리고 과연 1탄에 재미와 감동을 재현할 수 있을까란 세간의 우려와 식상하다는 비난을, 청춘합창단은 첫방송부터 초대형 감동홈런으로 보기 좋게 날려 버렸다.

3일 방송된 해피선데이 ‘남자의자격’ 청춘합창단은, 박칼린을 대신할 음악감독이자 지휘자로 남격멤버 김태원을 내세웠다. 이경규-김국진을 비롯한 동료들은, 음악감독 김태원을 뜨겁게 환영하며 무한신뢰를 바탕으로 남격의 힘을 보태주었다. 박칼린감독이 없어도, 혹여 시청자가 걱정하거나 외면한다해도. ‘김태원’은 할 수 있다에 그치지 않고, ‘남자의자격’은 할 수 있다를 보여줬다. 긍정더하기 우정의 힘. 시작부터 조짐이 좋았다.



1탄보다 나은 2탄을 만들기란 생각만큼 쉽지 않다. 김태원의 인터뷰에서도 알 수 있듯이, 박칼린을 대신한다는 것은 엄청난 부담감이다. 속된 말로 잘해야 본전이다. 숫자와 계산이 앞서는 사람이라면 결코 승낙할 수 없는 자리다. 때문에 남격합창단2를 이끌 지휘자는 결국 김태원의 몫이 될 수밖에 없었을 거란 생각도 든다. 과정과 결과를 떠나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를 택한 김태원을 칭찬할 수밖에 없다.

박칼린을 최재민 등이 도왔듯이, 김태원을 도와줄 라인업도 구성됐다. 지휘자 윤학원선생이 멘토로, 부활의 보컬 박완규가 보컬트레이너로 합류했다. 그리고 누구보다 반가운 얼굴은 신민아를 닮은 뮤지컬배우 임혜영이다. 홍일점은 그녀는 존재감만으로 남자의자격속에 화사함을 불러왔다. 일단 밑그림은 무난하게 그려졌다.

문제는 함께 할 52세 이상의 단원들이다. 3000명이란 적지 않은 인원이 참가신청서를 냈다. 그렇다면 오디션에선 선우-배다해처럼 뛰어난 가창력의 소유자가 등장할까. 아니면 뭔가 어설픔으로 웃음을 줄까. 모든 예상을 깨버린 건 진심이었다. 그들의 노래속엔 진심이 묻어있었다. 그 진심은 인생을 노래하고 사연을 노래했다. 눈물이 안 날 수가 없다. 그렇게 위대한 감동은 시작되고 있었다.



남자의자격 청춘합창단, 왜 자꾸 눈물이 날까?

42세부터 합창단에 몸담았다는 84세의 할머니. 아들이 몰래 신청서를 제출해서 참여하게 됐다면서, 노래는 예전만 못해도 마음만은 청춘이라고 밝혔다. 흐뭇한 미소가 심사위원들 사이에 번졌고, 아일랜드 민요 ‘종달새’를 불렀다. 다소 투박하고 걸걸해진 목소리가 ‘종달새’안에 녹아든다. 마음에 짠한 감동이 밀려왔다.

이어 손녀딸이 인터넷으로 신청했다면서 등장한 할아버지. 작년에 먼저 보낸 아내와 함께 있는 자녀들에게 좋아하는 노래를 들려주고 싶다면서 ‘고향생각’을 불렀다. 이 노래가 이렇게 슬프고 아름다운 노래였나. 눈시울이 뜨거워지기 시작한다.



눈물이 마를까. 오는 시월에 결혼식을 올리는 딸을 위해 신청했다는 어머니가 등장했다. 딸은 시집가면 혼자가 될 어머니를 걱정했고, 어머니는 혼자서도 잘 살 수 있다는 걸 딸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청춘합창단에 지원을 했다고 말했다. 노래를 듣기도 전에 눈물이 고인다. 오디션을 보는 지도 모르는 어머니의 딸은, 방송을 보고 얼마나 펑펑 울었을까.

그리고 감동을 폭발시키는 결정타가 이어졌다. 청춘합창단에 꼭 뽑히고 싶다면서, 노사연의 ‘만남’을 무반주로 부르신 어머니. 듣는 내내 눈물을 멈출 수가 없다. 15년 전에 아들을 세상을 떠나고 고통속에 몸부림치다가, 노사연의 만남이란 곡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아들이 생각나는 가사가 있어서 만남을 주구장창 불렀다고 한다. 그 어머니의 노래에 나뿐 아니라, 아마도 대다수의 시청자를 울렸을 거라 생각한다.



왜 자꾸만 눈물이 날까. 4단 콤보에 폭풍감동이다. 그들은 <나는가수다>에 나오는 실력자들이 아니다. 임재범이 아니다. 근데 감동은 나가수를 훌쩍 뛰어넘는다. 노래에 인생을 담고 사연을 녹아드니까, 노래가 아니라 마음이 전해진다.

오디션내내 심사를 봐야할 김국진-임혜영-박완규가 울었고, 중간중간 김태원-이경규 등도 눈물을 훔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오디션장속에 내가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나도 그들처럼 눈물이 났기 때문이다. 방송이 주는 감동이란 건 이런 거구나 새삼 느낄 수 있었다. 결국 감동도 재미도 만드는 게 아니라 느끼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것. 그래서 통하는 것.

청춘합창단은 목표는 입상이 아니라, '추억'을 남기는 것이 목표인 사람들의 만남이고 도전이다. 때문에 순수한 열정이 담겨있고, 그들의 도전은 천상의 목소리보다 아름답다. 어쩌면 아주 사소하고 평범하지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잃어버리기 쉬운 소중한 것들에 대해 감사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청춘합창단. 그들의 아름다운 추억만들기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