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의여왕, 심했던 홈쇼핑 화장품 가격?
역전의여왕, 심했던 홈쇼핑 화장품 가격?
29일 방송된 <역전의여왕> 13회에서는, 한송이(하유미)의 계략으로 모델섭외에 펑크가 나고 위기에 빠진 특별기획팀이, 구원투수 황태희(김남주)의 맹활약으로 홈쇼핑에서 매진을 기록했다. 계약직에 구조조정대상자들이 뭉친 특별기획팀이 처음으로 회사에서 뭔가를 해냈다.
그러나 성공의 과정은 밋밋했다. 전문모델대신 일반인섭외에 들어갔고, 홈쇼핑방송에서 즉석으로 메이크업을 실시해 구매자들을 유혹했다. 백여진(채정안)의 기획팀도 매진이었는데, 황태희의 특별기획팀도 추가물량까지 매진이었다. 그것도 3,000세트나 말이다. 매진 참 쉽다.
더군다나 당황스러운 건 자막으로 나간 퀸즈화장품의 가격이었다. 최신 화장품 3종세트 가격이 무려 (125000X12) 1,500,000원이었다. 백오십이 누구집 개이름도 아니고. 아무리 명품화장품이라고 설정해도, 금붙이를 얼굴에 바르는 것도 아닌데 너무 심한 가격이다. 크리스마스특별기획 상품으로 대목을 노리고 뻥튀기한 가격같은데, 세상에서 가장 기분 나쁜 가격으로 기억될 백오십이 되고 말았다. 주문폭주 삼천세트 완판. 졸지에 완판녀가 된 김남주.
퀸즈화장품의 가격은 현실을 초월했고, 매진은 홈쇼핑에 대한 불신을 낳았다. 그렇게 특별기획팀의 얼렁뚱땅 홈쇼핑의 성공은, 통쾌함도 긴장감도 떨어뜨렸다. 그러나 성공뒤에 찾아온 짠했던 에피소드의 연속은 홈쇼핑의 매진보다 대박이었다.
불행자랑, 용식은 되고 준수는 안 되는 이유?
홈쇼핑성공에 축배는 당연한 수순. 그러나 모두가 웃고 즐기는 가운데, 이 날의 주인공 황태희는 쓸쓸한 표정으로 자작을 했다. 맞은 편에 구용식(박시후)은 말붙이는 건 고사하고 술조차 따라주지 못했다. 자작하는 여자는 사연이 있다. 남자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여담이나 김남주가 소주마시는 모습이 은근 섹시하다? 멋있다? 암튼 이효리에게서 소주광고를 넘겨받을지도.^^)
그리고 술에 취해 어디론가 사라진 황태희. 그녀를 찾아 헤맸던 용식이. 길 한켠 어느 계단에 앉아있는 태희를 발견한다. 태희는 울고 있었다. 죽고 싶다는 말도 했다. 태희앓이중인 용식이는 위로하고 안아주고 싶었지만, 하다못해 어깨라도 빌려주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다. 정작 그녀를 위로해 줄 수 있는 건 남편 봉준수(정준호)의 몫이니까.
그럼에도 태희에게 짓눌린 슬픔의 무게를 조금이나마 가볍게 해줄 수 있다면, 용식이의 마음도 편해질 것 같다. 그래서 용식이가 태희에게 제안한 게 '불행자랑'이다. 서로 불행한 이유를 대서, 더 불행한 사람이 이기는 게임.
용식이는 자신의 친엄마가 누군지 모른다고 말했다. 놀란 태희는 남편이 친구보증을 섰다가 집을 날려 먹었다고 했다. 그리고 지금은 남편을 믿지 못하는 지경까지 왔다고 말했다. 용식이는 새엄마 장숙정(김혜정)이 자신을 없어졌으면 좋겠다, 이복형제들이 날 다른 나라로 쫓아내겠다고 모의하는 얘기들을 들었다며 '내가 이겼다'의 쐐기를 박았다. 그렇게 용식이의 슬픈 가족사를 태희에게 낱낱이 공개했다.
우울했던 태희의 기분은 한결 좋아진 것 같았다. 용식이가 쌤통이라서 아니라, 다르지만 지금 느끼는 아픔을 조금이나마 치유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나의 불행이 용식이의 불행보다 가벼운 것일지도 모르니까. 그렇게 불행이 또 다른 불행을 치료하는 약이 되고 있었다. 모순처럼.
양귀자의 소설 <모순>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상처는 상처로 밖에 위로할 수 없다. 나의 불행에 위로가 되는 것은 타인의 불행뿐이다. 그것이 인간이다. 억울하다는 생각만 줄일 수 있다면 불행을 극복하는 건 의외로 쉽다.
용식에게 위로는 받았으나, 남편 준수에 대한 신뢰는 좀처럼 회복되지 않았다. 남편 준수는 진실되게 노력했지만, 태희에겐 좀 더 시간이 필요했다. 그래서 남편 얼굴을 마주하면, 속마음은 그게 아닌데 상처를 주는 말도 거침없이 쏟아냈던 태희. 결국 준수의 입에서 헤어지자는 말이 나왔다. 그동안 아내의 속만 태우고 잘 해준 게 없다며, 태희를 위한 결정을 내린 준수의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 태희도 울었다.
불행자랑이 왜 용식이는 되고, 준수는 안 될까. 바로 용식은 남이지만, 준수는 남이 아닌 남편이고 가족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준수에게 상처받은 만큼, 준수도 자신으로 인해 상처받고 있음을 태희는 안다. 그러나 부부는 나와 너로 나누는 타인이 아니다. 남편의 불행이 곧 아내의 불행이고, 아내의 불행이 곧 남편의 불행이다.
때문에 준수는 이별이란 극단적인 처방을 내놓은 것이다. 당장 아내가 아파하는 것부터 해결하는 게 최선이며, 방법은 이혼밖에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건 아내 태희가 듣고 싶었던 말이 아니다. 심적으로 무너진 태희도 해결책을 몰랐다. 그래서 남편에게 직설적으로 불행과 미움을 쏟아냈고, 그런 자신을 위로해줄 해결책을 남편이 제시해주길 바랬던 것이지, 이혼은 아니었다. 그러나 깊은 속내까지 들여다 볼 수 없던 부부는 그렇게 엇갈릴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