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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누이뎐 한은정, 이소연표 유혹의 복수?

바람을가르다 2010. 8. 3. 09:55







2일 방송된 <구미호여우누이뎐> 9회는 피와 눈물로 요약된다. 몹쓸 부성애가 낳은 윤두수(장현성)의 칼끝이, 어린 연이(김유정)의 배를 가르고 간을 도려 내었다. 그리고 비방일에 맞춰 연이의 간을 공수받은 양부인(김정난)은, 생사를 오가던 초옥(서인애)의 입에 새끼여우의 간을 먹여 살려내는 데 성공한다. 그러나 그 시각 딸 연이를 잃은 구미호 구산댁(한은정)의 고통과 절규는 눈물로도 채워지지 않았다.

인간의 이기심이 '피'를 부르고, 희생당한 구미호는 '눈물'을 쏟았다. 그리고 피와 눈물은 상괸관계가 깊다. 피가 눈물을, 눈물은 또 다른 피를 부르기 때문이다. 윤두수의 간계에 놀아났다는 사실을 인지한 구산댁이 도닦을 리 만무한 것. 윤두수 일가를 향해 손톱을 바짝 세운 구산댁. 연이의 죽음은 피끓는 모성애로 무장한 구미호의 복수, 그 서막을 알린 신호였다.




여우누이뎐 구산댁 한은정, 이소연표 유혹의 복수?

죽는 순간까지 연이는 구산댁의 말을 듣지 않았다. 구산댁은 여우구슬을 입속에서 꺼내 연이에게 먹이려 했지만, 죽은 연이는 입을 열지 못했던 것. 덕분에 구산댁의 전투력은 급격히 하강한다. 보름달이 뜨기 전까진 구미호로 활동할 수 없는 것. 평범한 여인네의 몸으로, 막강 노비군단을 보유한 윤두수를 척결하겠다는 욕심은 오만에 가까웠다.

백주대낮에 윤두수의 집을 찾아가 구산댁이 할 수 있는 일이란, 그의 면상에 복수를 다짐하는 저주를 퍼붓고, 머리에는 술을, 얼굴엔 침을 뱉는 수준에 불과했다. 윤두수의 목을 조르는 손에 악력도 목숨줄을 끊기엔 2% 부족한 구산댁. 만약 연이를 위해 여우구슬을 토해내지 않았다면, 윤두수와 그의 식솔들을 올킬했겠지만, 무대포로 찾아간 구산댁은 오히려 윤두수패밀리에게 킬당할 위기에 처하고 만다.

적절한 타이밍에 조현감(윤희석)이 개입된 상황. 구산댁은 위기에서 벗어나, 또다시 뛰기 시작한다. 유재석의 <런닝맨>이 눈여겨 봐야할 1인이 된 한은정. 이어 재차 윤두수의 목을 조르며 독설을 뿜던 구산댁은, 뒤쫓아 온 윤두수의 수하들에게 화살을 맞고 쫓기다 벼랑끝에 몰린다. 윤두수와 일대일로 맞선 순간, 어디선가 들려오는 연이 노랫소리. 감상에 빠진 걸까. 구산댁은 눈앞에 원수를 두고, 차라리 연이의 곁을 지키겠다는 듯, 절벽아래로 낙하한다.




수직 낙하하는 구산댁의 표정은 평온해 보였다. 다만 거슬리는 CG가 드라마 <천사의유혹> 마지막 장면을 연상시킨다. 현재 <동이>의 장희빈으로 열연중인 이소연. <천사의유혹>에서 복수의 화신 주아란으로 인상깊은 연기를 펼쳤던 이소연이 절벽아래로 떨어져 생을 마감했듯이, 구산댁 한은정에게 주아란이 강림한 듯한 순간이 포착된 것이다.

흥미로운 건, 이어진 <구미호여우누이뎐>의 10회 예고편이다. 구산댁이 절벽아래로 떨어졌다고 해서, 죽지는 않았을 것이 자명하다. 구미호의 복수는 이제 막 문을 열었기 때문이다. 초점은 구산댁이 어떤 방법으로 윤두수패밀리를 요절낼 것인가에 있다. 그리고 구산댁이 택한 것은, 기억상실증에 걸린 척한 연기와 우월한 미모를 앞세운 미인계에 있었다. 문득 이소연표 복수의 향기가 한은정에게서 느껴진다.

점만 찍고 나타나 민소희라고 우겨 댄 <아내의유혹> 장서희도 떠오른다. 윤두수가 정신 못차린 채 구산댁에게 홀딱 빠져 버린 건, 변우민이 생각나고 말이다. 결국 복수시리즈는 <구미호여우누이뎐>에서 완성되는 것인가. 그러나 이소연과 장서희보다 한은정이 우월한 것은 미인계에만 의존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굳이 남자에 대한 의존이나 미인계 없이도, 구미호의 파워만으로 복수를 매듭짓는 데 하자가 없다. 시간 끌 필요가 없음에도 미인계로 시작한다.

연이가 죽을 당시엔 이성을 잃었지만, 구산댁은 알고 있었다. 사람의 피를 말리는 고통이 무엇인지. 구산댁은 서서히 윤두수와 그의 식솔들에 목을 조르는 작업에 들어간 것이다. 누구보다 초옥을 선타겟으로 잡았다고 할 수 있다. 자신과 같은 아픔을 윤두수와 양부인에게도 겪게 만드는 게 목적일 것이다. 자식 잃은 아픔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지 뼈저리게 느끼게 만든 후, 구미호 한은정표 원샷원킬로 윤두수를 처치하는 것.  




그러나 구산댁의 전략을 가로막는 것이 보인다. 정체불명의 만신(천호진)은 둘째치고, 바로 죽은 딸 연이다. 구산댁은 초옥을 해하려 하나, 초옥의 몸에 연이가 빙의될 가능성이 높다. 초옥이 연이의 간을 먹은 것과 만신이 양부인에게 연이의 관련된 모든 것을 태우라고 언질했던 것은, 결국 양부인이 연이의 물품을 모두 태우지 못해 벌어질 사건이 존재함을 암시한 것.

10회 예고에서는, 초옥의 꿈인지는 모르겠으나 연이의 환영에 몸부림친다. 이 장면을 놓고 연이가 살아났다고 볼 순 없다. 그 착한 천우(서준영)가 초옥을 강제로 앉고 가는 장면이나, 연이가 초옥에게 간타령을 하는 것은, 그동안 두 사람이 보여 준 캐릭터와 맞지 않는다. 제작진의 낚시일 가능성이 높다. 대신 연이는 죽었으되, 혼은 이승에 남아있을 거란 가정을 할 수 있고, 만일 초옥의 몸에 연이가 들어간다면 구산댁의 복수에 차질을 빚게 된다. 

연이가 죽었음에도, <구미호여우누이뎐>의 스릴과 재미는 더해지고 있다. 특히 구산댁 한은정표 복수가 어떤 식으로 발산되어, 시청자를 통쾌하게 혹은 안쓰럽게 만들지 무척이나 궁금증을 자아낸다. '구산댁의 의도대로 복수가 이뤄질까?'를 흥미롭게 지켜봐야 함에도, 벌써부터 새드엔딩이 되진 않을까 걱정하게 만드는 힘이, 이소연-장서희와는 다른 한은정표 복수의 차별화로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