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경, 톱스타는 아직?
세경(신세경)과 지훈(최다니엘)의 교통사고. 그리고 죽음이라는 예상치 못한 결말을 내놓은 인기시트콤 <지붕뚫고하이킥>. 반전보다는 실망했다는 반응이 다수를 이루는 가운데, 그 후폭풍이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흡사 <아이리스> 엔딩의 허무함을 떠올리게 만든다.
급기야 신세경 귀신설까지 등장했고, 한 네티즌에 의해 마지막 장면을 패러디한 공익광고 이미지가 넷상에 이슈가 되고 있다. 그만큼 인기가 있었다는 방증이며, '지붕킥' 종영에 대한 아쉬움의 또 다른 표현이라고 볼 수 있다.
'지붕뚫고하이킥'은 4각 러브라인을 형성했던, 신세대스타 4인방을 탄생시켰다. 신세경, 황정음, 최다니엘, 윤시윤. 그중에서도 '신세경-황정음'을 최대수혜자로 꼽는다. 그러나 스타성과 발전가능성을 고려해 볼 때, 코믹한 설정으로 전형적인 시트콤 연기를 구사했던 황정음보단, 정극에 가까운 연기를 선보였던 신세경이 신데렐라에 좀 더 가까웠다고 볼 수 있다.
신세경, 제2의 송혜교는 이르다?
신세경을 제 2의 송혜교로 보는 시각이 많다. 아담한 사이즈에 청순글래머 이미지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아역배우로 시작, 김병욱PD의 시트콤 <지붕뚫고하이킥>과 <순풍산부인과>를 통해, 대중에게 어필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한가지 다른 점이 있다. <순풍산부인과>의 송혜교는 <지붕킥>의 신세경만큼 이슈가 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극중 송혜교 역시, 김래원과 이창훈사이에서 러브라인을 형성했지만, '윤시윤-신세경-황정음-최다니엘'과 비교해, 이슈면에서나 극을 끌어갔던 힘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순풍산부인과>과 종영된 후, 송혜교는 신세경처럼 세간의 관심을 끌지도 못했을 뿐더러, 그녀의 장밋빛 미래를 점치는 미디어도 일부에 불과했다. 반면 신세경은 네티즌과 미디어를 통해, 인기만으로 이미 톱스타반열에 올라 선듯한 상황이다.
송혜교가 <가을동화> 윤석호PD에게 픽업된 당시에도, 주변에선 파격적인 캐스팅이라는 놀라움과 동시에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과연 시트콤에서 보여 왔던 신세대 이미지와 지나치게 빠른 말투가, 드라마의 긴 호흡에 튀지 않고 적응할 수 있을 지 의문부호를 달았다. 그 편견을 깨고 극중 최은서를 무리없이 소화했고, 이어 <수호천사>, <올인> 등의 히트속에 송혜교는 톱스타로 등극한다.
다시 말해 송혜교는 <순풍산부인과>로 얼굴을 알린 격이지만, 대중이 열광하는 톱스타로 키운 건 <가을동화>다. 그러나 신세경은 시트콤 <지붕킥>을 통해, <가을동화>와 맞먹는 효과를 누리고 있다. 이것은 그녀의 스타성을 입증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미완성을 의미한다.
신세경, 정일우를 기억해라
현재의 신세경을 보면, <거침없이하이킥>의 정일우를 보는 듯 하다. '거킥'의 정일우는 당시 차세대 에이스로 각광받을 만큼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각종 설문조사를 통해, 수많은 한류스타를 제치고 랭킹 1위에 올랐으며, 여성들의 로망으로 떠올랐다. 신세경이 '지붕킥'을 통해 누리는 모든 걸, 이미 정일우가 맛봤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정일우는 드라마 <돌아온 일지매>로 쓴 잔을 마신다. 영화 '내사랑'이야 비중이 분산됐다쳐도, 원톱에 가까웠던 '돌아온 일지매'의 참패는 뼈아팠다. 이어 <아가씨를 부탁해>에선 윤상현에게 밀린 캐스팅. 매력없는 캐릭터는 그를 평범한 스타로 추락하는 가속페달을 밟는다.
그와중에 정일우의 친구로 알려진 이민호는, <꽃보다 남자>를 통해 톱스타 반열에 오른다. 각종 CF를 섭렵하더니, 최근 손예진과 수목드라마 <개인의 취향>에 캐스팅되어, 또 한번의 비상을 꿈꾸고 있다. '거킥'의 정일우가 정상을 달릴 때, 이민호는 없었다. 그러나 이민호는 '꽃남'을 통해 정일우를 뛰어 넘는다.
이렇듯 인기는 움직인다. 누구 한 명에게 매달리지 않는다. 새로운 스타가 탄생하면 그곳으로 쏠리게 끔 되있다. 신세경도 마찬가지다. 이제 '지붕킥'이란 보호막은 사라진다. 시트콤이 아닌 정극을 통해, 그녀의 존재감을 드러내야 할 시험대에 오를 것이다. 신세경이 상대할 시간대는 더이상 7시 45분이 아니다. 드라마의 프라임 타임 10시다. 그곳에는 톱스타가 앞에 붙는 여배우들이 도사리고 있다.
새수목드라마의 라인업을 보면, <개인의취향> 손예진, <신데렐라언니> 문근영, <검사프린세스> 김소연이다. 그야말로 빅뱅이다. 팽팽할 수 있지만, 시청률이 어느 한쪽으로 쏠리면 두 배우는 울 수 밖에 없다. 그녀들이 신세경과 다른 건, 타이틀 롤을 맡아도 될 정도의 톱스타들이란 점과 이미 시청자에게 검증을 받았기에, 이번 드라마가 실패한다해도 꾸준한 기회가 주어진다는 점이다.
반면 신세경이 미니시리즈의 여주인공으로 캐스팅된다면, 상황은 다르다. 첫 주연인 작품에서 시청률이 신통치 않을 경우, 정일우의 사례처럼 존재감도 깍일 수 밖에 없다. '거킥'에서 함께 뜬 박민영 또한 <아이엠샘>과 <자명고>의 실패로, '거킥'에서 쌓았던 인기를 탕진하고 추락해 버렸다.
시험대에 오른 신세경
최근 이승기가 주연을 맡은 <구미호여친>의 상대역으로 신세경이 거론된다. 소속사에서도 긍정적으로 검토중이라고 한다. '지붕킥'의 여운이 가시기 전에 새드라마를 잡는 것은 나쁘지 않다. 다만 작품성 못지않게, 본인 캐릭터에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선택이 요구된다.
인기가 반드시 성공한 배우로 이끄는 것은 아니다. 한 번에 잡은 인기는 거품같은 것이다. 쉽게 부풀수록 금방 사라진다. 소위 말해 '지붕킥'으로 뜬 신세경이, '지붕킥'을 떠나는 순간부터 인기는 식기 마련이다. '청순글래머'라는 타이틀도 마찬가지다. 그녀만이 독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여배들의 전쟁에선 누군가에 의해 차용될 수 있는 전리품같은 것. 배우 신세경으로 사랑받기 위해선, 사실상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그리고 그녀가 차기작에서 보여 줄 매력과 작품의 성공여부에 따라, 배우 신세경의 재평가와 함께, 위치가 보다 명확하게 드러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