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탄생, '허각-존박'에겐 실보다 득!
연극이 끝나고 난 뒤,
혼자서 객석에 앉아 조명이 꺼진 무대를 본적이 있나요.
음악소리도 분주히 돌아가던 세트도 이젠 다 멈춘 채
무대 위엔 정적만이 남아있죠. 어둠만이 흐르고 있죠.
영화 '친구'에 삽입되기도 했던, 샤프의 '연극이 끝나고 난 뒤'라는 노래가사의 일부다. 얼마 전 우승자 허각을 배출하며 막을 내린 Mnet의 <슈퍼스타K2>를 돌아보면, 한편의 화려한 연극같았다는 생각을 한다. 손에 땀을 쥐게 하며 시청자를 열광케 했던 그 무대는 사라졌고, 김그림-김지수- 김은비 등을 비롯해 <슈퍼스타K>를 수놓았던 오디션 참가자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하나둘씩 매스컴에서 멀어지는 듯 하다.
치열하게 남았던 강승윤과 장재인도, 현재 모두가 집중하는 허각과 존박의 그늘아래 가려져 가는 듯하다. 허각과 존박앞엔 또 다른 무대가 기다리고 있겠지만, 다른 출연자들에겐 한편의 연극같았던 '슈퍼스타K2'의 무대뒤에서, 언제 다시 무대에 설 지 모를 시간과의 싸움을 시작하게 될 것이다. 마치 서인국을 배출한 후 사라졌던 슈퍼스타K 시즌1 참가자들처럼 말이다.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 안 되려면, 아니러니하게도 끝까지 남았던 허각과 존박이 잘 돼야 한다. 그들이 오디션이 아닌 가요계에서 성공해야, 다른 참가자들에게도 그만큼 기회가 빨리 오게 될 것은 자명하다. 그래서 허각의 '언제나'가 대중의 사랑을 받아야 한다. 그의 가능성이 다른 참가들의 성공가능성을 단 몇%라도 담보하기 때문이다.
허각과 존박은 아마추어 오디션에선 인정을 받았을 지 몰라도, 프로들이 즐비한 가요계에선 아직은 물음표에 가깝다. 그들의 재능과는 별개로 따지게 되는 것이 스타성이다. <슈퍼스타K2>라는 프로그램이, 출연자보다 경쟁력이 높았던 것도 무시할 수 없다. 때문에 허각 등이 넘어야 할 첫번째 산은, 바로 그들을 배출한 <슈퍼스타K2(슈스케2)>다.
스타오디션 위대한탄생, '허각-존박'에겐 실보다 득!
이와중에 또 다른 허각과 존박을 찾겠다며, MBC에서 스타오디션 <위대한탄생>을 내놓고 5일 첫방송을 내보냈다. 상금도 <슈퍼스타K2>보다 1억이 많은 3억이다. 시청의 접근성도 케이블보다 높은 공중파. MC박혜진에, 심사위원으로 김태원, 신승훈, 이은미, 김윤아, 방시혁이 자리해, 글로벌 오디션이란 규모만큼이나 갖춘 틀도 허술하지 않다. 여기에 제2의 허각과 존박, 장재인이 출현한다면, 시청자의 관심을 유도하고 또 한번의 오디션 붐을 가져올 것이다.
비록 <슈퍼스타K2>는 끝났지만, 허각과 존박 등이 매스컴을 통해 대중에게 어필해야 할 시점에 암초를 만난 것이 아닐까. 슈스케2의 팬들로선 <위대한탄생>을 보는 시선이 곱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큰 틀에서 보면, <위대한탄생>은 허각과 존박에게 실보단 득을 가져다 줄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1. Mnet(엠넷)의 적극적인 지원을 기대해 볼 수 있다
<슈퍼스타K>시즌3을 준비해야 하는 엠넷으로선, 스타오디션 <위대한탄생>이 달가울 리 없다. 아무리 소재를 선점했다해도 <위대한탄생>이 슈스케2 못지 않은 화제성을 부른다면. 슈스케에 대한 관심도 그만큼 분산되고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더군다나 공중파의 영향력과 지원규모는 케이블을 뛰어넘는다.
그렇다면 현시점에서 슈스케를 지키기 위해, 엠넷이 취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허각과 존박을 비롯한, 슈스케2 참가자들에게 더 많은 기회와 지원이다. 그들이 성공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로드맵아래, 물심양면으로 써포트를 해야 한다. 그들의 성공이 곧 프로그램의 인지도와 레벨을 업시키는 가장 효율적인 수단이기 때문이다.
만일 <위대한탄생>을 시청자가 외면하고 소리소문없이 퇴출된다면, 엠넷으로선 쾌재를 부르겠지만, 동시에 오디션에서 배출한 스타에게 그만큼 소홀하기 쉽다. 오직 프로그램만 흥하면 된다는 생각이 자리하기 쉽고, 허각과 존박 등에게 별 지원없이 손을 뗀 뒤, 새로운 오디션스타를 쫓아 슈스케3를 준비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2. 비교가 부르는 노출효과
소비자는 물건을 구입할 때, 일반적으로 비교의 방법을 택한다. 동종의 제품이라면, 더 좋은 성능과 인지도를 가진 제품에 눈길이 가고 구매를 하게 된다. 같은 오디션스타라도, 어느 방송을 통해 어떤 재능을 보여 준 참가자가 더 스타성이 있는가를 비교하게 된다는 점이다, 즉 <위대한탄생>이 방송될수록 허각, 존박과 장재인 등 슈스케2의 참가자들은 꾸준히 비교대상에 오르내리는 노출 및 홍보효과를 볼 수 있다.
물론 수가 늘어날수록 희소성이 사라진다는 단점도 존재한다. 그러나 그 사실이 슈스케 참가들에겐 플러스로 작용할 수 있다. 오디션스타들의 가요계진출이 많아짐으로써, '오디션'이 주는 아마추어꼬리표는 점차 퇴화될 것이다. 서인국 한 명만이 활동할 땐, 그에겐 늘 수퍼스타K와 오디션스타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프로에겐 거추장스럽고 감추고 싶은 꼬리표일 뿐이다. 만일 오디션스타가 가요계에 늘어난다면, 일종의 선입견도 자연스럽게 소멸될 것이다.
하나의 포맷이 성공하면, 방송국을 불문하고 엇비슷한 프로그램이 쏟아진다. 시청자는 같은 포맷에 식상함뿐 아니라, 거부감마저 느낄 수 있다. 때문에 <슈퍼스타K>를 모방한 <위대한탄생>을 보는 시청자의 시선이 고울 리 만무한 것이다. 그러나 질리더라도 소화가능한 범위, 리모컨을 내려놓기 직전까지는, 유사 프로그램에 대한 유혹을 버리기도 쉽지 않다.
이제 막 커튼을 올린 <위대한탄생>의 성공여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허각과 존박에겐 <위대한탄생>의 성패를 떠나, 출현만으로도 실보다 득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선점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 또 다른 오디션 프로그램의 등장은 아마추어와 프로사이의 경계에 놓인 그들에게, 이미 검증을 마친 스타대접을 가능케 할 뿐 아니라 방송활동에 있어 여유를 동반케 할 것이다. <슈퍼스타k>를 제작하는 엠넷에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격이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