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누이뎐, 한은정을 차지할 남자는?
26일 방송된 <구미호여우누이뎐> 7회는, 윤두수(장현성)의 돌변으로, 바람앞에 촛불이 된 연이(김유정)가 죽음의 종착역에 한 발짝 더 다가서며 끝을 맺었다. 초옥(서신애)을 살릴 약을 구하지 못한 윤두수가, 결국 박수무당 만신(천호진)의 계략에 휘말려, 연이의 목숨을 제물로 자신의 딸을 구하는 빅딜에 앞장 선 것.
그 시각 만신의 부적으로 익사할 뻔 했던 구미호 구산댁(한은정)은, 천신만고 끝에 물속에서 빠져 나와 집으로 돌아오나, 사라진 연이의 행방에서 불안한 기운(죽음)을 느낀다. 연이를 찾기 위해 양부인(김정난)의 목에 칼을 대는 행동도 서슴지 않는 구산댁. 그러나 양부인과 첩실 계향(임서연)의 콤보 연기에, 그만 헛다리를 짚고 만다.
물을 너무 많이 먹어서 일까. 눈치코치에 방향감마저 잃어버린 구산댁을 바로 잡아준 건, 천우(서준영)였다. 구산댁이 구미호란 사실을 알게 된 천우는, 믿을 수 없는 현실속에 내면의 갈등을 빚지만, 연이가 위험에 빠졌다는 것에 급각성하고, 배를 타고 바라산으로 향하는 구산댁에게 소리친다. "아닙니다, 그쪽이 아닙니다!" 벙어리인줄 알았던 천우가 구산댁과 연이 모녀를 위해 처음으로 말문을 열었다.
천우덕에 뒤늦게나마 연이의 행방을 알고 선대골로 정신없이 향하는 구산댁. 그러나 그녀가 모르는 게 한가지 있었다. 바로 구산댁에게 제대로 물을 먹인 건, 퇴마사도, 만신도, 양부인도 아닌, 바로 구산댁이 사랑했고 누구보다 믿었던 윤두수라는 사실. 그리고 이것은 7회가 준비한 숨겨진 폭탄이며, 언제 터질 지 모를 재미의 또 다른 포인트였다.
여우누이뎐, 한은정을 차지할 남자는?
사실 <구미호여우누이뎐> 7회는 어떤 면에선 상당히 평이한 진행이라 할 수 있다. 연이를 죽음으로 몰아가는 수순. 그러나 대마(연이)를 잡기 위한 뻔한 수순에도 재미가 있다. 특히 손바닥 뒤집듯이, 시시각각 변하는 인물들의 갈등과 심리가 연이를 위기의 구석으로 몰아넣고, 급소 한방을 찌르기 위해 공들이는 수순들이, 알면서도 당하는 긴장감으로 이어진다.
초옥과 연이를 둘다 살리겠다던 윤두수가 약을 구하는 데 실패하고. 돌아가신 큰아버지의 환영속에 잠재된 본성과 욕구를 발견한다. 결국 핏줄 초옥을 살리기 위해, 연이를 희생양으로 삼겠다는 원초적 본능이 윤두수의 정신세계를 지배하며, 연이를 한낱 고깃덩어리로 바라보는 냉정한 눈빛에 소름이 돋을 정도다.
때문에 윤두수와 대척점에 있던 천우의 본능을 주목할 만 했다. 벙어리인 줄 알았던 천우가 입을 열었다. 그동안 말을 못했던 것은, 어머니를 죽음으로 몰아간, 잘못 놀린 말 한마디의 상처 때문이었다. 그런 그가 연모했던 구산댁이 구미호란 사실로 혼란을 겪으면서도, 연이가 위험에 빠지자 혀와 가슴을 짓누르던 트라우마를 깨고 소리친다. 구산댁에 대한 안타까움과 연이를 살리겠다는 간절함이 부른 결과물.
윤두수가 초옥을 살리겠다는 본능과 천우가 연이를 살리겠다는 본능의 부딪힘. 또한 천우의 존재감이 윤두수를 위협할 만큼, 멜로 궤도선상에 뚜렷하게 잡히기 시작한 것. 특히 윤두수는 사랑했던 구산댁보다 딸 초옥이 먼저였던 반면, 천우는 연이를 잃고 아파할 구산댁을 먼저 생각했다. 그렇다면 구산댁의 마지막 남자는, 윤두수가 아닌 천우여야 하지 않을까.
그러나 갈등의 크기가 천우의 발목을 잡는다. 윤두수와 구산댁은 사랑에서 증오, 화해까지 갈등의 폭이 크고 빠르게 롤러코스터를 탈 수 있다. 멜로의 정석에 맞춤형. 그러나 천우와 구산댁사이는 일방적이면서도 평이하다. 극적갈등을 부르지 못한 관계. 무엇보다 스토리의 중심인 초옥과 연이에게 개입할 수 있는 폭이 제한된다는 게 천우의 아킬레스다.
다만 구산댁 한은정의 복수가 이뤄지고, 마지막에 윤두수와 천우가 나란히 살아 남는다면(천우가 구산댁대신 죽을 가능성이 높지만), 사랑의 작대기는 요동칠 수 있다. 구산댁이 윤두수를 용서하고 그와 화해 무드로 접어든다고 해서, 반드시 그와 남은 생을 함께 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이미 구산댁이 구미호임을 알고도 흑기사를 마다 않는 천우가 있다. 오히려 키다리아저씨와 같았던 천우에게 구산댁이 마음을 연다면, 이것 또한 반전이라 할 수 있다.
<구미호여우누이뎐> 7회는, 연이의 생사를 두고 긴박하게 진행됐다. 그러나 장면을 쪼개 보면, 연이의 죽음이 이뤄진다해도, 풀어야 할 이야기가 많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중에 하나가 바로 천우와 구산댁의 발전가능성이다. 구산댁이 구미호란 사실을 아는 천우. 윤두수가 연이의 목숨을 노릴 때, 천우의 캐릭터는 상대적으로 또 다른 빛을 발했다. 연이의 죽음을 둘러싼 서스펜스 뿐 아니라, 멜로도 소리없이 자리를 잡아가는 자연스런 극의 흐름이 <구미호여우누이뎐>의 또 다른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