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 가학성논란-밥타령이 부른 촌극?
9일 방송된 해피선데이 1박2일이 가학성 논란에 휩싸였다. 글로벌특집 ‘외국인 근로자와 함께 하는 1박2일’ 2편에서, 엄동설한에 김종민에게 바다입수를 요구한 것과 이승기와 김종민에게 뜨거운 커피를 원샷할 수밖에 없도록 게임을 정한 것이, 시청자의 불만으로 이어진 상황이다.
근데 이 과정을 지켜보면 근본적으로 짚어야 할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다. 바로 밥타령이 부른 촌극이란 사실이다. 1박2일이 여행을 떠난 것인지, 외국인과 밥을 먹으러 간 건지 알 수 없는 무너진 정체성이 제작진의 기획에서부터 고스란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1박2일, 가학성 논란-밥타령이 부른 촌극?
체감온도 20도가 넘는 추위에 김종민이 바다에 입수할 수밖에 없었던 건, 그의 파트너 쏘완에게 밥을 먹여주기 위해서였다. 이승기와 김종민이 뜨거운 커피를 원샷하도록 주변의 강요받은 것도 저녁식사복불복에서 커리에 들어갈 재료를 하나라도 더 지키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결국 가학성 논란의 시작은 밥에서 비롯된 셈이다.
그리고 이번 여행에서 보여준 장소는 김종민이 몸을 던지기 위해 마련된 듯한 경포해수욕장이 다였다. 결국 겨울바다를 보여주고 여행이란 이름을 갖다 붙인 것에 불과하다. 즉 밥이 중심이 된 여행이 되고 말았다. 그것도 게스트라 할 수 있는 외국인 근로자들을 데리고 말이다.
2주 동안 인간제로게임만 거의 한 시간가량 지루하게 반복했다. 이어 식사하는 장면과 저녁식사메뉴로 무엇을 정할지 토론하는 시간으로 채웠고, 저녁식사복불복으로 마무리됐다. 이번 편만 놓고 보면, 주구장창 밥타령만한 1박2일을 여행버라이어티라고 보기 힘들 정도다.
다음 주엔 잠자리복불복이 이어지고, 까르끼를 비롯한 외국인 출연자들의 눈물스토리로 분량이 채워질 것임을 예고했다. 이것이 의미하는 게 무엇인가. 외국인 근로자를 데리고 여행을 온 것이 아니라, 단지 외국인과 밥을 먹으러 장소를 옮겼고 목적이 된 인간극장을 찍기 위해 그들을 섭외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
1박2일에서 음식를 놓고 벌이는 복불복은 중요한 컨셉이다. 그러나 밥이 1박2일의 목적은 아니다. 여행지가 되는 장소가 우선이고, 여행하는 과정에서 재미를 주는 수단이 음식복불복이다. 그런데 이번 여행에선 장소는 뒷전에 밥이 목적이 되고, 감동쇼를 위해 외국인 게스트가 수단이 되고 있다. 예능에서 인간극장을 찍겠다고 외국인을 섭외한 것도 문제지만, 일단 외국인을 섭외했다면 한국의 명소가 될 만한 곳을 여행하는 게 밥보다 우선되어야 하지 않나.
멤버들을 분산시켜 파트너가 일하는 해당 공장을 직접 찾게 했다. 의도가 좋던 좋지 않던, 시간을 할애해 공장을 홍보했다. 게스트를 한 장소에 미리 모이게 했던 과거 시청자투어나 글로벌특집과는 분명 달랐다. 덕분에 시간이 초과하고 정작 여행할 틈이 없어졌다. 답답한 차안에서 토크쇼로 분량을 채웠다. 또한 인간제로게임을 지루하게 반복하고, 결국 밥타령에 목을 멜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고 간 것은 제작진의 준비와 진행이 부실했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여기에 분량을 3주로 늘리기 위해 경포대가 동원된 셈이다. 경포대란 장소는 찾아가기 쉬워 시간을 단축할 수 있었지만, 강호동이든 김종민이든 바닷가에 입수하는 장면이 없으면 분량이 나오기 힘든 곳이었다. 때문에 밥이 미끼였지만 엄동설한에 누군가 빠져야 했고 가학성 논란을 낳았다. 그리고 이승기와 예양의 경포대 인증샷으로 겨울바다에서 낭만을 느끼고 사진도 찍었으니 관광도 한 셈이라며 두리둥실 넘어갔던 제작진.
야구선수들이 즐겨 찾는 스타의 맛집같았던 지난 광역시특집에 이어, 외국인근로자특집도 결국 빈껍데기특집으로 평가받을 수밖에 없다. 그나마 광역시특집은 양준혁 등 게스트의 예능감이 좋아 재미면에선 선방한 반면, 이번 외국인근로자특집은 어색한 분위기속에 재미면에서도 실패했다. 광역시특집이나 글로벌특집을 보면, 박찬호의 사례처럼 1박2일안에 게스트를 녹여야 하는데, 최근엔 게스트에게 1박2일을 맞춰가고 있다는 점도 발견할 수 있다.
가학성논란을 야기한 것도 문제지만, 그 과정을 초래한 제작진의 준비부족이 여실하게 드러난 것도 뼈아프다. 외국인근로자를 대동한 이번 글로벌특집이 급조된 인상을 줬을 뿐 아니라, 목적이 여행이 아니라 외국인근로자 미화와 눈물뽑기에 있었다는 시각도 피할 수 없게 됐다.
무리수를 던지는 제작진덕분에 멤버들의 역량이 예전에 비해 반으로 줄어서 나타나고 1박2일의 정체성에도 혼선을 빚고 있다. 과정에 길을 터주는 제작진이 철저한 준비를 하지 않으면 이번 글로벌특집처럼 재미와 감동은 커녕, 논란거리만 양산하는 길로 빠질 수밖에 없다. 변화를 모색하는 건 좋지만 1박2일의 장점이 훼손되지 않는 범위에서 이뤄지도록, 제작진의 보다 치밀하고 세심한 접근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