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및 드라마

시티헌터, 키스보다 짜릿한 육감!

바람을가르다 2011. 6. 23. 08:03






22일 방송된 시티헌터 9회는 이민호-박민영의 3단 전구키스가 화제였다. 전구키스? 폭풍키스였다. 최고의사랑 독고진(차승원)처럼 어깨부상으로 시름시름 앓던 이윤성(이민호)도 충전이 매우 급했던 것 같다. 이민호의 입술이 마치 폭풍처럼 박민영의 입술에 사정없이 몰아쳤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의 키스만큼이나 시티헌터 9회는 내용적으로도 촘촘했고, 눈돌릴 틈 없는 폭풍전개로 10회의 기대감을 높였다.

폭풍전개의 중심에는 김나나(박민영)가 있었다. 드디어 김나나가 시티헌터의 정체를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마스크를 쓴 시티헌터가, 바로 김나나가 사랑하게 된 재수땡땡이 이윤성이란 사실을 말이다. 시청자의 입장에선 ‘벌써?’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시티헌터의 정체가 이렇듯 김나나에게 이른 시점에 탄로난 것은 예상치 못한 반전이었다. 무엇보다 반전을 빛나게 한 과정이 좋았다. 키스보다 짜릿할 정도로.



시티헌터, 키스보다 짜릿한 육감!

시티헌터 이윤성이 난간에 매달려 추락사할 위기에 놓인 경호원 김나나를 힘겹게 끌어올리면서 9회가 시작됐다. 피를 뚝뚝 흘리면서도 자신의 손을 놓지 않고 끌어 올려 구해 준 시티헌터에게, 김나나는 지난 번 서용학 저격사건에서도 자신을 구해주지 않았었냐고 물었지만, 시티헌터 이윤성은 대답없이 사라졌다.

여자의 육감은 무섭다. 진세희(황선희)만 봐도 알 수 있다. 이윤성이 김나나가 쏜 총에 어깨부상을 입고 진세희의 동물병원을 찾았던 날, 그녀는 이윤성이 시티헌터라는 사실을 육감적으로 캐치했다. 비록 진세희가 이윤성에게 ‘너 시티헌터지?’라고 말은 안했지만, 시티헌터를 거론하며 김종식이 자신의 전남편 김영주(이준혁)의 아버지란 사실을, 이윤성앞에서 대놓고 흘리는 9회에서도 알 수 있다.



육감에서는 진세희보다 한 수 아래로 보이지만, 김나나도 이윤성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자신을 끌어올리던 시티헌터의 눈매와 눈빛이, 불발된 소파키스에서의 이윤성과 매우 닮았다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깨달았기 때문이다. 남자가 남자 눈을 보면 그 눈이 그 눈이지만, 여자가 남자 눈을 보면 다를 수밖에 없다. 게다가 이윤성은 김나나가 좋아하는 남자가 아니던가.

그러나 시청자를 실망시키듯 김나나는 이윤성이 시티헌터? ‘설마’라며 매치시키길 거부했다. 그 이면엔 이윤성이 시티헌터가 아니길 바라는 김나나의 본능적인 두려움이 존재했다. 시티헌터는 위험한 인물이고, 이윤성이 위험에 빠지길 원치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자칫하면 지난 번 김나나가 시티헌터를 총으로 쏘았듯이, 자신과 적대적으로 만날 수 있기에, 그녀는 ‘시티헌터=이윤성’이라는 상상조차 하기 싫은 것이다.



그럼에도 궁금한 건 못 참는 게 사람의 본성이다. 김나나도 별 수 없다. 소파에서 자고 있던 이윤성에게 다가가, 마스크처럼 한손으로 그의 안면을 가려 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김나나의 육감은 적중했다. 이윤성은 시티헌터가 맞았던 것이다. 키스보다 짜릿한 순간이었다. 그리고 김나나에겐 슬픈 운명을 예고한 시그널이기도 했다.

김나나는 잠에서 깬 이윤성을 보며 모른 척 돌아섰지만,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려 애써야 했다. 고기만 잔뜩 들어간 잡채를 사이에 두고 시티헌터 이윤성과 마주앉은 김나나는 혼란스럽다. 그것도 모르고 이윤성은 김나나에게, 너같이 쉬운 여자는 매력없다고 ‘동거 끝!’을 선언하며, 마음에도 없는 말로 그녀의 가슴을 갈기갈기 찢어놓고 나가버렸다.



이윤성은 김나나를 지키기 위한 나름의 최선이었다. 양아버지 이진표(김상중)가 복수에 방해가 될 김나나를 죽일 수 있다고 협박했기 때문이다. 적절한 타이밍에 임재범의 ‘사랑’이 배경음악으로 흐르고, 이윤성 자신은 누군가(김나나)를 사랑해선 안 되는 운명이라며 곱씹었고 눈가엔 쓸쓸한 눈물이 고였다.

그러나 김나나의 육감이 또 한번 빛났다.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김나나는 시티헌터가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윤성을 이해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전히 베일에 가려진 이윤성을 지켜주고 싶다. 텅 빈 이윤성의 방안에 들어온 김나나가, 자신의 목에 걸린 이윤성의 총알목걸이를 한손으로 꽉 쥐는 부분에서 읽을 수 있다. 그건 이윤성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인 동시에, 그를 절대 놓지 않겠다는 본능이다. 총알은 위험하다. 그러나 늘 자신을 지켜주던 이윤성이란 남자를, 이젠 자신이 지켜줘야 한다는...



모르는 게 약이라고. 키스보다 짜릿한 김나나의 육감이 결국에는 슬픈 예감을 낳은 셈이다. 시티헌터의 마스크처럼 쓸쓸하고 위험한 가면을 이제는 김나나도 써야 하기 때문이다. 이윤성의 입으로 자신이 시티헌터라는 사실을 밝히기 전까진, 김나나도 모른 척 이윤성을 마주해야 하고 도와줘야 하니까. 김나나 본인이 얼마나 위험에 빠질지도 모른 체 말이다.

한 가지 희망적인 건, 이윤성이 김나나에게 막말을 쏟아 붓고 매몰차게 돌아섰다는 점이다. 과연 이윤성이 김나나의 사랑없이 얼마나 버틸 수 있겠는가. 예상컨대 얼마 못 간다. 때문에 운명이고 뭐고 사랑에 목마른 이윤성이 김나나에게 돌아올 때엔, 키스정도로 안 된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맞다. 그거다. 이윤성은 육식남이란 소리가 김나나의 입에서 또 한번 나오지 않을까. 이번엔 적절한 타이밍에 제대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