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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정 울린 정경호식 프로포즈, 여자에게 최고일까?

바람을가르다 2010. 1. 25. 07:17



막장드라마가 득세하는 상황에서도, 독하거나 불편함없이 서로 다른 삶을 살아온 두 집안을 통해 갈등과 긴장을 끌어내며 꾸준히 사랑받는 착한드라마 <그대웃어요>. 24일 방송분에선 '가족'의 의미를 다시금 돌아볼 수 있게 만드는 에피소드들로 채워져, 안방에 가슴 뭉클한 감동을 선사했다.

현수(정경호)와 정인(이민정)의 결혼을 반대했던 현수모 백금자(송옥순)의 고집을 뚫고, 상훈(천호진)과 정길(강석우)이 만나 결혼날짜를 잡았다. 또한 강만복(최불암)이 간암에 걸린 사실을 알게 된 정인이, 할아버지를 위해 언니 정경(최정윤)을 통해 간이식 적합검사를 받다가 현수에게 들켜 버린 과정이 그려졌다. 과연 만복의 병을 가족의 따뜻한 사랑으로 살려 낼 수 있을까.


정경호식 프로포즈 여자에게 최고일까?

이날 방송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장면은 현수(정경호)가 정인(이민정)에게 정식으로 청혼을 한 프로포즈였다. 결혼 전 여자를 가장 설레이게 만드는 프로포즈. 남들과는 차별화된 서프라이즈 이벤트를 기대하는 예비신부를 위해, 그만큼 남자는 머리카락 빠지도록 색다른 걸 고민하고 준비해야 하는 행복한(?) 고충이 따른다.

현수가 정인을 위해 준비한 프로포즈는, 가족사진을 찍기 위해 가족들을 사진관으로 초대하면서 시작된다. 뒤늦게 정인이 도착하고 그는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강현수와 결혼하는 것은 강현수의 가족이 되는 것을 의미한다며, 자신의 가족이 되어 달라고 말하며 준비한 반지를 꺼내 정식으로 청혼한다.

흐뭇하게 지켜보던 현수의 아버지 상훈이 꽃한송이를 정인에게 건네며 자신의 며느리가 되어 달라고 부탁하고, 이에 뒤질세라 만복이 손주며느리에게 꽃을 건넨다. 현수의 깜짝 프로포즈에 이어 상훈, 만복에게 차례로 감동을 받은 정인은 눈물을 글썽이며 행복해한다.


지켜보는 시청자의 입장에서도 찌릿한 감동이 밀려오는 최고의 프로포즈가 아닌가 생각한다. 그러나 드라마가 아닌 현실에서도, 최고의 프로포즈일까. 여자에겐 일생에 단 한 번 뿐인 프로포즈의 순간을, 결혼식장도 아닌데 굳이 가족들앞에서 받는다는 게 마냥 좋을까하는 생각이 스친다. 여자라면 더 멋진 공간에서 조금은 더 화려한, 그리고 세련된 무언가를 기대하진 않을까. 일생에 한번이기 때문에...

정인은 현수를 사랑하는 마음도 있지만, 현수의 가족을 통해 자신뿐 아니라, 자신의 가족들이 서로를 위해가며 변해가는 모습을 본다. 현수의 가족은 정인에게 상처를 주기도 했지만 은인같은 존재이고, 그들에게 축복받는 프로포즈는 그녀에게 최선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제 3자인 시청자입장에서도 최고라고 느껴진다. 그러나 현실에선 가족들안에서 받는 프로포즈가 최고일 순 없을거란 생각이다. 받아들이는 여자의 입장과 생각은 모두 다를테니까 말이다.

최고의 프로포즈는 상황이 만든다고 생각한다. 현수의 착한 프로프즈가 정인에게 눈부신 감동을 선사했던 이유는, 그녀의 마음을 상황과 맞물려 잘 읽고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사랑하는 상대가 무엇을 원하는 지 마음을 읽는 눈이 프로포즈에 앞서 가장 우선되어야 할 것 같다. 뼈대는 마음이고 이벤트는 살이 될 테니까. 감동은 머리가 아닌 마음이 받는 것이니까. 소박해서 무조건 아름답다거나 화려해서 반드시 빛나는 건 아닌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