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기-이정진'의 2080법칙, 여자의 향기?
일요일저녁을 점령한 '1박2일'과 '남자의자격'은 <해피선데이>의 원투펀치로 식지 않는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예능프로그램으로 시청률 40%를 넘겼던 '1박2일'의 폭발력은 말할 것도 없고, '마라톤', '지리산 종주'등으로 웰메이드 예능으로 거듭난 '남자의 자격'은 동시간대 터줏대감 '패떴'을 끌어내리며 선전중이다.
'1박2일'과 '남자의 자격'은 여타 예능과 다르게 3無 버라이어티다. 여자가 없고, 아이돌이 없다. 그래서 러브라인이 없다. 특히 여자가 없다는 점은 예능에서 핸디캡이자 장점이 되는 동전의 앞뒷면과 같다. 러브라인과 같이 손쉽게 이슈를 부르기는 어려우나, '1박2일'과 '남자의자격'은 여자가 없기 때문에, 몸으로 때우는 컨셉에 강하다.
<1박2일>에 여성멤버가 있었다면, 지금같은 고행은 물론이거니와 독한 복불복은 여건상 힘들다. 식사는 그렇다쳐도, 게임의 결과로 한겨울에 여성을 물속에 빠뜨린다거나 밖에 재운다면 논란의 대상이 될 수 밖에 없다. <남자의자격>은 어떤가. 타이틀부터 바꿔야 한다. 그러나 어떤 집단이든 여성의 역할은 반드시 필요하다.
'이승기-이정진'의 2080법칙, 여자의 향기?
2080법칙이란, 20%의 사람들이 80%의 재산을 독점한다는 경제학 이론이다. 이탈리아 경제학자 파레토가 발견해 '파레토의 법칙'이라고도 한다. 이 법칙은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는 데, '파티에 참여한 20%가 파티장의 술 80%를 마신다'던가, '직원 20%가 회사 매출 80%를 올린다'등이 해당되는 예라고 할 수 있다.
이 법칙을 예능에서 적용한다면, 바로 이승기와 이정진을 꼽을 수 있다. 남자멤버들로 구성된 <1박2일>과 <남자의자격>에서 여성의 색깔을 가장 강하게 띠기 때문이다. 외모에서 풍기는 이미지와 다르게, 여성멤버의 역할을 두 사람이 반 이상 책임진다고 볼 수 있다.
'1박2일'의 강호동,은지원,김C,MC몽,이수근,김종민은 여성의 느낌과 배치된다. 몽장금 MC몽이 요리를 잘해도 외면에서 풍기는 개구진 남자의 모습을 버리지 못한다. 반면 이승기는 허당 이미지를 품고 있으나, 형들에게 가장 순종적이며 남자들사이에선 쉽게 드러내지 못하는 잔정을 스스럼없이 표현할 줄 안다.
'남자의자격' 이정진도 마찬가지다. 이경규,김국진,김성민,김태원,이윤석,윤형빈에 비해, 이정진은 수줍음을 많이 타되 세심하며, 전면에 나서기보단 묵묵히 뒷처리를 담당한다. 2PM과 함께 한 댄스배우기는 소극적이었던 반면, 지리산 종주편에선 이윤석을 끌어주고 책임지는 배려의 아이콘으로, 또한 배낭안에 먹을거리를 미리 준비해 이경규에게 삼각김밥 등을 건네줄 때엔 그의 꼼꼼함과 세심함을 엿볼 수 있었다.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에서 보았던 이정진을 <남자의 자격>에선 찾을 수 없다. 비쥬얼덩어리 '비덩' 이정진은 부드러운 남자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초콜릿복근을 선보이며 강한 남자의 향기를 뿌렸던 이승기도, <1박2일>에선 순진한 여동생느낌을 유지한다. 덕분에 <강심장>에서도 강호동과 좋은 호흡을 이어가는 밑거름이 된다.
가장 여성적인 이미지를 담당하는 이승기와 이정진은, 공교롭게도 멤버들 중 가장 많은 여성팬들을 확보한 공통점을 지녔다. 남장여자, 여장남자가 이성에게 은근히 섹시어필하다는 점과도 무관하지 않다. 남성이 여성의 사고방식을 품는다는 것은 단점이 아닌, 강점이 된 트렌드와 부합한다. <추노>의 장혁이 나쁜남자 신드롬을 잇고 있는 지금, 이승기와 이정진이 착한남자로 예능에서 활약하는 모습은 인상적이다.
성공으로 가는 길에는 여러가지 요소들이 작용한다. 그리고 완벽한 성공이란 없다. 단점을 최소화하는 것이 성과를 내고 성공확률을 높여가는 방법이다. 만약 이승기와 이정진이 빠진다면, '2080의 법칙'에 따라 다른 멤버가 여성의 부드럽고 차분하며 세심한 이미지를 구축하겠지만, 현재 이 둘의 공백을 예상하기 힘들 정도로 프로그램에 든든한 축이 되었다. 여성멤버가 없는 상황에 이들의 가치는 절대 과소하게 매길 수 없는, 박수받아 마땅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