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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방송의 마녀사냥, 한국축구 두번 울렸다!

바람을가르다 2010. 6. 27. 07:33






8강 진출에 너무나도 아쉽게 실패한 대한민국 축구를 위로하는 듯, 여전히 창밖으로 비가 내린다. 남아공월드컵 첫번째 16강전이었던 <대한민국vs우루과이>의 경기는 종료 휘슬과 함께 1:2의 스코어를 새겼다. 거리응원에 나선 붉은악마를 비롯, TV를 지켜보던 국민 모두가 눈물나게 속상했을 것이다.

그러나 누구보다 패배가 뼈아프게 다가왔던 건, 숨이 멎도록 그라운드를 누볐던 대표팀 선수들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다리가 부러지도록 뛰고,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 뛰었던 선수들이 자랑스럽다. 분명 경기력에서 우루과이를 앞선 한국은 승리할 자격을 충분히 갖췄다고 생각한다. 비록 실수가 있었고 골결정력이 부족했던 게 1:2 라는 결과로 나타났지만, 최선을 다해 열심히 뛰어 준 선수들을 생각하면, 8강 진출에 좌절했다는 사실이 전혀 부끄럽지 않다.  



골대가 승부를 갈랐다!

축구의 신은 허정무호에게 16강 이상을 허락하지 않았다. 전후반을 통틀어 경기를 지배했고, 우루과이보다 경기력 측면에서도 앞섰던 한국이다. 물론 결정적인 찬스도 더 많았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축구는 심사위원의 채점이 아닌, 골이 들어가야 이기는 경기다.

한국에겐 지독하게 운이 따르지 않은 경기였다. 실점은 쉽게 내준 반면, 이청용의 동점골은 수차례에 걸친 공격끝에 얻은 값진 결과물이었다. 1:1 동점 이후에도 한국은 경기를 지배했지만, 골대를 맞추고 들어간 수아레즈의 한방에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한국의 박주영과 우루과이 수아레즈. 두사람의 슛은 모두 골대를 맞췄다. 그러나 전반전 너무나 완벽하게 감아 찬 박주영의 그림같은 프리킥은 골대를 맞고 골문밖으로 튕겨 나간 반면, 후반전 수아레즈의 슛은 골대를 맞고 골문안으로 들어가 그물을 출렁였다. 그리고 가느다란 골대가 경기의 승패를 가른 승부처가 되었다.

신의 장난처럼 느껴질 정도로 골대는 한국에게 야속했다. 만약 박주영의 슛이 골대안으로 빨려 들어가 1:0으로 앞서갔다면 결과는 어땠을까. 정성룡의 판단이 조금만 빨랐다면, 그래서 선취점을 상대방에게 내주지 않았다면 한국이 우루과이를 이길 수 있었을까. 알 수 없다. 다만 한국의 승리에 좀 더 가까운 방향으로 전개되지 않았을까라는 막연한 추측만을 남긴다.



SBS방송의 마녀사냥, 한국축구 두번 울렸다!

경기가 종료되고, 한국선수들은 고개를 숙였다. 이길 수 있던 경기였기에 패배에 대한 아쉬움은 누구보다 컸을 테고, 밤늦도록 응원해 준 국민들에게 승리로 보답하지 못한 미안한 마음도 교차됐음을 알 수 있다. 카메라에 잡힌 차두리를 비롯한 선수들의 눈물과 처진 어깨가 모든 걸 설명하고 있었다.

경기를 지켜 본 국민이라면, 너무나 열심히 뛰어 준 우리 선수들이 고마웠을 것이다. 등을 두드려 주며 위로하고 싶은 마음. "잘 싸웠다!"는 붉은악마의 박수소리가 남아공 경기장까지 전해지길 누구라도 바랬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 찬물을 끼얹는 인터뷰가, SBS의 기자의 진행속에 방송을 타기 시작했다,

고생한 선수들을 생각하며 아쉬움에 울먹이던 허정무감독에게, 정성룡 골키퍼의 실책을 거론한다. 도대체 의도가 무엇인가. 대표팀 주전골키퍼였던 정성룡의 기용이 잘못됐다고 감독을 몰아부치고 싶었는 지, 아니면 정성룡이 경기를 망쳤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싶었던 것인지 말이다. 마치 마녀사냥에 앞장선 듯한 SBS기자의 인터뷰가 불쾌하기 짝이 없다.



허정무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에겐 패배를 담대하게 받아들일 시간적 여유가 필요했다. 그러나 SBS방송은 그들에게 그 시간마저 허락하지 않았다. FIFA에서 진행하는 공식기자회견도 아닌, SBS방송사의 임의대로 경기 직후 인터뷰를 감행한 점도 매끄럽지 못했을 뿐더러, 질문 수준도 국민의 생각과 역방향에서 시작됐다.

경기에 대한 문제점과 비판이 아닌, 격려와 위로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대한민국 원정 첫 16강으로 최대 수혜를 입은 방송사가, 8강 진출에 실패했다며 실망을 드러내고 잘못을 추궁하는 듯한 모습. 국민을 위한 방송이 아닌, 철저히 상업주의에 찌든 태도가 전파를 타고 말았다. 월드컵을 단독중계 할 그릇이 못된다는 걸 스스로 알린 꼴이다.

비록 8강, 4강에는 들지 못했다. 그러나 그토록 모두가 염원했던 원정 첫 16강이란, 한국축구에 새로운 한페이지를 장식한 고마운 선수들이다. 그들에게 돌을 던질 수도 없고, 던져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방송사가 마녀사냥에 앞장 선 듯한 인터뷰는 용서가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