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가수다, 중간평가에 실망한 이유?
15일 방송된 우리들의 일밤 <나는 가수다>에선 2차 경연 미션 네티즌 추천곡 대상으로, 무작위 룰렛을 통해 뽑은 곡을 일곱명의 가수들이, 저마다의 스타일로 편곡을 하고 동료들앞에 먼저 선을 보인 중간평가시간을 가졌다. 순위로 보면, 1위는 김장훈의 ‘나와같다면’을 부른 김연우가, 7위는 조관우의 ‘늪’을 부른 김범수였다.
그러나 청중평가단이 빠진 말그대로 중간평가였다. 또한 윤복희의 ‘여러분’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재해석한 임재범처럼 완벽에 가까운 포스를 보여준 가수도 있었지만, 아직은 준비과정이라 100%실력을 보여주지 못한 가수들이 대다수였다. 그만큼 본 경연에선 어떤 완성도로 객석과 시청자에게 재미와 감동을 선사할지 기대감을 부풀리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
그럼에도 방송직후 시청자의 반응은 엇갈렸다. 이미 녹화가 끝난 2차 경연 방송분을 기대했던 많은 시청자는 중간평가로 채운 이날 방송에 실망감을 드러냈다. 2차 경연의 맛보기로 마지막에 BMK의 ‘아름다운 강산’과 정엽의 고별무대 ‘담배가게아가씨’만 보여준 것은, 제작진의 계산이 지나치게 깔렸다는 평이다. 다음 주 <1박2일> 여배우특집에 맞서, 재개된 나가수의 탈락자를 배출하고 새멤버를 노출시킴으로써, 이슈와 시청률에서 밀리지 않으려는 노림수가 보인 것도 사실이지만, 경쟁은 나가수속에만 존재하는 게 아니기에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나는가수다, 중간평가에 실망한 이유?
일밤 나는가수다가 재개될 당시 제작진이 세운 로드맵에 따라, 선호도조사-1차경연-중간평가-2차경연으로, 총 4주간에 걸쳐 경연을 치루고 탈락자를 배출하는 시스템을 유지하겠다고 밝혔었다. 즉 15일 방송된 중간평가는 나가수 제작진의 청사진을 그대로 실천에 옮긴 것이다. 즉 논란의 여지가 없다.
또한 3주차에 이뤄지는 중간점검은 어떠한 형태로든 필요하다. 매번 가수들이 무대에 오르는 모습만 보여준다면, 서바이벌 경쟁이 주는 긴장감과 재미도 그만큼 빠르게 마모될 수밖에 없다. 시청자의 애를 태우는(?) 것도 방송 메커니즘상 필요하다는 얘기다. 긴장의 끈을 풀었다가 다시 조이는 과정은 드라마나 예능이나 다르지 않다.
무엇보다 가수들을 위해 필요한 시간이다. 나는가수다에 출연중인 가수는 실질적으로 나가수에 올인할 수 없다. 공연 및 방송 등 각자의 스케줄이 있고, 틈틈이 새앨범도 준비해야 한다. 만일 1주일마다 경연을 펼쳐야 한다고 강요한다면, 어떤 가수가 나가수의 섭외에 선뜻 응하려 들겠는가. 순위경쟁에 부담뿐 아니라, 개인스케줄까지 내려놔야 할 만큼, 나가수가 가수들에게 매력적이라 할 수 있을까.
특히 이날 방송에서 소녀시대 런대빌런을 미션곡으로 부여받은 윤도현은, 런데빌런이란 노래를 전혀 모를 뿐 아니라 지방공연 틈틈이 연습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가사도 잘 외워지지 않고 입에도 잘 붙지 않아 고생했다는 속내를 밝혔다. 원곡을 제대로 알아야 자기만의 스타일로 다시 재해석해 새로운 무대를 보여줄 수 있음을 감안할 때, 일주일이란 준비기간은 가수들에게 결코 충분하다고 볼 수 없다.
여기서 발생하는 효과는 고스란히 시청자에게 돌아온다. 윤도현처럼 일주일간 고생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준비를 하지 못해 스스로 만족스럽지 못한 무대를 선보인다면, 해당 가수도 마음이 편치 않을 것이고 받아들이는 시청자도 더 좋은 무대를 감상할 기회를 놓치는 셈이 된다. 때문에 4주동안 한번정도의 중간평가시간은 시청자가 이해해주고 바라봐야 한다.
다만 나가수 제작진에 아쉬운 것은, 중간평가라는 시스템이 재미면에서 효율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2차 경연에 앞서 100%는 아니지만, 미션곡이 그대로 방송을 타고 제작진과 매니저 등이 미리 점수를 매기는 과정이 드러나면, 본 경연의 기대감은 소실될 수밖에 없다. 이소라의 넘버원처럼 시청자의 예상을 뛰어넘는 파격적인 무대, 반전의 재미가 줄어든다는 사실이다.
굳이 중간평가라는 이름으로 순위를 매기는 시간이 필요할까. 청중평가단이 없어 신뢰도와 메리트가 느껴지질 않았다. 지루하고 맥빠진 순위의 반복처럼 다가왔다. 오히려 이날 방송에서 볼만했던 건, 김연우와 고영욱이 원곡을 부른 김장훈을 찾아가서 함께 노래도 해보고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었다. 박정현이 하림을 찾아가 여러 악기를 동원해 편곡과 관련된 대화를 나누는 장면도 좋았다. 중간평가는 이런 소소한 재미에 좀 더 많은 분량을 할애하는 게, 나가수가 보여줄 수 있는 또 다른 재미가 될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나는가수다의 경쟁력은 경연무대이다. 그러나 나가수의 가수들을 위해서도, 그 가수의 새로운 음악을 접하게 될 시청자를 위해서도 일정부분 시간이 필요하다. 현재 중간평가라는 타이틀로 한 주를 할애하고 있다. 다만 그 시간을 미션곡 미리듣기와 같은 스포일러성을 띠거나 평가와 순위의 재탕에 머무르지 않고, 좀 더 다양한 각도에서 접근하길 바라게 된다. 다같이 모여서 노래부르고 중간평가 받을 시간에, 저마다 준비하고 연습하는 과정도 좀 더 디테일하게 보여주고, 긴장을 풀 수 있는 김장훈-김연우와 같은 동료와의 만남, 출연하는 가수의 일상적인 측면도 양념처럼 보여줄 수 있다면 어떨까하는 생각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