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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여자친구는구미호, 제작진의 착각!

바람을가르다 2010. 9. 30. 09:08






29일 방송된 <내여자친구는구미호>15회는, '차대웅(이승기)-구미호(신민아)'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예감하는 꼬리확인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꼬리가 하나 남은 구미호를 보고, 그녀의 죽음을 예감하는 대웅. 이에 "나는 사라지게 될 거야."라며 결말의 도장을 찍는 미호. 

대웅을 붙잡던 미호에게 '괴물'이라며 입에 담지 못할 말을 하고 이별했던 건, 대웅에겐 미호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녀의 꼬리가 사라지지 않는다면 살 수 있다. 동주(노민우)의 말을 철썩같이 믿고 눈물을 머금은 채 사랑하는 미호의 곁을 떠났던 대웅에게, 현재 하나 남은 미호의 꼬리는 충격과 공포가 아닐 수 없다. 괜히 떠났어.

미호 역시 대웅의 목숨을 걱정했던 건 마찬가지다. 50일이 된 여우구슬을 미호에게 돌려 준 대웅이, 100일 후엔 죽을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웅에게 구슬키스로 돌려받은 여우구슬을 병속에 따로 보관해 뒀던 것. 대웅에게 도로 전해주기 위해서다. 

이렇게 둘은 서로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상대방에게 최선이라고 생각한 방법들을 16비트 머릿속에서 찾아냈다. 그러나 사랑은 문제해결의 펜티엄이 될 수 있다. 업그레이드가 가능한 사랑으로 해결방법을 모색했다면, 개선생 동주의 수작질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을 뿐 아니라, 쌍팔년도 영화를 찍지 않아도 됐을 것이다. 뻔뻔한 이별과 안면몰수 재회.

그나마 다행인 건, 대웅이 미호의 꼬리를 확인한 이상, 서로를 위한다는 손발 오글모드로 떨어질 일은 없다. 마지막회에서는, 대웅이 어떻게든 미호를 살려 낼 것이다. 바로 해피엔딩이다. 만일 대웅의 옆에서 핏기없는 얼굴로 미호가 잠든다면, 그림 자체가 골동품이다. 감동은 커녕, 드라마의 존재감이 추락한다. 15회 전체가 칙칙한 골동품이기 때문에, 16회가 밝고 새로운 그림으로 채워질 것임을 암시한다.   




내여자친구는구미호, 제작진의 착각

사실 15회는 자체는 최악이었다. 시청자를 바보로 아는 지 설명조 대사는 왜 그렇게 많은가. 감동을 반토막내는 센스? 대웅과 미호가 재회하는 순간도 눈에 너무 익다. 뿐만 아니라, 미호의 꼬리를 확인하겠다면서 꽁무니를 쫓아다녔던 대웅은, 그동안 쌓아 올린 캐릭터의 카리스마도 갉아먹었다.

동주와 미호의 결혼은 또 뭔가. 결혼식을 대웅이 본다면, 그가 단념할 것이란 미호의 1차원적인 생각. 미호 인간 다 됐네 싶다. 그동안 한국드라마 너무 많이 본 것 같은데? 요즘 드라마에서도 왠만하면 꺼린다는 결혼으로 남자 마음 돌리기를, 인간도 아닌 구미호가 하고 있었다. 거기까지도 참겠다. 중국까지 촬영은 왜 따라가? 여기서 유치찬란 어이상실 코미디.

16부작 미니시리즈에서 15회는 클라이막스로 볼 수 있다. 최종회를 앞두고 위기라 할 수 있는 모든 것이 응축되어, 시청자의 가슴을 졸이고 안절부절 만드는 단계. 갈등과 긴장감을 16회로 토스하는 폭풍전개를 기대했다. 그러나 여친구 15회는 마지막 3분 정도만 보면 되는 내용.  



이렇게 어수선하고 한가할 수가 없다. 전개에 불필요한 뜬금없는 폭풍상상씬이 주변인들(병수-선녀-두홍-은숙)의 머릿속에 난무하고, 주인공 차대웅-구미호-개선생은 억지스럽고 유치한 상황에 짜맞춘 연기를 하니 겉돌았다. 덕분에 김빠진 시청자는 지루했다.

새드엔딩이냐, 해피엔딩이냐 말하기도 귀찮고 낯간지럽게 만든 최악의 15회. 제일 웃긴 건 제작진이다. 지난 주부터 '여친구 결말 함구령', '제작진의 온라인카페 해킹' 등 언플에 생쇼를 해대며 시청자의 기대치를 올려 놓고, 정작 본방송에선 이런 니나노가 따로 없다. 시청자의 뒷통수를 때린 15회는, 고스란히 들어내도 아무 상관없을 만큼 무의미했고 형편없었다.

14회까지 꼬리 빠지게 달려 오다가 이게 뭔가. 16회는 15회를 바탕으로 자연스럽게 흘러 엔딩을 준비하면 된다. 즉 16회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15회였다. 이러한 공식을 무참히 깨고, 16회에서 모든 걸 뽑겠다는 건 제작진의 심각한 착각이다. 능력의 부재라면 할 수 없지만, 다른 드라마가 흉내낼까 겁날 정도다. 부디 15회의 느슨함을 마지막회에서 만회해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