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및 드라마

아이가다섯 신혜선, 연장방송의 최대피해자?

바람을가르다 2016. 7. 11. 11:39

 

 

가족이야기가 중심이 될 수밖에 없는 주말드라마를 젊은 남녀의 로맨스드라마로 착각하게 만든 드라마 그리고 배우들이 있다. 바로 주말드라마 아이가 다섯의 성훈과 신혜선이다. 외모에 실력까지 겸비한 스타 프로골퍼 김상민(성훈)과 순진한 모태솔로 초등학교 교사 이연태(신혜선)의 만남에서 연애까지가 그렇다. 물론 극과 극의 집안, 성격의 남녀가 만나 사랑하는 드라마는 많다. 하지만 캔디도 신데렐라도 아닌, 곰같은 모태솔로 단호박 철벽녀 이연태는 요즘 드라마에서 보기 힘든 참신한 청춘이다

그래서 시청자에게 통했다. 이연태라는 천연기념물같은 철벽녀를 왕자병 걸린 왕자 김상민이 적극적으로 공략하는 재미가 말이다. 하지만 김상민의 고백은 매번 실패로 돌아갔다. 그만큼 이연태는 단호했다. 김상민이 가진 화려한 스펙보다 자신의 감정에 충실했다. 그렇게 순진한 철벽녀 이연태를 만나 저주받은(?) 김상민의 허세도, 왕자병도 사라졌다. 그리고 오직 진심만을 담아 이연태라는 철벽을 허물기 시작했다 

 

 

열 번 찍어도 안 넘어가는 나무가 있다. 열 한번 찍어도. 옛말이 안 통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연태도 그런 단단한 나무처럼 비춰졌다. 그래서 시청자의 눈엔 김상민의 도끼가, 노력이 값지게 보였던 것이다. 도끼날이 좀 더 예리해질, 노력이 보상받길 기대했다. 시청자의 마음을 읽었는지, 이연태는 김상민의 도끼질에 결국 넘어갔다. 그것도 아주 자연스럽게. 모두의 공감을 사면서 

드라마 아이가다섯의 최대수혜자는 주인공 안재욱-소유진이 아닌, 성훈과 신혜선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특히 모태솔로 이연태 캐릭터를 사랑스럽게 구현했던 신혜선은 시청자들의 호평을 발판삼아, 기근현상에 시달리는 20대 여배우라인에 단비같은 존재로 급부상했다. 인지도와 스타성을 끌어올리며 신혜선은 아이가 다섯의 실질적인 최대수혜자로 손꼽혔다. 불과 며칠 전까지. 

 

 

지난 40회동안 공들여 쌓아올린 사랑스런 캐릭터 이연태를 무너뜨리는 데엔 4회가 채 걸리지 않았다. 이연태가 김상민에게 이별을 통보하면서, 캐릭터의 매력도 순식간에 붕괴됐다. 그동안 이연태를 응원하고 호평했던 많은 시청자가 지금은 그녀의 반응을 이해할 수 없다며, ‘사랑받을 자격 없는 여자’, ‘평생 모태솔로로 살아라식의 악플(?)을 주저하지 않는다. 아무리 드라마캐릭터라지만, 캐릭터가 이렇게 악플성 댓글에 시달리면, 해당 인물을 연기하는 배우도 상처받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시청자들은 왜 이연태에게 악플을 주저하지 않는가. 바로 공감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김상민과 만나고 연애할 때까지는 이연태의 캐릭터를 이해하고 공감했다. 그런데 김상민에게 이별을 통보하면서부터 공감도가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다. 바로 이별사유가 김상민의 친동생이 이연태가 지난 7년간 짝사랑해왔던 김태민(안우연)이라는 사실 때문인데. 짝사랑의 당사자인 이연태 입장에선 충분히 충격받을 수 있다 

 

 

그러나 시청자의 입장은 다르다. 김태민이 김상민의 동생이긴 하나, 실제 이연태와 김태민은 사귀지 않았다. 김태민은 이연태가 자신을 짝사랑했는지도 몰랐었다. 그런데 지금 이연태의 말과 행동은 마치 김태민과 동거한 사이라고 우겨도 할 말 없을 정도. 이연태의 반응이 너무 오버란 지적이다. 특히 김상민과 이별을 얘기하며 태민이와의 관계, 반응이 더 중요하다는 식의 발언을 반복한다. 현재의 남자친구보다 과거 짝사랑한 남자에게 더 신경쓰는 모양새라 시청자입장에선 더 수긍하기 힘들 수밖에 

이연태는 김상민과 사귀기 전부터 김태민과는 친구사이라고 선을 그었었다. 김태민도 마찬가지다. 김상민 또한 이연태와 김태민의 관계를 친구로 바라본다. 과거의 짝사랑조차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마인드다. 그것이 대다수 시청자와의 생각과도 일치한다. 그게 바로 공감이다. 결혼하자고 프로포즈까지 한 남자를 두고, 이연태가 지금 보이는 태민이타령은 그래서 공감이 아닌 공분을 사고 있다 

잠시 거리를 두고 생각할 시간을 갖자는 것도 아니고, 헤어지자는 말뿐 아니라 행동까지 실천하는 여자. 그런 여자를 매일같이 찾아와 설득하고 달래고 매달리는 남자. 현실 연애는 몰라도 드라마에서만큼은 매력이 동반 하락할 수밖에 없다. 그 원인은 고스란히 이연태가 떠안아야 하고 말이다 

 

 

물론 시청자는 예상한다. 이연태와 김상민이 결국 이별을 철회하고 사랑을 다시 시작할 것임을. 극중에서 결혼도 할 수 있을 거라고. 문제는 공감을 잃어버린 캐릭터의 복원이다. 금이 간 캐릭터를 어떻게 원상태로 돌려놓을 수 있을 것인가. 개연성을 바탕으로 한, 극적 반전이 따르지 않는 한 망가진 이연태의 캐릭터는 예전처럼 사랑받긴 쉽지 않을 듯하다. ‘과유불급이란 말이 연상될 만큼, 최근 이연태가 보여준 언행은 인기캐릭터가 보여줘서는 안 될 도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40회 동안 흥한 캐릭터를 4회만에 망가뜨리는 것도 재주다. 한마디로 제작진의 오판이다. 잠시 이별을 통해 애절한 분위기를 자아내려고 했지만, 애초 이연태-김상민은 멜로가 아닌 로맨틱코미디커플에 가까웠다. 극과 극의 성격, 캐릭터에서 출발, 당황스러운 반응속에 유쾌함, 계산되지 않은 순수함에서 오는 반전의 재미가 연상커플의 매력이었다. 그런데 느닷없이 로미오와 줄리엣을 찍고 있다. 이연태는 이별하고 싶어서 안달이 난, 이별의 당위성을 찾기 바쁘고, 시청자에게 주입하려 열을 올린다. 김상민앞에선 냉정한 얼굴로 태민이 타령을 하고, 혼자있을 때엔 비련의 여주인공마냥 자책하며 눈물흘린다. 이상한 여자처럼 보일 정도다. 

 

 

이연태의 공감할 수 없는 이별행보를 두고, 연장방송의 폐해라는 지적도 쏟아진다. 애초 아이가다섯50부작으로 기획됐지만, 제작진은 재혼 가정의 이야기를 좀 더 심도 있게 담기 위해 최근 4회 연장을 결정했다. 그러나 2016 브라질 리우올림픽때문에 연장 결정을 내린 것은 아닌가란 얘기가 있다. 올림픽일정을 피해 후속 주말드라마를 내놓기 위해서란 말이 설득력을 갖는 건, 최근 아이가 다섯은 늘어진 전개에 재미와 공감면에서 아쉬움을 사기 때문이다. 이상태(안재욱)-안미정(소유진)이 재혼하기 전에 비해서 더욱. 

이연태-김상민의 이별과정도 다르지 않다. 그들사이에 김태민의 존재와 관계도가 지금처럼 심각하게 질질 끌고 갈 정도인가. 오히려 솔리드 천생연분이란 가사가 어울리게 웃음을 주며 풀어갈 순 없었나싶기도 하다. 연장방송의 폐해로 충분히 읽을 수도 있는 대목이다. ‘아이가 다섯에서 유쾌함을 담당했던 이연태-김상민 커플, 덕분에 실제 신혜선과 성훈이 사귀었으면 좋겠다는 반응과 지지까지 이끌어냈었다. 그런데 지금은 욕을 먹고 있다. 차라리 헤어지라고 말한다. 특히 매력녀였던 이연태는 김상민도, 시청자도 잃게 생겼다. 연장방송의 최대피해자로 비춰질 정도로 말이다.