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는 순간까지 최진영은 없었다
29일 배우 최진영이 자택에서 전깃줄에 목을 매단 채 숨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빈소가 마련된 강남 세브란스 병원에는, 어머니와 가까운 친지들, 故최진실의 전남편 조성민과 절친 이영자가 달려와 오열했고, 동료연예인을 비롯한 조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자살로 추정될 뿐 정확한 사인 발표는 미뤄진 상태이며, 과학수사대를 투입하여 현장검증 등을 통해 최종 결과가 밝혀질 예정이다. 아직까지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으나, 지인을 통해 최진영이 그간 우울증에 괴로워했다는 사실이 밝혀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최진영의 죽음, 서글픈 이유?
그의 사망 소식을 접한 많은 네티즌들은, 안타까움과 동시에 누나 최진실의 뒤를 이은 그의 선택에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자식 둘을 허무하게 잃어버린 어머니의 슬픔과 최진영의 조카이자, 故최진실의 두 자녀 환희, 준희를 걱정하는 시선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드라마에 캐스팅되어 연기자로 복귀 선언을 한 최진영은, 인터뷰를 통해 조카들을 위해서라도 열심히 촬영에 임할 것을 다짐했었다. 그러나 1년 반이 지난 시점에서도, 최진영을 바라보는 시선은 이렇듯, 늘 최진실이란 그림자를 동반해야 했다.
최진실이란 슈퍼스타의 동생이었기에, 배우 최진영보단 '최진실의 동생' 최진영으로 유명세를 탔던 건 사실이다. 세간에 알려진 대로 힘든 어린 시절을 보내며, 각별했던 우애를 나눈 오누이 지간이라, 연예계에 진출해서도 서로에게 버팀목이 되어준 것도 맞다.
그러나 드라마 컴백을 앞둔 연기자 최진영에게, 여전히 최진실과 그녀의 자녀 환희-준희, 전남편 조성민과 연루된 질문과 시선들이, 그가 사람들이 기피하게끔 만든 건 아닌 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본인보다 누나 최진실의 그림자를 찾으려는 사람들에게서, 지치지 않았을까. 대인기피증과 우울증의 원인에 다른 복합적 사유가 동반되었다해도 말이다.
대다수 언론매체의 타이틀이 '최진실 동생' 최진영 자살(또는 사망)으로 걸려 있다. 최진영 앞에 붙는 '최진실 동생'. 또한 그의 죽음을 애도하면서도, 못지 않게 최진실의 자녀들이 거론되는 기사들이 넘쳐 난다.
물론 이제 곧 사춘기에 접어들 아이들이, 혹시나 상처를 이기지 못할까 걱정하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그럴수록 미디어는 물론이고, 사람들도 최진실의 자녀에게서 관심을 거둬야 맞다고 본다. 그들을 아끼고 걱정하는 시선은, 오히려 당사자에겐 부담으로 밖에 남지 않겠는가.
남겨진 이들의 슬픔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다. 허나 비록 빗나간 선택이었을 지언정, 죽음을 맞이 한 순간까지, '최진실의 동생'으로 그려진 최진영. 조금은 서글프게도 느껴진다. 누나보다 유명하진 못했지만, 연기자로서 가수로서 나름의 자취를 걸어왔던, 한 사람에 대한 온전한 애도가 하루쯤은 허락될 수 없을까. '최진실의 동생' 최진영도, '환희-준희'의 삼촌도 아닌, 최진영이란 한 사람이 쓸쓸하게 세상을 등질 수 밖에 없었던 아픔을, 나눌 수는 없어도 생각하게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